우리 그림을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안내해 주셨는 데....

그림 속에 노닐다 - 오주석 유고집
오주석 지음, 오주석 선생 유고간행위원회 엮음 / 솔출판사 / 2008년 4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정말 우리 그림을 사랑하고 끝없는 애정으로 연구하고 풀어 내던 그 분이.

이젠 다시 우리에게 그 재미와 흥로움을 일깨워 줄 수 없으므로 인해.

그 분 글을 읽으면서 우리 그림을 더 잘 알게 되고 참으로 재미를 느꼈는 데.

이젠 그 분이 가셨다.

다시는 재미 있는 그 분은 글을 접할 수 없음이 가장 안타깝다.

그러나 한 편 그 분 멋진 후배들이 나타나리라는 기대를 해 본다.

"그림 속을 거닐다" 이 책 이름은 그 분의 모습이란 생각을 한다.

미술 전공자가 아니기에 오히려 더 그림을 잘 볼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전공자들이 가질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동양사학과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하면서 영어, 일어, 중국어를 잘 하는 그의 능력으로 우리 그림을 더욱더 잘 읽어 낸 것이 아닌가 한다.

또한 그가 지닌 예술에 대한 감수성.

그림만이 아니라 서양음악과 우리 음악에 대한 이해 등이 그림을 보는 눈을 더욱더 확대 시켜 멋진 그림 읽기로 표현 된 것이리라.

그림을 좋아하는 나로선 그의 그림 읽기가 그림을 보는 데, 이해하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우리 그림뿐만 아니라 서양화도 좋아하지만 우리 그림에 대해 정확하게 멋진 설명이 있는 책을 구해 읽는 것은 쉽지 않아 그의 책을 참으로 좋아했는 데....

이제 그가 남긴 마지막 글을 다 읽고 나니 다시금 그의 책들을 읽고 싶어진다.

책장에 꽂힌 그의 책들을 다시금 한 번씩 읽어 보리라.

내용 중 "일월오봉병"을 읽어 낸 그의 솜씨가 일품이다.

"왕은 일월오봉병 앞에서 올곧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하늘과 땅과 사람을  꿰뚫는 이치를 한 몽에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 그때 삼재를 관통하는 우주의 원리가 내 인격안 소우주 속에 완성된다. 왕이 참여하면 우주의 조화를 완성시키는 장엄한 참여예술이 된다."

역원근법이란 것은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동안에 무심히 봐 왔고 그저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그 이유를 지은이가 친절하게 알려 주고 있다.

"역원근법은 상대를 존중하고 깊이 이해하기 위한 마음자리에서 탄생한 것이다. 그 상대가 사람이든 물건이든 자연이든 간에 정다운 마음 씀씀이는 변함없고 한결같다."

"음양조화" 깨져 있는 태극기편에서는 가슴이 서늘함을 느꼈다.

주역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지 않은 나로서는 이 글을 읽으면서 논리정연한 그의 이론에 가슴이 서늘해짐을 느낀다.

그는 " 음과 양이 가장 그릇된 예는 바로 태극기이다. 해는 동쪽에 떠서 서쪽으로 간다. 그러므로 태극은 상하가 아니라 좌우로 나뉘어야 하고, 또 양은 아래로 음은 위로 진행해야 맞는다. 자연 상태는 양이 위고 음이 아래다, 하지만 사람은 생명의 뜨거운 기운이 배꼽 아래 단전에 모이고, 맑고 차가운 음의 기운은 머리 위로 솟구쳐야만 조화로운 건강체가 된다......"

이것 한 가지만을 읽고 고민해 보는 것만으로 이 책은 읽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