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아름답고 저것은 추한 이유는 무엇인가 - 이연식의 미학 에세이
이연식 지음 / 날(도서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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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이라하면 철학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어 주눅들게 하고 아름답고 추한 걸 어떻게 논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피곤한 느낌이 먼저 드는 데. 지은이는 에세이라는 형식에 맞게 깊이 파고 들지 않으면서 이해하기 쉽게 가볍게 풀어 써 좋다. 장마다 중요단어를 적는 데 #을 붙여서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개인적으로 SNS를 거의 하지 않아서 진짜 어떤지는 모르지만. 나처럼 미학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처음 만나는 책으로 괜찮을 것 같다.


예를 들어 고대 이집트의 왕을 그린 그림을 보면 어딘가 이상합니다. 얼굴은 옆모습인데 눈은 정면을 향하고, 몸이 옆을 향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양쪽 어깨가 다 보이고, 두 발은 모두 옆 모습입니다. 이는 인간이 몸이 최대한 잘 보이도록 연출한 결과입니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예배당에 그린 <최후의 심판> 속의 인물들은 대부분 알몸입니다. 미켈란젤로가 내세운 논리는 마지막 심판의 날에는 모든 사람이 주님 앞에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채 서게 될 것이므로, 그 장면 속 인물들도 당연히 알몸이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교회 측에서는 그림 속 알몸을 못마땅해 했지만, 거장 미켈란젤로의 뜻을 꺽을 수는 없었습니다. 나중에 미켈란젤로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다른 화가가 교회의 지시를 받아 몇몇 인물들의 몸에 천을 덧그려 넣었습니다.“

예술의 역사에서 종교는 중요한 구실을 합니다. 예술에서 종교는 오랫동안 가장 중요한 주제였거든요. 고대 이집트에서 파라오 람세스의 거대한 조각상을 만들고 아부심벨의 신전을 조성한 사람들, 혹은 거대한 피라미드를 조성한 사람들은 파라오를 신의 아들이라고 여겼기에 파라오를 위한 일은 신을 받드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당시 국가와 종교는 분리되지 않았지요. 적어도 그들은 자신들의 활동이 예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처럼 예술 활동은 애초에 종교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종교에서는 아름다움을 두 가지 방식으로 표현합니다. 신을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타내기도 하고, 신을 결배하는 공간 자체를 아름답게 꾸미기도 합니다

예술은 변하고 사라지는 아름다움을 붙잡으려는 시도입니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자연의 모습을 화면에 담으려고 했습니다.“

부는 실용적이지 않은 복장과 장식으로 드러납니다. 실용적이지 않다는 건, 직접적이고 육체적인 노동과 관련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표식입니다.“

기준은 명확하지 않더라도 평가는 계속됩니다. 어쩌면 평가는 인간 행동의 중요한 특성인 것 같습니다. 평가는 취향을 바탕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그 취향이 어떤 식으로 형성되고 발전했는지를 정작 취향의 주인은 잘 모릅니다. 그런 점에서 아름다움은 인간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학은 일상의 느낌과 감정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예술이 순수해야 한다는 생각의 바탕에는 예술이 놀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는 것입니다. 놀이에는 목적이 없습니다. 정확히 말 하자면 목적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놀이의 목적은 놀이에서 이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규칙을 지키면서요. 규칙이 없다면 놀이는 성립할 수 없습니다.“

예술이 고상한 가치를 전달하는지, 특히 정신적 가치를 전달하는지는 관객에게서 결정됩니다. 예술을 하나의 과정으로 보자면 그 과정은 관객에게서 끝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뒤상은 예술을 완성하는 존재는 관객이라고 했습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말은 예술의 영속성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기예를 배우고 익히는 데 오래 걸린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기예를 배우고 익힐 사람의 수명은 길지 않다는 점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긴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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