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말을 부수는 말 - 왜곡되고 둔갑되는 권력의 언어를 해체하기
이라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평점 :
후~ 다 읽고 나니 한숨이 절로 난다.
400쪽도 안되는 책을 이렇게 오래 걸려서 읽어 본 적이 없어서...
글밥이 적진 않지만 그래도 너~~무 오래 걸려서 읽은 책은 진짜 오랜만이다.
글을 읽으면서 반성과 되돌아보기를 계속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너무 당연했다.
이런 책이 청소년을 위한 필독서로 선정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고통, 노동, 시간, 나이 듦, 색깔, 억울함, 증언, 광주/여성/증언, 세대, 인권, 퀴어, 혐오, 여성, 여성 노동자, 피해, 동물, 몸, 지방, 권력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한 글쓴이의 이야기는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길 수 없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지 감탄이 절로 나고 이런 책을 읽을 수있어 행복하다. 주변에 책을 알려 많이 읽게 해야 하겠다고 다짐한다.
한 번 읽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가까이에 두고 자주 읽어야겠다.
"이름이 조금씩 달라지긴 했지만 '여성부'의 많은 역할 중 하나는 사회의 차별적 구조를 바꾸고 소외된 이들을 돌보는 일이었다."
"여성가족부가 사라지는 확실한 방법이 있다. '가정 폭력'이라 불리는 남성이 폭력이 사라지고, 이혼 뒤 양육비 지급을 하지 않는 무책임한 아버지들이 없어지고, 성별에 따른 임금차별이 철폐세상이 되고, '빈곤의 여성화'라는 언어가 낯설어지고, 도처에 뿌리내린 각종 성폭력과 불법 촬영이 옛날이야기가 되어 '강간문화'가 없는 안전한 세상이 된다면, 하다못해 최소한 여자만 보면 밥 타령을 하는 남자들이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그때 여성가족부가 여전히 필요한지 논의해도 늦지 않다."
"여성은 어떤 일을 하든 남성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여성'이라는 직업을 첫 번째 역할로 강요받는다. 위로, 위문, 위안은 늘 여성의 '직업'이다. 여성은 노동자인가. 여성에게 '여성'이라는 직업을 수행하게 만들면 만들수록 여성은 '노동자'에서 멀어진다."
"모든 돌봄은 물리적으로 그 형태가 보이지 않는다. 돌봄 대상자에게 노동의 결과가 흡수될 뿐이다."
"사적 관계과 공적으로 연결된 남성들이 공사를 구별할 수 있을까. 남성연대 사회에서 남성들의공사 구별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공사 구별 못하는 남성들이 공직을 점령하고 있다. 이 현실이 바로 구조적 폭력을 만든다."
"인간이 '말 못하는 짐승'의 비명을 듣지 않듯이, 동일한 모국어를 구사하지 않는외국인의 말도 잘 듣지 못한다."
"목적에 따라 생명을 도구화하고 위계를 정할 때 흑인은 노예, 여성은 재생산용, 동물은 식용의 대상이 된다."
"이 세상의 어쩔 수 없는 문제들을 어쩔 수 있는 것으로 바꾸는 것이 운동이다."
"누구나 일시적으로 장애를 가진 몸이 될 수 있으며 또 언제든지 장애인이 될 수 있다."
"물리적 거리의 '극복'은 달리 말하면 장소감의 '상실'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나의 언어가 사라질 때마다 하나의 세계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흔히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는 쪽을 장애인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제한된 소통 방식만을 고집하며 다른 표현 방식을 듣지 않는 비장애인의 의사소통 능력에 의구심 가져야 한다.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 집단의 목소리를 듣는 태도는 중요한 정치적 동력이 된다."
"19세기 말 사회주의자이며 공예운동가인 윌리엄 모리스는 '아름다움이란 모든 구성원의 조화로운 협력의 결과물'이라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