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의 밥상 - 한없이 기꺼운 참견에 대하여
이종건 지음, 곰리 그림 / 롤러코스터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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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이야기일거라 생각은 했지만 이렇듯 우리가 TV나 뉴스로만 만났던 우리 이웃들의 어려움을 옆에서 보듯 알려주는 이야기 속에 따스함과 배려 그리고 정이 하나 가득하니 담겼다.

늘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 중 하나가 비싼 돈 주고 다른 나라 오래된 건물들과 골목길을 구경하러 가면서 왜 정작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은 다 부숴버리고 새 것으로 바꿔 버리는 지,..

오래 된 것이 새 것만 못하다는 생각하는 건 기준이 뭔지 참 답답하고 안타깝다.

어린 시적 골목골목 뛰어 다니면서 놀았던 기억의 장소에 가보면 남은 게 거의 없다. 대학 때 많이 가던 종로 피맛골도 청계천 헌 책방도 종로서적 같은 오래된 서점들도 다 사라지고 그 분위기, 그 느낌은 이젠 아무 곳에도 남아 있지 않다. 지킬 건 지키면서 새로운 것을 쌓아가야 하거늘.

책속 나오는 을지로OB맥주가 그렇게 사라질 줄 생각도 못했는데 자본주의 금권력에 허무하게 스러져 갔음을 책에서 다시금 접하니 가슴 한켠이 서늘해진다.

우리 삶과 함께 한 다정한 우리 이웃들이 고통받지 않고 편하게 살 수 있는 날이 얼른 오면 싶다. 


굴이 상할까 봐 난방도 못하고 바닷바람 맞아 밖보다 추워진 굴막에 앉아 입김 불어가며 하나하나 까는 노동이 있다.“

거리에 즐비한 노점상들은, 서울로 몰려들어야만 했던 가난한 인구의 끈질긴 생명력과 호주머니 가벼운 도시 사람들의 배고픔이 만나 그려낸 도시의 풍경이다.“

우리는 모두 버려진 것들의 몸부림에 빚을 지고 산다.“

통닭은 음식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하나의 공동 경험이다. 그 당연함에서 오는 단단함이 좋다.“

파괴된 생태계의 멸종위기종이 된 것마냥 외로운 현장을 찾아가 끊어진 고리를 연결하고, 짓무른 상처를 소독하는 사람들, 현장에서는 그들을 연대인이라 부른다. 연대의 밥상은 천막 농성장, 이웃 가게, 연대인의 집 그리고 보리굴비를 삭히던 법성포 어딘가의 노동까지 이어진다.“

강제집행은 문서 한 장으로 이루어지는 간단한 법 절차다. 그렇게 끌려 나오면 통행을 금지하는 펜스가 쳐지고, 강제집행 완료를 의미하는 종이 한 장이 떡하니 붙는다.“

나의 하루는 어떤 이의 보이지 않는 노동에 기대고 있다. 그 노동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없으니 오늘의 하루는 거저 받은 것이라 생각하는 쪽이 옳을 것이다.“

누군가를 키울 자격은 없을지 모르나, 누군가와 살아갈 자격은 모두에게 있다.“

연대는 결국 서로의 삶에 참견하는 일이다. 당신의 고통이 나와 맞닿아 있기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끼어드는 일이다. 밥상을 차리고 나누는 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안간이 서로에게 관여하는 가장 오래된 방식이 밥을 먹는 행위일 것이다.“

"연대는 결국 서로의 삶에 참견하는 일이다. 당신의 고통이 나와 맞닿아 있기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끼어드는 일이다."

"자랑할 만한 유산이 될 수 있었던 숱한 가능성들이 개발 논리에 사라졌다. 어디 건물만 사라졌을까. 공간이 사라지며 사람도 지워졌다. 문화도 지워졌고 함께 생존해야 한다는 연대 의식 또한 철거당했다." 

"사람은 마음을 먹는다. 그래서 외로움은 배고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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