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10 - 제3부 불신시대, 등단 50주년 개정판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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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독재, 뿌리 깊은 지역 차별주의 등은 아직도 현재에 살아 있으면서 여기저기 수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원흉으로 남아 있다. 이런 독소는 언제 없어지려는 지....

그런 고난 속에서도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수많은 선조들의 피, 땀, 눈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과거 "한강의 기적"이 어떤 희생 위에 만들어졌는지 반드시 기억해야 하고 지금도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살아가고 있음을.

다같이 잘 살 수 있는 대한민국, 나이듦을 걱정하지 않는, 새 생명이 태어남에 기쁨으로 넘치는 대한민국이 되길 빈다.


"예, 아저씨 말이 맞아요. 서울애들은 글쎄 벼를 몰라서 쌀나무라고 하니까요. 쌀을 과일 따듯이 나무에서 다는 줄 알고 있다니까요."

"추곡수매가 동결은 물가 안정과 직결되어 있었다. 각 도시마다 집결되어 있는 공장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유지하려면 물가가 안정되어야 하고, 물가를 안정시키려면 물가에 가장 영향이 큰 주식인 쌀값을 안정시켜야 하고, 쌀값을 안정시키려면 추곡수매가를 동결할 수밖에 없었다."

"공무원들이랑 국미느이 세금으로 먹여살리는 무리들이었다. 그러므로 그들에게는 국민에 대한 봉사의 의무가 있을뿐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국민 위에 군림하여 제나름의 권력 횡포를 자행하는 존재들로 둔갑해 있었다. 그것은 군대에서 폭력 행사를 당연시하는 것과 함께 일제 식민지시대의 악습을 그대로 이어 받고 있는 못된 행태였다."

"난생 처음 보는 그 붉은 모래언덕은 신비스러웠다. 그 언덕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그는 문득 이런 생각에 부딪혔다. 이 폭염의 땅에서 수많은 근로자들이 흘리고 있는 피땀을 농축시키면 저런 색깔이 되지 않을까...."

"인생은 연습도 재공연도 할 수 없는 단 1회뿐인 연극이다"

"말로 지은 원한은 백 년을 가고, 글로 지은 원한은 만 년을 간다."

"한다하는 대학 총장들이나 설립자들 태반이 혁혁한 친일파들입니다. 연대 백낙준, 이대 김활란, 고대 유진오, 중아대 임영신, 서울여대 고황경, 상명여대 배상명, 성신여대 이숙종 등등."

"아마 동종끼리 싸우기로는 인간 당할 게 없을 거요. 종족이 다르다고 싸우고, 색깔이 다르다고 싸우고, 나라가 다르다고 싸우고, 종교가 다르다고 싸우고, 이념이 다르다고 싸우고, 어찌 보면 인간의 역사라는 건 가장 잔인하고, 가혹한 방법으로끊임없이 싸워온 되풀이일 뿐이오. 다른 모든 동물들은 이 개미들처럼 그냥 몸으로만 싸우는 데 인간이란 동물만 유일하게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니 갈수록 잔혹하게 살육을 해대는 것 아니오."

"이제 도시에는 최상층과 최하층이 천당과 지옥처럼 완전히 갈라져 있어요. 잘못된 자본주의가 만든 양지와 음지의 세상이지요."

"신문들이 죽은 시대를 대신하는 소문의 시대였다."

"정치인들이 제일 잘 쓰는 두 가지 말이 뭔지 너 알지? 자기들 입장이 다급해지면 말 못하는 '국민' 멋대로 팔아먹고, 즈네들 의리 없고 비겁하게 굴어 지탄받으면 '정치는 현실이다'하고 뻔뻔스럽게 변명해 버리잖아."

"노동자들은 최저생계비도 못 되는 임금을 받으며 혹사당하고 있는데 기업주들만 무한대의 치부를 하고 있는게 말이 되느냔 말이야. 자본주의니까 어쩔 수 없다고? 그건 자본주의가 아니야. 봉건적 착취주의지. 올바른 자본주의란 분배를 통해서 자본과 노동이 수평적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거야."

"한인곤씨는 해방 이후 지금까지 육군 참모총장이 하나도 빼지 않고 전부가 일본군 출신이라고 적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보니까 이승만은 전라도에 대한 나쁜 인식을 뿌리 깊게 심었고, 뒤따라 박정희는 모든 권력기관마다 자기네 사람만 편파적으로 쓰면서 전라도 차별을 철저하게 조직화하고 구조화 시켰어요. 누구나 다 아다시피 그 차별과 괄시가 얼마나 심했어요. 그건 참 망국적 범죄행위였어요."

"대하소설을 쓰는 일은 미련하게 해나가야 하는 끝없이 긴 중노동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스라엘 민족의 유대인들이 학살당한 것에서는 인류적 공분을 느끼면서도 정작 우리가 일본 지배 아래서 참살당한 사실에서는 민족의 문제만으로 국한시킬 뿐이지 인류적 공분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인류 보편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기도 같고, 죽은 수도 비슷한데도 말이다. 6.25라는 전쟁의 의미를 매몰시킨 것도 마찬가지다. 월남전은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에 180만이 죽었다. 그런데 6.25는 단 3년 동안에 300만이 넘게 죽었다. 그럼에도 월남전은 신제국주의의 악을 세계에 고발하는 데 성공했는데, 6.25는 세계 어느 한구석에서 일어났었던 사소한 전쟁으로 묻히고 말았다. 냉전을 빙자한 반인류적 열전이 6.25였고, 냉전시대의 가장 비인간적인 학살전이 6.25였다. 6.25에서 인류 보편성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통일의 길은 또한 멀다."

"지식인이란 온갖 모순과 갈등이 뒤엉킨 사회 속에서 진실을 발견하고, 그 진실을 옹호하고, 그 진실을 실천하고, 그 진실은 전파하는 존재여야 한다. 작가도 그 지식인에 속하는 것은 더 말할 것이 없다."

"'작가는 인류의 스승이며, 그 시대의 산소다.' '인류의 스승'이란 모범적인 작가들이 인간의 편에 서서 인간의 인간다운 사람을 위하여 진실한 작품을 써낸 결과 부여된 이름이며, '그 시대의 산소'란 모든 작가들에게 어떠한 악조건에 처해 있더라도 진실만을 말하는 작품을 쓰라는 의무와 책임을 맡기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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