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4 - 제2부 유형시대, 등단 50주년 개정판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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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독재로 만들어진 정부 주도의 무분별한 '성장 우선주의', '개발 독재', '천민자본주의'가 시작된 한국사회의 모습, 그때 모습이 진짜 잘 나타내서 그때를 살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버스 차장, 파독 광부와 간호사, 연좌제, 베트남 파병, 카튜사, 맥주홀, 가발 공장 따위.

어린 여자들이 최악의 환경에서 저임금으로 고통 받으며 일하던 그 상황을.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은 파독 광부 5천명, 파독 간호사 2천명이 차관 보증을 위한 인질 아닌 인질이었다는 사실(3년 노동). 물론 한국 보다 나은 월급을 받기 위해 그야말로 먹고 살기 위해 간 분들인데... 얼마나 힘들었을까 한 숨이 나온다. 그런 모든 분들 덕분에 지금 한국 경제가 만들어지는 발판이 되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이런 시대를 살아온 우리기에 외국인 노동자들, 이민자들, 다문화가정들에 더 마음을 내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넉넉하게 품어주는 마음이어야 하지 싶다.


"전우이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화랑담배 연기 속에 사라진 전우여" 훈련소에서 화랑담배를 받을 때부터, 그리고 그 뒤로 담배를 피울 때마다 그 애조 띠고 비장감 넘치는 노래가 들리고는 했다. 그런데 그 노래는 전쟁터가 아니라 국민학교 4~5학년 때의 기억들을 펼쳐놓았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 데 전쟁을 치르면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 그 노래를 친구들과 놀면서 어지간히도 불러댔었다."

"골프라는 생소한 운동도 그렇고, 골프장의 그 낯선 풍경은 전혀 한국이 아니었다. 그리고 땅덩이는 작은 데다 산만 많고 평지는 좁은 나라에서 골프장이 저렇게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어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며 사르르 기분이 상하기도 했다."

"무조건 두들겨 패면 군기가 산다고 생각하는 한국 군대, 그 야만적 행위는 일제시대 일본군의 학습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었다. 그때의 일들이 지금도 꿈에 나타나고 있었다. 미군은 일정 구차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질서는 잘 잡혀가고 있었다.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인지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규명할 수가 없었다."

"미군들은 그 어떤 식료품도 한국 것은 먹지 않았다. 거름으로 똥을 쓰기 때문에 모든 채소는 먹을 수 없고, 사람이 뱉은 가래를 닭이 찍어먹기 때문에 달걀도 먹어서는 안 된다는 식이었다. 그래서 미국 본토에서보다 수송비가 싸게 먹히는 일본에서 식료품을 사들이고 있었다. 일본은 6.25 때만 떼돈을 벌어들인 것이 아니라 그 뒤로도 줄기차게 한국을 이용해 돈벌이를 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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