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1 - 제1부 격랑시대, 등단 50주년 개정판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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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작가는 "소설은 현미경의 구체성으로 그리고 망원경적 총체성으로 그런 인간 세상을 비추고 밝히는 거울이고 등불은 아닐까"라고 적고 있다. 그분의 소설은 어느 하나 쉽게 쓰여진 게 아닌 것으로 이해되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우리 나라가 일제강점기 이후 민주공화국이 될 때 반민특위의 실패가 언제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수 없다. 반민특위만 제대로 역할을 했었으면 그래서 첫 단추를 제대로 꼈더라면....하는 생각에.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 역사에 가정법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 번씩 생각한다.

교과서에 실린 내용이라면 그저 공부라는 생각으로 무감하게 외우는 데 그칠텐데 제대로 된 역사 소설은 공부와 함께 재미도 있어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어 좋다. 좋은 역사 소설은 교과서를 능가하는 힘을 지니고 있으니 많이들 읽어 보면 정말 좋겠다. 

  

"들어보게 우리 군인들은 북괴군만 방어하고 있는 게 아니네. 우리가 휴전선을 지켜주니까 사람들은 후방에서 이렇게 맘 놓고 살수 있다 이거지. 국민들은 세금을 내고 이 평화를 즐길 권리를 획득했고, 우린 그 세금으로 봉급 받으며 이 평화를 지킬 의무를 부여받은거야. 사치와 향락이 지나친 점도 없진 않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의 일이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런 생활 속에서 휴식을 즐기고 멋도 내보고 싶어하면서 자유롭게 살아가는거니까 우리가 군대식의 질서와 긴장을 일반인들에게 요구하는 건 큰 잘못이지. 그러니까 사회를 향해서는 우리의 군대식 사고방식을 고쳐야 한다 그말이야."

"우리 나라가 해방되었을 때, 왜놈들 편에서 앞잽이 노릇을 했던 친일파와 민족반역자들은 대략 160만 명쯤 되었다. 근ㅁ들은 당연히 법에 따라 처벌을 했어야 하는 데 미국정에서 과거를 불문한다면서 그놈들을 다시 써먹었지. 독립투사들을 고문했던 고등계 형사 출신 놈들이 다시 경찰 노릇을 하고, 총독부 관리질을 해먹었던 놈들이 다시 공무원 노릇을 해먹근 꼴이 된 거야. 더 기막힌 건 말야. 왜놈들이 비워놓고 간 높은 자리에 그런 놈들이 승진까지되는 판이었지. 미군정은 자기들 뜻대로 남쪽을 지배하기 위해 앞잽이들이 필요했던 것이고, 꼼짝없이 감옥살이를 할 줄 알았던 그놈들은 자기들의 구세주인 군정에 충성을 다 바치고, 아주 궁합이 잘 맞았던 거야."

"혁명이란 추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 속에서 응결된 분노와 증오의 집단적 폭발이었다. 그 인식은 불투명하고 그 원망도 섞여 있었던 아버지에 대한 이해이면서 발견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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