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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시대의 지성 이어령과 ‘인터스텔라’ 김지수의 ‘라스트 인터뷰’
김지수 지음, 이어령 / 열림원 / 2021년 10월
평점 :
300쪽 조금 넘는 이 책을 읽는데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고작 300쪽 넘는 분량인데....
질문과 대답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좋은 질문과 뛰어난 답변으로 인해 읽는 가운데 생각이 많아져 속도가 잘 안난다.
'아~ 이렇게도 생각이 가능하구나' 하는 생각에.
대담으로 꾸며진 이야기인데 깊이 있는 소설을 한 권 읽은 듯한 느낌이 드는 건 나만일까?
지은이의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우러름이 곳곳에 넘쳐나는 글을 보면서 외로웠다 말씀하신 고인이 사랑 받고 사셨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탄생의 자리로 돌아간다"고 하신 그 분의 살아 온 세상. 잠시도 게으르지 않고 머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교수님이 인생이 담겨 있는 책이라 어른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내가 계속 쓰는 건 계속 실패했기 때문이야. 정말 마음에 드는 기막힌 작품을 썼다면, 머리 싸매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았을까 싶어. 나는 평생 도전이 필요한 인간이었네. 계속 쓰고 또 쓰고 다시 썼네. 강해서가 아니라 약해서 다시 하는 거라네.”
“증기기관을 만든 사람은 토머스 뉴커먼이네 와트는 그걸 개량해서 효율을 높인 사람이거든.”
“무엇이든 만장일치라면 그건 한 명과 다름없네. 국회의원이 백 명이든 2백 명이든 만장일치로 결의하면 국회의원은 한 사람이야”
“민주주의의 평등은 생각하고 말하는 자의 개별성을 인정하는 거라네. 그 사람만의 생각, 그 사람만의 말은 그 사람만의 얼굴이고 지문이야.”
“책 많이 읽고 쓴다고 크리에이티브가 나오는 것 같아? 아니야. 제 머리로 읽고 써야지. 이례로 번역은 창조지만 학술논문은 창조가 아니거든.”
“인터뷰는 대담이 아니라 상담이야. 대립이 아니라 상생이지. 정확한 맥을 잡아 우물이 샘솟게 하는거지. 그게 나 혼자 할 수 없는 inter의 신비라네.”
“우리가 감쪽같이 덮어 둔 것, 그건 죽음이라네. 모두가 죽네. 나도 자네도.”
“그리스에서 말하는 운명론이란, 있는 힘껏 노력하고 지혜를 끌어모아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받아들이라는 거야.”
“오랫동안 인터뷰어로 살아오면서 작게나마 깨달은 게 있다. 질문하는 한, 모든 사람은 배우고 성장한다는 것이다. 질문은 자기 모순적이고 연략한 인간이 이 미스터리한 세계와 대면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이며, 내가 낯선 타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였다.”
“새들을 관찰해보니, 안 먹은 놈, 배고픈 놈이 가장 입을 크게 벌린다는 거야. 어미는 입 크리를 보고 배식 순서를 안다는 거지. 제비뿐만 아니라 모든 새가 다 그렇대.”
“우리는 언어를 기반으로 생각을 하는 거야. 정리하자면 물질 그 자체가 언어가 아니라 차이의 의미가 언어란 말일세”
“인류가 생겨난 이후 처음이니ᄁᆞ. 세계화가 세계화를 막아버렸잖아. 문 닫고 이동 제한하고 마을과 마을을 봉쇄하고, 글로벌과 로컬이 한데 뒤엉킨 이 상태는 코로나의 역설이라네”
“빈자들은 늘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에 이웃의 부탁을 선선하게 들어주는 한편, 부자들은 타인의 도움이 필요 없기에 이웃을 신뢰하지도 부탁들 들어주지도 않는다고, 테이비드 데스테노라는 사회 심리학자-”
“생각을 다루는 인지론, 실천을 다루는 행위론, 표현을 다루는 판단론. 인간으로 풍부하게 누리고 살아가려면 이 세 가지 영역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하네.”
“삶의 고통은 피해가는 게 아니야. 정면에서 맞이해야지. 고통은 남이 절대 대신할 수 없어. 오롯이 자기 것이거든.”
“무운이 화살을 피하는 것이라면 문운은 대중의 가슴에 정확하게 화살을 꽂는 것이겠군요.”
“궁극적으로 인간은 타인에 으해 바뀔 수 없다네.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만족할 수밖에 없어. 그게 자족이지. 자족에 이르는 길이 자기다움이야.”
“모든 생명 가치는 교환인데, 핵심 교환은 세가지야. 첫 번째는 피의 교환이라네. 그게 사랑이고 섹스지. 사랑은 생식이라는 목적을 벗어나지 않아. 교환가치가 없다면 인간은 멸종되겠지. 그 다음은 언어 교환, 그리고 돈의 교환이라네. 돈의 교환을 통해 생산과 소비와 시장이 만들어지는거지. 세상이 복잡해 보여도 피, 언어, 돈 이 세가지가 교환 기축을 이루며 돌아가고 있어.”
“아날로그는 연속된 흐름, 파장이야. 반면 디지털은 계량화된 수치, 입자라네. 이 우주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즉 입자와 파장으로 구성돼 있어.”
“딸을 저 세상으로 보내고 나니 가장 아쉬운 게 뭔 줄 아나? ’살아 있을 때 그 말을 해줄걸‘이야. 그때 미안하다고 할걸. 그때 고맙다고 할걸....”
“왜 보고 싶었을까? 그 순간의 절실한 감정이라네.”
“신은 생명을 평등하게 만들었어요. 능력과 환경이 같아서 평등한 게 아니야. 다 다르고 유일하다는 게 평등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