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복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 인형에서 여성, 여성에서 사람으로 여성복 기본값 재설정 프로젝트
김수정 지음 / 시공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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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달아 두 번 읽은 책.

김수정, 퓨즈서울 만세!

그동안 여자옷에 대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들에 대해서 그 이유를 속시원하게 알려줘서 진짜 좋다. 왜 여자 옷엔 주머니가 없는 지, 밑 위 길이는 왜 그렇게 짧은 지, 자켓 길이는 왜 엉덩이까지 내려 오지 않는 지, 왜 잘 망가지고 꼭 드라이 클리닝을 해야 하는 지 의문투성이였는데...

가려운데 박박 시원하게 긁어 준다. 막힌 답답함이 뻥! 뚫린 느낌이다.

더구나 지은이가 옷에 대한 공부를 한 사람이고 실제로 옷을 만들어 파는 사람이라 좀더 실체가 살아 있는 내용이라 완전 잘 읽히고 후련함을 느끼게 해준다.

여자옷이 필요 이상으로 비싼 것도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지은이가 알려주는 내용을 보면 어이가 없다 못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아니 뭐 이런.... 하면서

남성복 보다 낮은 품질에 비싼 돈을 내고 사야 한다는 것, 지금도 그런 관례대로 옷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에, 그동안 잘도 속고 살았구나 하는 반성도 하면서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게 한다. 

솔직히 난 페미니즘 뭐 이런건 잘 알지 못한다. 그저 난 내가 불편한게 싫고 차별 대우 받는게 싫어서 그 차이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일뿐.

어쨌든 이 책 덕분에 많은 부분을 알게 되어 기쁘다.

최소한 여자라면 다 읽어 보면 좋겠고 생각 있는 남자라면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어떤 이유로든 차별하지 않는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 그런 세상에서 살기 위해 좀더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 새해에도 열심히 골고루 책을 읽어야 할 듯 싶다. 

책 내용은 좋은 데 진짜 아쉬운 점은 책 판형이다. 펼쳐서 보기 좋게 만들어야 하는 데 꾹꾹 눌러 펴서 읽게 만들어서. 다음 2쇄 때는 판형을 바꿔서 펼쳐 읽기 쉽게 만들면 좋겠다.

 

"남성복에 기본으로 달리는 주머니가 여성복에서는 별도로 공임을 추가해야만 넣을 수 있다."

"남성복은 착용자가 '활동성이 많은 사람'이라는 전제하에 만들어진다. 그래서 여유분이 항상 많다. 반면에 여성복은 활동성보다는 보여지는 '라인'에 초점을 두고 제작된다."

"여성복의 기본을 H라인 스커트로, 남성복의 기본을 일자 팬츠로 가르치고 있는 것이 패션계의 현실이다."

"내가 생각하는 여성복의 미래가 남성복에서는 오래된 현재였다."

"프리 사이즈라는 말을 지양하고 원 사이즈라는 단어를 사용하려고 한다."

"'핸드 메이드'라는 이름 때문에 사람이 손으로 한땀한땀 바느질해 만든 옷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사실은 원단 이름이 핸드메이드일뿐, 공장에서 제작되는 건 차이가 없다."

"벨트가 여성복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는 이유가 뭘까? 남성들이 벨트로 '몸'에 옷을 맞출 때 여성들은 오래 전부터 코르셋을 입어가며 '옷'에 몸을 맞췄기 때문이다."  

"고밀도 원단에 쌈솔 봉제가 들어간 옷은 스포츠웨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튼튼했다. 답답한 마음에 공장에 물어 봤떠니 남성들은 '활동성'이 많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활동에 제약이 없도록 옷을 튼튼하게 만든다고 했다."

"남성복은 산업혁명 이후부터 기본, 절제, 겸손을 미덕으로 살아왔고, 그래서 지금의 남성복 시장이 존재하는 것이다. 남성들은 외복에 많은 돈을 쓰지 않아도, 옷을 차려입지 않아도 충분히 권력적임을 기억해야 한다."

"나이를 기준으로 여성복을 분류하는 행태에는 여자에게 나이라는 잣대를 엄격하게 들이대는 사회의 차별적인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진정한 가치 소비란 구매자가 지향하는 가치관 혹은취향에 더해 합리적인 가격과 좋은 품질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후자가 없으면 단순 몰입 소비일 뿐이다."

"홈웨어는 맨살에 바로 입는 제품이라 촉감이 부드러운 원단을 써야 한다. 집에서 편히 입는게 목적이니 신축성이 좋고 품도 넉넉해야 한다. 그러나 땀 흡수가 되지 않거나, 보온 기능이 없거나, 피부 자극을 일으키는 원단을 쓰는 건 기본부터 잘못됐다. "

"영국의 심리학자 존 플루겔은 유행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유행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복종하는 것이다.' 유행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는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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