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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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이 책은 노벨문학상을 받았단다. 개인적으로 이 상을 받은 책들은 재미는 좀 없고 어려웠던 기억이 있어서 별로였는데... 지은이는 이 작품을 통해 "'여자'가 겪고, '여자'가 목격한, '여자'의 목소리로 들려준 '여자'의 전쟁을 이야기 한다."고 해서 읽게 되었다. 전쟁사는 대부분 승자와 남자의 시각에서 씌여졌기에. 내용은 제2차세계대전러시아와 독일의 전쟁에 참전한 소련 여성들이 어떤 마음으로 참전하고 어떻게 싸웠으며 전쟁이 끝난 후 그 사람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당시 그사람들의 마음은 어떠했는지 적고 있다. 200여명을 인터뷰하고 써 내려간 이야기라 그 양도 많고 반복되는 부분도 있지만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워 책 읽는데 좀 많이 힘이 들었다. 한국 역시 수많은 전쟁을 치뤄낸 나라이기에. 우리 조상님들이 겪었을 고통이 충분히 짐작이 가서. 전쟁은 남자들이 일으켰는데 어려운 지경에 빠지고 그 뒷감당은 여자들과 어린이들, 노인들이 한다는 게 참.... 가장 놀랐던 건 13~4세 어린 여자들이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과 공산당을 믿는 순수한 열정 하나로 그 기막힌 전쟁을 치뤄냈다는 게. 전쟁 후 일상으로 돌아오는 길이 얼마나 험했는지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

 

"우리는 너무 어린 나이에 전쟁터로 갔어. 얼마나 어렸으면 전쟁 중에 키가 다 자랐을까"

"나는 전쟁이 아니라 전쟁터의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전쟁의 역사가 아니라 감정의 역사를 쓴다. 나는 사람의 마음을 살피는 역사가다."

"사람은 전쟁터에서 가장 잘 보이고 잘 드러난다. 내면의 깊은 곳까지, 저 깊숙한 피하조직까지 모습을 드러낸다."

"다들 서둘러 병사가 됐어.... 생각하고 말고 할 새가 없었꺼든. 자신의 감정을 고민해볼 시간이 없었지"

"전쟁은 모든 게 검은색이야. 오로지 피만 다를 뿐. 피만 붉은 색이지...."

"전쟁터에서는, 말하자면 반은 사람이고 반은 짐승이어야 해. 그래야만 하지.... 목숨을 부지하고 싶다면 말이야."

"듣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차분하고 깔끔한 이야기가 된다는 것, 신중하게 해야 할 말만 골라 한다는 것. 참혹한 일이 위대한 일로, 인간 내면의 불가해하고 어두운 면이 순식간에 이해가 되고 설명이 가능한 것으로 둔갑한다."

"남자들은 전쟁에 다녀왔기 때문에 승리자요, 영웅이요, 누군가의 약혼자였지만 , 우리는 다른 시선을 받아야 했지. 완전히 다른 시선.... 우리는 승리를 빼앗겼어. 우리의 승리를 평범한 여자의 행복과 조금씩 맞바꾸며 살아야 했다고 남자들은 승리를 우리와 나누지 않았어. 분하고 억울했지.... 이해할 수 없었어.

"난 들꽃을 보면 전쟁이 떠올라. 전쟁 때 우리는 꽃을 꺽지 않았어. 꽃을 꺽는다면 그건 누군가의 장례를 치러주기 위해셔였지.... 작별을 고하려고."

"우리의 사랑은 내일을 기약할 수 있는 사랑이 아니었으니까....지금은 사랑하지만 일 분 후에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는 것을. 전쟁터에서는 모든 게 너무도 빨리 일어났어. 삶도 죽음도, 겨우 몇 년 사이에 우리는 그곳에서 인생 전체를 산 셈이지. 그런데 그걸 누구한테도 설명을 못하겠는거야. 그곳에선 시간이 다르게 흘렀다는 걸"

"각자 사연은 다르지만 사실은 모두 같은 이야기다. 어떻게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빨치산에게 빵을 주었는지, 어떻게 아이들을 보살피고 점쟁이나 집시 여인들을 찾아다니며 꿈을 해몽하고 하느님의 자비를 구했는 지, 어떻게 남편이 전쟁터에서 돌아오길 기다렸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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