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쓸모 - 흙 묻은 손이 마음을 어루만지다
수 스튜어트 스미스 지음, 고정아 옮김 / 윌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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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책을 읽을 때 기억하고 싶거나 공감이 가거나 하는 곳에 포스트잇을 붙여서 표시하고 리뷰를 작성할 때 적어 놓는 버릇이 있다. 나중에 다시금 읽으면서 잊지 않기 위해서.

이 책은 글밥도 넉넉하게 많은데다 잘 모르는 지역 환경을 적고 있어서 술술 넘어가지 않는 경향이 있다. 덕분에 책을 읽는 데 다른 때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또 이상한 것은 어떤 책 보다도 많은 부분에 표시를 하게 만든 책이기도 하다.

"정원의 쓸모"라고 해서 무겁지 않게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왠걸 읽으면서 다시 되돌아가 읽기를 몇 번씩 하게 한다. 잘 모르는 꽃이름, 나무 이름들이 나오기도 하고. 조금씩 내용이 반복되는 느낌도 들고.

내가 생각하는 한 줄은 "사람은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살 때 온전히 살 수 있다." 는 것.

상처 입고 마음을 다친 사람들에게 꽃과 나무를 가꾸는 것이 상처를 낫게 하고 온전한 나로 돌아가게 해 준다는 것. 사람이 자연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글이다.

 

단, 222쪽 두번째 줄에서 "가기"라는 단어가 두 번 쓰여서 수정이 필요하고, 315쪽 11번째 줄 "현대적이라는 것은~" 이 부분은 뭔가 자연스럽지 않다. 주어가 두 개? 좀 이상하다.

 

"슬픔은 사람을 고립시킨다. 경험이 다른 사람과 공유될 때도 마찬가지다. 가족에게 상실이 닥치면 서로 의지하지만, 그러면서도 각자가 상실감에 혼란스러워한다. 서로가 거친 감정에 다치지 않도록 보호하려는 마음이 있어서, 감정이 폭발할 때는 다른 사람들을 피하려고도 한다. 반면 나무, 물, 돌, 하늘은 인간의 감정에 무감각하지만, 우리를 거절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연은 우리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전염되지 않는 특징 덕분에 상실로 인한 외로움을 달래주는 일종의 위안이 된다."

"정원에 나가 한참 동안 일을 하다 보면 녹초가 될 수 있지만, 내면은 기이하게 새로워진다. 식물이 아니라 마치 나 자신을 돌본 듯한 정화한 느낌과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이것이 원예 카타르시스다."

"정원은 우리에게 휴식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생명의 근원적 측면들과 접촉하게 해준다."

"우리의 정서적 삶에는 복잡하고 끊임없는 돌봄과 재작업이 필요하다."

"많은 노력이 필요한 돌봄 활동은 때로 힘들기도 하지만, 중요한 신경화학적 보상이 따른다. 돌봄이 가져다 주는 평온과 만족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

"오늘날의 아이들 대부분은 자연과 단절되어져 자란다. 야외에 잘 나가지도 않는다. 실제로 최근 어린이들이 실외에서 보내는 주당 평균 시간은 최대 보안 감옥의 수감자보다도 적다."

"나무는 체계성과 영속적 생명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안전함과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모든 트라우마 치료의 첫단계는 '안전 감각의 회복'이다. 트라우마는 정신이 시간 속에서 경험을 처리하는 방식을 해친다. 과거가 계속 현재를 침범한다. 성심을 기울이는 법을 훈련하면 현재의 순간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상황을 바꿀 수 있다."

"도시 거주와 관련해서 자연이 우리에게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사회성 향상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식물과 나무가 있는 곳에서는 더 예의 바르게 행동하고 서로와 더 많이 소통한다."

"잉골드는 '환경에 대한 돌봄은 사람에 대한 돌봄과 같다. 그 일에는 깊고 개인적인이고 애정 어린 개입이 필요하다. 정신이나 신체만이 아니라 통합된 인격 전체가 개입되어야 한다'고"

"현대인은 인류라는 나무에 열린 최신의 열매일 뿐이다." - 융 -

"약물 중독은 쾌락과 보상의 경로를 손쉽게 질러감으로써, 삶 자체에 대한 애착을 포함한다."

"죽음은 언제라도 올 수 있지만 그 전까지는 삶을 살아야 한다."

"원예라는 육체 활동은 손톱 밑이 더러워지고, 우리를 흙 속에 심고, 장소와 인생 과정에 새로이 유대감을 쌓는 일이다."

"질병과 노령은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상실의 공포뿐만 아니라 고립의 공포이기도 하다."

"최초의 문화에서부터 식물과 꽃은 사람들이 삶과 죽음을 이해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삶과 죽음이 우리 생각을 형성하는 방식은 공포와 절망을 물리치는 데 도움이 된다. 해마다 봄이 돌아온다는 사실은 언제나 믿을 수 있고, 그럼으로써 우리는 죽을 때도 죽지 않고 좋은 것이 이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것이 정원이 주는 가장 영속적인 위안이다."

"시간의 흐름에 대한 우리 감각은 뇌가 저장하는 기억의 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많은 디테일에 주목해야 하는 새로운 장소나 상황에서 보내는 시간은 더 길게 느껴진다. 더 많은 기억을 저장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인터넷에서 보내는 시간은 순식간에 지난간다. 그 일에는 주의 집중이 필요하지 않고, 기억을 저장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모종 돌보기는 자신이 예전에 얼마나 돌봄을 받지 못했는지를 깨닫게 해줄 수 있다. 잡초 뽑기는 유독한 감정을 내보내는 내적 과정을 추동할 수 있고, 퇴비 더미를 만드는 일은 나쁜 일 다음에 좋은 일이 올 수 있다는 믿음을 키워줄 수 있다."

"흙은 깨끗이 치울 수 없어요. 일구어야죠."

"자연 환경은 항상 생명에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혼자이지만 고립되지 않은' 느낌을 안겨주고, 고독의 독특한 위로를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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