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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드레스 - 법과 삶의 기묘한 연금술
알비 삭스 지음, 김신 옮김 / 일월서각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남아공이라는 우리 나라 보다 더 파란만장한 나라의 헌법재판소 초대 재판관이 쓴 이 글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연 우리 법은 제대로 되어 있는가? 과거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이 법을 제대로 꼼꼼히 검토하고 비논리적이고 공감할 수 없는 부분들은 없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일제강점기에 매국노들은 현재까지 떵떵거리면서 살고 있는데 전 재산과 가족들이 미래까지도 다 받쳐서 독립운동을 한 운동가들의 후손들이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뭔가 단단히 잘못 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광중 민주화 항쟁으로 희생된 분들에 대한 모습도 정당하지 않은 모습이기에.
책 읽는 내내 감탄과 우리를 돌아 보는 생각을 반복적으로 하면서 읽었다.
그들의 지혜로움과 집단 지성을 활용한 법 해석 및 판결 등에 대해서 우리도 배워야 할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을 읽다 보면 우리 나라에서도 상당히 민감한 문제들에 대해서 판결하기 위해 연구 및 고민한 흔적들이 넘쳐난다. 동성 결혼, 에이즈 보유자의 취업, 일부다처인 경우의 유산 관련 등등...
판결문을 읽는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공감할 수 있도록 작성한다는 데 있어 재판관으로서의 자격이 충분함을 느끼게 한다. 우리 나라 법률 용어만 해도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형태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그들만의 용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법을 어렵게 느끼게 하는 걸 보면서 우린 언제 일제강점기이 잔재를 다 털어 버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또 하나는 5.18 광주항쟁을 사법 처리하는 데 있어 남아공의 진실화해위원회와 같은 방밥을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은 부분 새겨야 할 내용이라 생각했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다음 글귀들이다.
"우리의 적은 한 개인이나 국민이 아니라 정의롭지 못한 시스템이었다."
"실제 재판 과정은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가설들로 시작해 의심과 논쟁의 거대한 터널을 지난 후 어떠한 실수의 가능성도 없다고 생각되는 마지막 순간에 확신에 찬 판결문을 작성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보고서는 악행들이 어떻게 묵과되고 퍼져 나갔는지에 대해 관해 심도 깊은 성찰을 보여주었다. 나아가 그러한 악행의 재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적 장치와 문화가 필요한지에 관해서도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었다. 그것이 진실화해위원회의 가장 큰 목적이었다. 단순히 과거의 고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극도로 정의롭지 못한 사왕이 발생하고 번져나갈 수 있었던 조건을 분석하고 공표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두번 다시 그런 정의롭지 못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항상 헌법이라는 눈금자를 들고 취해진 조치들을 평가했다. 인간 존엄성과 자유, 평등에 기초한 열린 민주사회에서 허용되거나 허용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헌법의 잣대를 가지고 평가했다. 헌법의 잣대를 적용할 때 우리는 가능한 멀리 그리고 가능한 넓게 눈금을 벌리고 다른 나라의 법적 추론과 사법적 관행으로부터 가능한 한 많은 교훈을 도출해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판결문의 독자들이 우리가 심리한 요소가 무엇인지, 어떤 요소가 판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판결문을 작성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