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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산다는 것 -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게 관계로부터 담담하게
이모겐 로이드 웨버 지음, 김미정.김지연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그리고 우리는 누구를 위해 살아가는가. 아마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은 가족이나 배우자, 애인, 친구 등 주변인의 이름을 대겠지만, 궁극적으로 생각해보자. 나를 누구를 위해 살아가는가, 아마 '나 자신'이 아닐까? 묘한 눈빛으로 돌아보며 '저는 소중하니까요'라고 말하는 어느 광고의 카피처럼 '나'는 소중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가족이나 친구같이 친밀한 주변인과의 관계와 그들의 조력을 발판삼아 나 자신의 안위와 행복을 위해 노력하며 살아간다. 맛있는 식사로 나의 입을 위하고, 근사한 옷과 신발로 나의 몸을 위하고, 공부나 독서같은 지적활동으로 나의 마음과 사회적 위치를 위한다. 하지만 요즘같이 변수가 많은 세상에서 최대한 나를 위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어디 쉬운일일까. 나를 위하며 살아가기엔 직장, 결혼, 집, 돈 같은 류의 변수가 너무 많다. 그래서 <나를 위해 산다는 것>의 저자는 이러한 변수의 늪을 훌륭히 헤쳐나갈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 주겠다고 나선다.
<나를 위해 산다는 것>의 저자는 기본적으로는 '하루하루 덧없이 시간을 흘려 보내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를 위해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말하면서 주된 타겟은 '싱글녀'로 삼고 있다. 싱글녀가 진정 스스로를 위해 살아갈 수 있도록 직업, 남자, 친구, 집, 가족, 건강 등의 분야를 관리하는 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연애를 하지 않으면 쑥맥으로 오해받고 커플들의 틈바구니에서 외롭게 생존해야만 하는 싱글녀들에게 혼자라는 건 생각보다 즐겁고 이득 넘치는 일이다! 라고 말한다. 직장을 다님에 있어서 가정 때문에 발목 잡힐 일도 없고, 이성과 열정적인 혹은 자유분방한 관계를 즐길 수도 있고, 집을 온전히 나만의 스타일로 꾸밀 수도 있다는 등의 '싱글녀는 이래서 좋다!' 하는 근거도 있다.
물론 싱글녀라고 해서 늘 좋지만은 않다. 커플에게 치이는 일은 다반사에 결혼과 미래에 대한 가족의 잔소리가 싱글녀의 심신을 괴롭게 하며 이 모든 걸 쿨하게 넘길 때쯤엔 황금같은 주말에 방바닥만 긁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까짓 몇몇 단점이 대수랴. 저자가 책을 통해 풀어놓는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싱글의, 특히 싱글녀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한때 자주 회자되었던 '골드미스'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지 않아도, 단지 싱글녀의 위치로만 삶을 꾸려나가도 담백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저자 덕분이다.
하지만 저자의 매력적인 문장들도 때론 거칠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저자와 우리나라 독자와의 문화권이 확연하게 때론 미묘하게 다른 관계로, 직장에서의 처신이나 남자와의 관계를 다루는 부분 등에 있어서는 흠칫할 만한 부분이 더러 있었다. 게다가 싱글녀를 무시하는 커플인구의 기득권(?)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거부감을 드러내면서 커플에 대한 싱글의 우월함을 말하는 몇몇 부분에서는, 커플에 대한 싱글의 역차별이 아닌가 싶은 느낌도 들었다.
저자는 싱글이라는 위치가 매우 좋은 위치라고 하면서도 어째서 남자와의 관계에 대한 페이지가 꽤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지 의문이지만, 어쨌든 <나를 위해 산다는 것>은 우리가 살면서 내가 정말 나를 위한 선택을 하고 있는지, 타인의 시선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위축되어 있지는 않은지 등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커피 한잔을 놓고 지루하지 않게 읽어 내려 갈 만한 발랄한 문체로 이야기하는 '삶의 지침'은 때론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것을 재확인하는 데에 그치는 소재도 있지만, 그 재확인을 재미있게 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나'를 사랑하는, '나'를 위해 살아가는 이야기를 한번쯤 더 귀담아 듣는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