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부의 전쟁 in Asia
최윤식.배동철 지음 / 지식노마드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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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는 넓다. 넓은 물리적 크기만큼이나 다양한 정치 경제 문화 등의 각 분야에서 매일 수십 수백건의 이슈가 생겨나고 있으며, 이러한 이슈들은 그 자체로 폭발적인 파급력을 지니거나 한데 뭉뚱그려져 복잡한 현상을 만들어 낸다. 이는 각 국가의 관계가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지금, 특정 국가 뿐이 아닌 세계의 국가에 영향을 준다. 이는 국가별, 대륙별 등의 단편적 공간에서 문제상황에 직면하고 해결했던 과거의 모습과는 전혀 달라진 현재, 우리는 더이상 우리가 속한 동북아시아만을 무대로 생각하면 안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동북아시아에서 나아가면 아시아 전체가 있고 유럽과 아프리카 등 전세계가 있으며, 그 뒤로는 무한한 우주라는 무대가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에서 우리가 현재 차지한 입지만을 무기삼아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러한 이유를 설명하고 문제상황과 돌파구를 제시하는 것이 바로 <2020 부의 전쟁 in Asia>다. 책은 세계가 시간이 갈수록 빠르게 변화하며 복잡다단한 위기를 만들어 내는 상황에서, 사회시스템적 위기 등 우리가 직면한 혹은 직면할 위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출산 고령화사회의 버거움을 해결할 시스템의 부재, 베이비붐 세대의 위기, 부동산 버블, 환경문제, 복지예산의 버거운 증대와 지방정부의 재정난에 이르기까지 자칫 우리나라를 '잃어버린 10년'에 빠뜨릴 수 있는 다양한 위기를 제시한다. 특히 거대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세계시장에서 우리가 이러한 위기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세계화의 파고 속에서 거뜬히 살아남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 또한 다룬다.

 우리는 지난 2008년의 미국발 금융위기를 통해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라는 말이 틀린 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바다 건너 저 멀리의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계의 작은 균열은 철벽같아 보였던 세계경제의 파열을 불러 왔다. 그 덕에 우리나라도 적지 않은 손해를 입었고 진화에 애를 먹었으며, 그 후유증은 지금까지도 전세계가 앓고 있다. 강 건너에 불이 났지만 내 초가삼간에까지 불이 붙어버리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쉴 새 없이 이슈가 생겨나는 불확실한 세상이니 이보다 더한 위기가 없으리란 보장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당면한 위기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체력을 든든히 다져놓아야 한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책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조선업, IT산업, 반도체산업 등에서 '일단'은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치열한 경쟁의 세계에서 순위가 단기간에 엎치락뒤치락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전세계 조선업의 점유율이 일본에서 우리나라,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무게중심을 비교적 단기간 내에 옮겨간 것만 보아도 그렇다. 모든 것은 그저 앞으로 나아갈 뿐, 영원한 1등은 없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위기감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해주는 존재다. 외환보유액의 급증, 조선업의 빠른 성장 등의 호재를 등에 업고 이미 세계무대에선 미국과 더불어 G2의 입지를 꿰차고 있다. 더이상 인터넷 유머란에서 '대륙의 000' 시리즈로 웃음거리를 삼을 만한 나라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중국은 '대륙의 000' 같은 과감한 면모로 지금의 위치에 서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 대륙 시리즈를 보며 웃음을 앞세우기 보다 신중하게 탐구해야 하는 때가 온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의 위기와 그에 대한 대처는 굉장히 중요하다. '세계의 반장'을 자처했던 미국의 힘이 과거에 비해 비교적 약해지고 유럽통합이라는 목표로 뭉쳤던 유럽조차 유로화의 위기로 그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지금, 아시아는 점차 존재감을 키워나가고 있으며 그 중심에 중국 일본 등과 더불어 우리나라가 있기 때문이다. 더이상 우리나라는 과거 차관을 얻기 위해 타국에 간호사와 광부를 보내고, 외국으로부터 구호물자를 지원받던 나라가 아니다. G20 회의의 의장국이 될 정도의 발판을 마련하고 강한 입지를 다져놓은 국가로서 그에 걸맞는, 예리하면서도 거침없는 행보가 필요하다.

 책을 읽은 후, 어쩌면 논지가 지독하게 부정적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을 외면하면서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책은 우리에게 선택을 하게 한다. 겨울이라는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부지런히 준비하는 개미가 될 것인지, 혹한 앞에서 굶거나 얼어 죽을 것을 알면서도 기타치고 노래하며 허송세월하는 배짱이가 될 것인지. 선택은 앞으로를 살아나갈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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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맛보기 - 미슐랭도 모르는 유럽의 진짜 음식 이야기
김보연 글 사진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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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엔 맛있는 음식들이 백사장의 모래알만큼이나 많다. 당장 우리나라의 고유한 음식만 하더라도 세세히 따지자면 그 종류가 수십 수백가지는 될 터인데, 그 범위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 등 세계까지 이른다면 매일 각각의 음식을 한가지씩 먹어대도 수년은 훌쩍 흘러갈 것이다. 그만큼 음식의 종류는 많다. 그렇기에 음식을 업으로 삼는 요리사나 미식가가 아니고서야 일반인들이 다양한 음식을 접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아마도 이러한 이유로 음식을 다루는 책이 꽤 출간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직접 맛보지 못한다면, 단숨에 혹은 찬찬히 텍스트를 통해 음식을 음미해 보는 것도 맛있는 음식을 정복(?)하는 간편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유럽 맛보기>도 우리의 '음식정복'에 일조할 만한 책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구절을 본따 "좋은 음식은 여행을 하지 않는 법이다."라는 문장을 만들어 모토로 삼은 이 책의 작가는 떠나고 싶을 때는 망설임 없이 떠나 타국의 곳곳, 화려한 볼거리와 뒷골목 밥집을 누비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이다. 작가 소개글에 나온 것처럼 이 책도 '잘 다니던 회사를 박차고 나와 백일 동안 유럽 6개 도시 300개 넘는 맛집을 찾아' 다닌 것이 자양분이 되어 나온 결과물일 것이다. 작가는 유럽 곳곳을 누비면서 파스타면 파스타, 빵이면 빵 등 특정 음식을 단순히 식당 테이블에 앉아 맛을 보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이 만들어진 배경이나 역사, 과정 등에 대해 직접 듣고 본 것을 먹음직한 사진과 곁들여 조각글을 썼다. 아무리 맛 좋은 음식이라도 사진 한장 없이 텍스트로만 설명된 음식은 팥소 없는 찐빵이요, 당기지 않는 글이기에 책에 자주 등장하는 사진을 매우 반갑게 보았다.

 각 음식을 다룬 조각글이 일련의 목차로 잘 정리되어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370여페이지에 이르는 약간 두께감 있는 책이니, 차근차근 읽기가 버겁다면 목차를 훑으면서 좋아하는 음식 부분을 골라 먼저 읽어보는 것도 책을 읽는 방법이 될 듯 하다. 나 역시 타르트와 마카롱, 카르보나라에 대해 쓴 부분을 먼저 읽었다. 물론 목차에 나열된 많은 음식 중에서 당기는 것이 이 세가지 뿐만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작가가 보고 듣고 음미한 유럽의 갖가지 음식을 펼쳐놓은 이 책은, 멋드러진 이국의 노천카페에 앉아 에스프레소에 독서를 곁들였다는 '허세'가 지배하는 일부 여행에세이와는 분명 다른 부분이 있다. 화려한 음식을 앞에 둔 여행자의 벅찬 감정에 치우치기보다, 화려하고 비싼 음식이든 뒷골목 식당의 손맛이 밴 음식이든 그 음식의 '진짜' 일면을 보여주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권의 책에서 유럽의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깊게 다루기엔 한계가 있기에 '겉핥기'에 그치는 면은 있다. 그렇기에 유럽 음식의 장황한 이야기를 바라는 사람보다는,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짤막한 세계여행프로그램 정도를 즐기는 사람에게 알맞은 가볍지만 담백한 여행에세이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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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산다는 것 -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게 관계로부터 담담하게
이모겐 로이드 웨버 지음, 김미정.김지연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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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그리고 우리는 누구를 위해 살아가는가. 아마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은 가족이나 배우자, 애인, 친구 등 주변인의 이름을 대겠지만, 궁극적으로 생각해보자. 나를 누구를 위해 살아가는가, 아마 '나 자신'이 아닐까? 묘한 눈빛으로 돌아보며 '저는 소중하니까요'라고 말하는 어느 광고의 카피처럼 '나'는 소중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가족이나 친구같이 친밀한 주변인과의 관계와 그들의 조력을 발판삼아 나 자신의 안위와 행복을 위해 노력하며 살아간다. 맛있는 식사로 나의 입을 위하고, 근사한 옷과 신발로 나의 몸을 위하고, 공부나 독서같은 지적활동으로 나의 마음과 사회적 위치를 위한다. 하지만 요즘같이 변수가 많은 세상에서 최대한 나를 위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어디 쉬운일일까. 나를 위하며 살아가기엔 직장, 결혼, 집, 돈 같은 류의 변수가 너무 많다. 그래서 <나를 위해 산다는 것>의 저자는 이러한 변수의 늪을 훌륭히 헤쳐나갈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 주겠다고 나선다.

 <나를 위해 산다는 것>의 저자는 기본적으로는 '하루하루 덧없이 시간을 흘려 보내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를 위해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말하면서 주된 타겟은 '싱글녀'로 삼고 있다. 싱글녀가 진정 스스로를 위해 살아갈 수 있도록 직업, 남자, 친구, 집, 가족, 건강 등의 분야를 관리하는 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연애를 하지 않으면 쑥맥으로 오해받고 커플들의 틈바구니에서 외롭게 생존해야만 하는 싱글녀들에게 혼자라는 건 생각보다 즐겁고 이득 넘치는 일이다! 라고 말한다. 직장을 다님에 있어서 가정 때문에 발목 잡힐 일도 없고, 이성과 열정적인 혹은 자유분방한 관계를 즐길 수도 있고, 집을 온전히 나만의 스타일로 꾸밀 수도 있다는 등의 '싱글녀는 이래서 좋다!' 하는 근거도 있다.

 물론 싱글녀라고 해서 늘 좋지만은 않다. 커플에게 치이는 일은 다반사에 결혼과 미래에 대한 가족의 잔소리가 싱글녀의 심신을 괴롭게 하며 이 모든 걸 쿨하게 넘길 때쯤엔 황금같은 주말에 방바닥만 긁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까짓 몇몇 단점이 대수랴. 저자가 책을 통해 풀어놓는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싱글의, 특히 싱글녀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한때 자주 회자되었던 '골드미스'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지 않아도, 단지 싱글녀의 위치로만 삶을 꾸려나가도 담백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저자 덕분이다.

 하지만 저자의 매력적인 문장들도 때론 거칠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저자와 우리나라 독자와의 문화권이 확연하게 때론 미묘하게 다른 관계로, 직장에서의 처신이나 남자와의 관계를 다루는 부분 등에 있어서는 흠칫할 만한 부분이 더러 있었다. 게다가 싱글녀를 무시하는 커플인구의 기득권(?)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거부감을 드러내면서 커플에 대한 싱글의 우월함을 말하는 몇몇 부분에서는, 커플에 대한 싱글의 역차별이 아닌가 싶은 느낌도 들었다.

 저자는 싱글이라는 위치가 매우 좋은 위치라고 하면서도 어째서 남자와의 관계에 대한 페이지가 꽤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지 의문이지만, 어쨌든 <나를 위해 산다는 것>은 우리가 살면서 내가 정말 나를 위한 선택을 하고 있는지, 타인의 시선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위축되어 있지는 않은지 등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커피 한잔을 놓고 지루하지 않게 읽어 내려 갈 만한 발랄한 문체로 이야기하는 '삶의 지침'은 때론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것을 재확인하는 데에 그치는 소재도 있지만, 그 재확인을 재미있게 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나'를 사랑하는, '나'를 위해 살아가는 이야기를 한번쯤 더 귀담아 듣는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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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나게 시니컬한 캄피 씨
페데리코 두케스네 지음 / 이덴슬리벨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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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에게서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난 이 회사가 좋아서 미칠 것 같아! 매일 나가서 이 한몸 바쳐 일을 하고 싶어!"일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이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하는 과장이 아니다. 번지르르한 건물로 출근을 하는 이든, 소박한 규모의 직장에 출근을 하는 이든 간에 나는 그 누구에게도 위와 같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사실 그럴 만도 하다. 적성에 맞아서, 보람 있어서 혹은 일단 돈을 벌고 봐야겠기에 우리는 취직을 하고 출근을 하지만, '노는 일(?)'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즐겁기만 하겠는가. 고되고 답답하며 때론 화나는 일을 하면서 어쩌다 즐겁고 어쩌다 웃으며, 누군가 직장생활에 대해 물으면 "로또에 당첨되면 당장 그만둘테다."라는 한(?) 서린 대답을 하는 게 보통일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자 주인공인 <눈물나게 시니컬한 캄피씨> 또한 그렇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꽤 잘 나가는 로펌에서 기업관련 법률 업무 파트에서 일하는 안드레아 캄피는 정말 '눈물나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변호사다. 주로 기업간 합병 업무에 임하면서 두툼한 계약서의 문장 하나, 단어 하나에 벌벌 떨어야 하는 업무의 특성 덕분에 그는 일 외의 영역에는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다. 모두가 즐겁다는 크리스마스를 목전에 놓고도 일 때문에 애인과 충돌하는 통에 연애는 고사하고 한번의 데이트조차 맘 놓고 할 수 없으며, 이젠 일상이 되어버린 야근 덕분에 몸은 천근만근이어서 다른 취미생활조차 그에겐 허락되지 않는다. '변호사'라는 타이틀 외에는 변변하게 주어진 것이 없는 그의 메마른 삶을 유머라는 양념으로 잔뜩 버무려서 내놓은 것이 바로 이 책, <눈물나게 시니컬한 캄피씨>다.

 얼핏 들어서는 팍팍하기만 할 것 같은 그의 삶에도 구원의 빛은 몇줄기 있었으니, 바로 그의 동료들과 황당한 업무 등을 둘러싼 각종 에피소드들이다. 연일 일에 치여 잠 잘 시간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그의 신경을 긁어놓는 이른 아침의 소음에 대처하는 캄피의 방법이나 엉뚱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동료들과 헛소리만 늘어 놓는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자신이 원하는 대로 부하직원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진 듯한 캄피의 상사 주세페가 등장하는 이야기 등은, 단순히 사건만을 전달하기 보다 캄피만의 유머와 비꼬기 등을 통해 맛있게 풀어낸 재치있는 에피소드로 둔갑한다.

 자칫하면 과중한 업무에 지친 한 직장인의 지루한 한탄으로 흘러갈 뻔 했던 이 책은, 주인공 안드레아 캄피의 현란한(?) 말재주 덕에 쳇바퀴에 갇힌 듯한 직장생활의 반복을 '캄피식 유머'로 승화(?)시킨다. '저 동료는 대체 왜 저러는 거야?!', '저놈의 상사 또 시작이구만!' 하면서 공감하는 맛에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우리의 모습에 겹쳐지는 '열혈 직장인' 캄피의 모습을 보며 응원하는 자신을 발견할 지도 모른다. 유머는 만국공통어라지만 아무래도 우리와 문화의 차이는 있기에 간혹 이해할 수 없는 유머코드도 등장하긴 하지만, 그조차도 가볍게 웃고 넘기면서 업무의 산을 넘고 연애의 바다를 거침없이 헤엄치는 캄피의 이야기에 빠져들어보자. 가뜩이나 일하기 어렵고도 귀찮은 팍팍한 여름, 캄피의 이야기가 손 안의 시원한 휴양지가 되어 줄 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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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퍼홀릭 2 : 레베카, 맨해튼을 접수하다 - 합본 개정판 쇼퍼홀릭 시리즈 2
소피 킨셀라 지음, 노은정 옮김 / 황금부엉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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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여자, 레베카 블룸우드! 생각보다 위험천만하다. 보통의 여자들보다 쇼핑을 조금 더 좋아해서 쇼핑에 조금 더 많은 시간과 돈을 할애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한 나의 예상을 보기 좋게 날려버렸다. <쇼퍼홀릭 1>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빚더미 속에서도 우아한 스카프와 아찔한 킬힐에 목숨 걸던 그녀의 모습은 <쇼퍼홀릭 2>에서도 여전히 건재(?)하다. 1권에서 내내 시달린 빚더미를 간신히 해결한 것도 잠시, 이제 조금 절제하나 했더니 예쁜 코사지가 달린 샌들 앞에서 너무도 쉽게 무너져버린다. 여기서 끝났으면 좋았을 테지만, 역시 레베카는 레베카다. '예쁜 코사지가 달린 샌들'은 절제를 해야 하는 그녀에게 작은 실수가 아니었다. 앞으로 이어질 거대한 쇼핑 행렬의 서막이었을 뿐이다.

 사건의 발단은, 레베카의 연인인 루크와의 뉴욕출장을 위해 짐을 꾸리는 것이었다. 집안의 구석구석을 무절제한 쇼핑에서 건져 온 전리품들로 채워넣은 그녀지만, 그래도 사고 싶고 필요한 물건은 넘쳐났다. 결국 자신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라는 자기합리화를 통해 샌들을 손에 넣었지만 앞서 말했듯 이것은 하나의 시작이었을 뿐이다. 루크와 뉴욕으로 건너간 레베카는 루크가 업무를 보는 사이 혼자 남은 시간의 대부분을 쇼핑에 사용한다. 점원의 꼬드김에 넘어가 구입한 디자이너의 드레스나 니트부터 시작해서 연필이나 축하문구가 새겨진 카드까지 품목도 다양하다. 물론 가격도 제대로 보지 않고 장바구니에 담아대고 결제할 땐 최종금액도 제대로 살피지 않는 그녀답게, 쇼핑에 쓰는 금액도 다양한 품목만큼이나 엄청나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났으면 좋았을 것이다. 루크는 자신의 일을 멋지게 해내고, 레베카는 원하던 물건들은 잔뜩 품에 안을 수 있어서 좋고! 하지만 끝나기엔 아직 멀었고, 레베카에게는 가혹한(?)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무리해도 한참 무리했던 쇼핑중독 덕분에 그녀의 재무상태는 또다시 엉망이 되고, 이런 재무상태로 아침방송에서 재테크 상담을 해주는 출연자로 일하고 있었다는 이중적인 레베카의 생활은 도마 위에 오르게 된다. 그야말로 '제 버릇 남 못 준다'라는 옛속담이 실현되는 것이다.

 레베카가 처음 곤란한 처지에 빠지게 될 때 까지만 보면 한편으로 그녀를 동정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잘못된 소비생활을 한 건 분명하지만 여기저기서 손가락질을 하고 두드려 댈 만큼의 잘못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그녀가 대처하는 모양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1권부터 자신의 낭비벽으로 일을 당하고, 당하고, 또 당하고도 어떻게든 잘 될거란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괜히 남탓만 하는 그녀의 처세를 보고 있자면, 황당하다 못해 '대체 레베카의 뇌구조는 어떻게 생긴거야!' 하는 말이 절로 나오기 때문이다. 자신의 씀씀이에 대해 '진정한' 반성을 하기는 커녕, 돈을 갚지 않으면 더 한도를 내어줄 수 없다는 은행담당자에게 비꼬는 말을 퍼붓지를 않나, 방송국이라는 이익집단에서 이익대로 움직여야 했던 직원들을 파렴치한으로 몰기 일쑤다. 자신의 낭비벽이 불러올 수 밖에 없었던 사태를 '난 조금 잘못했을 뿐인데 치사한 사람들이 나를 마구 몰아세우는 상황'으로 규정해버리는 모양새에 잠시 심기가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그녀의 쇼핑담에 눈을 반짝이고 때론 그녀의 처세에 얼굴을 찌푸리며 책장을 넘기는 사이, 레베카의 두번째 쇼핑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과연 아찔하면서 위험천만한 레베카의 쇼핑담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부딪힌 악재를 내가 읽으며 받은 느낌처럼 얄밉게 헤쳐나가는지 혹은 당차게 헤쳐나가는지 확인해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그녀의 쇼핑길에 동행해보자. 레베카 블룸우드의 처세법이 때론 얄밉더라도, 그녀의 쇼핑만큼은 눈이 휙휙 돌아갈만큼 재미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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