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퍼홀릭 2 : 레베카, 맨해튼을 접수하다 - 합본 개정판 쇼퍼홀릭 시리즈 2
소피 킨셀라 지음, 노은정 옮김 / 황금부엉이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이 여자, 레베카 블룸우드! 생각보다 위험천만하다. 보통의 여자들보다 쇼핑을 조금 더 좋아해서 쇼핑에 조금 더 많은 시간과 돈을 할애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한 나의 예상을 보기 좋게 날려버렸다. <쇼퍼홀릭 1>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빚더미 속에서도 우아한 스카프와 아찔한 킬힐에 목숨 걸던 그녀의 모습은 <쇼퍼홀릭 2>에서도 여전히 건재(?)하다. 1권에서 내내 시달린 빚더미를 간신히 해결한 것도 잠시, 이제 조금 절제하나 했더니 예쁜 코사지가 달린 샌들 앞에서 너무도 쉽게 무너져버린다. 여기서 끝났으면 좋았을 테지만, 역시 레베카는 레베카다. '예쁜 코사지가 달린 샌들'은 절제를 해야 하는 그녀에게 작은 실수가 아니었다. 앞으로 이어질 거대한 쇼핑 행렬의 서막이었을 뿐이다.

 사건의 발단은, 레베카의 연인인 루크와의 뉴욕출장을 위해 짐을 꾸리는 것이었다. 집안의 구석구석을 무절제한 쇼핑에서 건져 온 전리품들로 채워넣은 그녀지만, 그래도 사고 싶고 필요한 물건은 넘쳐났다. 결국 자신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라는 자기합리화를 통해 샌들을 손에 넣었지만 앞서 말했듯 이것은 하나의 시작이었을 뿐이다. 루크와 뉴욕으로 건너간 레베카는 루크가 업무를 보는 사이 혼자 남은 시간의 대부분을 쇼핑에 사용한다. 점원의 꼬드김에 넘어가 구입한 디자이너의 드레스나 니트부터 시작해서 연필이나 축하문구가 새겨진 카드까지 품목도 다양하다. 물론 가격도 제대로 보지 않고 장바구니에 담아대고 결제할 땐 최종금액도 제대로 살피지 않는 그녀답게, 쇼핑에 쓰는 금액도 다양한 품목만큼이나 엄청나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났으면 좋았을 것이다. 루크는 자신의 일을 멋지게 해내고, 레베카는 원하던 물건들은 잔뜩 품에 안을 수 있어서 좋고! 하지만 끝나기엔 아직 멀었고, 레베카에게는 가혹한(?)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무리해도 한참 무리했던 쇼핑중독 덕분에 그녀의 재무상태는 또다시 엉망이 되고, 이런 재무상태로 아침방송에서 재테크 상담을 해주는 출연자로 일하고 있었다는 이중적인 레베카의 생활은 도마 위에 오르게 된다. 그야말로 '제 버릇 남 못 준다'라는 옛속담이 실현되는 것이다.

 레베카가 처음 곤란한 처지에 빠지게 될 때 까지만 보면 한편으로 그녀를 동정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잘못된 소비생활을 한 건 분명하지만 여기저기서 손가락질을 하고 두드려 댈 만큼의 잘못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그녀가 대처하는 모양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1권부터 자신의 낭비벽으로 일을 당하고, 당하고, 또 당하고도 어떻게든 잘 될거란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괜히 남탓만 하는 그녀의 처세를 보고 있자면, 황당하다 못해 '대체 레베카의 뇌구조는 어떻게 생긴거야!' 하는 말이 절로 나오기 때문이다. 자신의 씀씀이에 대해 '진정한' 반성을 하기는 커녕, 돈을 갚지 않으면 더 한도를 내어줄 수 없다는 은행담당자에게 비꼬는 말을 퍼붓지를 않나, 방송국이라는 이익집단에서 이익대로 움직여야 했던 직원들을 파렴치한으로 몰기 일쑤다. 자신의 낭비벽이 불러올 수 밖에 없었던 사태를 '난 조금 잘못했을 뿐인데 치사한 사람들이 나를 마구 몰아세우는 상황'으로 규정해버리는 모양새에 잠시 심기가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그녀의 쇼핑담에 눈을 반짝이고 때론 그녀의 처세에 얼굴을 찌푸리며 책장을 넘기는 사이, 레베카의 두번째 쇼핑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과연 아찔하면서 위험천만한 레베카의 쇼핑담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부딪힌 악재를 내가 읽으며 받은 느낌처럼 얄밉게 헤쳐나가는지 혹은 당차게 헤쳐나가는지 확인해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그녀의 쇼핑길에 동행해보자. 레베카 블룸우드의 처세법이 때론 얄밉더라도, 그녀의 쇼핑만큼은 눈이 휙휙 돌아갈만큼 재미있으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