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나게 시니컬한 캄피 씨
페데리코 두케스네 지음 / 이덴슬리벨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에게서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난 이 회사가 좋아서 미칠 것 같아! 매일 나가서 이 한몸 바쳐 일을 하고 싶어!"일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이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하는 과장이 아니다. 번지르르한 건물로 출근을 하는 이든, 소박한 규모의 직장에 출근을 하는 이든 간에 나는 그 누구에게도 위와 같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사실 그럴 만도 하다. 적성에 맞아서, 보람 있어서 혹은 일단 돈을 벌고 봐야겠기에 우리는 취직을 하고 출근을 하지만, '노는 일(?)'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즐겁기만 하겠는가. 고되고 답답하며 때론 화나는 일을 하면서 어쩌다 즐겁고 어쩌다 웃으며, 누군가 직장생활에 대해 물으면 "로또에 당첨되면 당장 그만둘테다."라는 한(?) 서린 대답을 하는 게 보통일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자 주인공인 <눈물나게 시니컬한 캄피씨> 또한 그렇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꽤 잘 나가는 로펌에서 기업관련 법률 업무 파트에서 일하는 안드레아 캄피는 정말 '눈물나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변호사다. 주로 기업간 합병 업무에 임하면서 두툼한 계약서의 문장 하나, 단어 하나에 벌벌 떨어야 하는 업무의 특성 덕분에 그는 일 외의 영역에는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다. 모두가 즐겁다는 크리스마스를 목전에 놓고도 일 때문에 애인과 충돌하는 통에 연애는 고사하고 한번의 데이트조차 맘 놓고 할 수 없으며, 이젠 일상이 되어버린 야근 덕분에 몸은 천근만근이어서 다른 취미생활조차 그에겐 허락되지 않는다. '변호사'라는 타이틀 외에는 변변하게 주어진 것이 없는 그의 메마른 삶을 유머라는 양념으로 잔뜩 버무려서 내놓은 것이 바로 이 책, <눈물나게 시니컬한 캄피씨>다.

 얼핏 들어서는 팍팍하기만 할 것 같은 그의 삶에도 구원의 빛은 몇줄기 있었으니, 바로 그의 동료들과 황당한 업무 등을 둘러싼 각종 에피소드들이다. 연일 일에 치여 잠 잘 시간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그의 신경을 긁어놓는 이른 아침의 소음에 대처하는 캄피의 방법이나 엉뚱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동료들과 헛소리만 늘어 놓는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자신이 원하는 대로 부하직원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진 듯한 캄피의 상사 주세페가 등장하는 이야기 등은, 단순히 사건만을 전달하기 보다 캄피만의 유머와 비꼬기 등을 통해 맛있게 풀어낸 재치있는 에피소드로 둔갑한다.

 자칫하면 과중한 업무에 지친 한 직장인의 지루한 한탄으로 흘러갈 뻔 했던 이 책은, 주인공 안드레아 캄피의 현란한(?) 말재주 덕에 쳇바퀴에 갇힌 듯한 직장생활의 반복을 '캄피식 유머'로 승화(?)시킨다. '저 동료는 대체 왜 저러는 거야?!', '저놈의 상사 또 시작이구만!' 하면서 공감하는 맛에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우리의 모습에 겹쳐지는 '열혈 직장인' 캄피의 모습을 보며 응원하는 자신을 발견할 지도 모른다. 유머는 만국공통어라지만 아무래도 우리와 문화의 차이는 있기에 간혹 이해할 수 없는 유머코드도 등장하긴 하지만, 그조차도 가볍게 웃고 넘기면서 업무의 산을 넘고 연애의 바다를 거침없이 헤엄치는 캄피의 이야기에 빠져들어보자. 가뜩이나 일하기 어렵고도 귀찮은 팍팍한 여름, 캄피의 이야기가 손 안의 시원한 휴양지가 되어 줄 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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