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맛보기 - 미슐랭도 모르는 유럽의 진짜 음식 이야기
김보연 글 사진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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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엔 맛있는 음식들이 백사장의 모래알만큼이나 많다. 당장 우리나라의 고유한 음식만 하더라도 세세히 따지자면 그 종류가 수십 수백가지는 될 터인데, 그 범위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 등 세계까지 이른다면 매일 각각의 음식을 한가지씩 먹어대도 수년은 훌쩍 흘러갈 것이다. 그만큼 음식의 종류는 많다. 그렇기에 음식을 업으로 삼는 요리사나 미식가가 아니고서야 일반인들이 다양한 음식을 접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아마도 이러한 이유로 음식을 다루는 책이 꽤 출간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직접 맛보지 못한다면, 단숨에 혹은 찬찬히 텍스트를 통해 음식을 음미해 보는 것도 맛있는 음식을 정복(?)하는 간편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유럽 맛보기>도 우리의 '음식정복'에 일조할 만한 책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구절을 본따 "좋은 음식은 여행을 하지 않는 법이다."라는 문장을 만들어 모토로 삼은 이 책의 작가는 떠나고 싶을 때는 망설임 없이 떠나 타국의 곳곳, 화려한 볼거리와 뒷골목 밥집을 누비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이다. 작가 소개글에 나온 것처럼 이 책도 '잘 다니던 회사를 박차고 나와 백일 동안 유럽 6개 도시 300개 넘는 맛집을 찾아' 다닌 것이 자양분이 되어 나온 결과물일 것이다. 작가는 유럽 곳곳을 누비면서 파스타면 파스타, 빵이면 빵 등 특정 음식을 단순히 식당 테이블에 앉아 맛을 보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이 만들어진 배경이나 역사, 과정 등에 대해 직접 듣고 본 것을 먹음직한 사진과 곁들여 조각글을 썼다. 아무리 맛 좋은 음식이라도 사진 한장 없이 텍스트로만 설명된 음식은 팥소 없는 찐빵이요, 당기지 않는 글이기에 책에 자주 등장하는 사진을 매우 반갑게 보았다.

 각 음식을 다룬 조각글이 일련의 목차로 잘 정리되어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370여페이지에 이르는 약간 두께감 있는 책이니, 차근차근 읽기가 버겁다면 목차를 훑으면서 좋아하는 음식 부분을 골라 먼저 읽어보는 것도 책을 읽는 방법이 될 듯 하다. 나 역시 타르트와 마카롱, 카르보나라에 대해 쓴 부분을 먼저 읽었다. 물론 목차에 나열된 많은 음식 중에서 당기는 것이 이 세가지 뿐만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작가가 보고 듣고 음미한 유럽의 갖가지 음식을 펼쳐놓은 이 책은, 멋드러진 이국의 노천카페에 앉아 에스프레소에 독서를 곁들였다는 '허세'가 지배하는 일부 여행에세이와는 분명 다른 부분이 있다. 화려한 음식을 앞에 둔 여행자의 벅찬 감정에 치우치기보다, 화려하고 비싼 음식이든 뒷골목 식당의 손맛이 밴 음식이든 그 음식의 '진짜' 일면을 보여주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권의 책에서 유럽의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깊게 다루기엔 한계가 있기에 '겉핥기'에 그치는 면은 있다. 그렇기에 유럽 음식의 장황한 이야기를 바라는 사람보다는,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짤막한 세계여행프로그램 정도를 즐기는 사람에게 알맞은 가볍지만 담백한 여행에세이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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