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의 현상금 견인 도시 연대기 2
필립 리브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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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인 도시 연대기' 2번째 이야기, <사냥꾼의 현상금>

국내 SF소설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영국의 젊은 작가 '필립 리브'는 어찌보면 낯설다. 하지만 그가 쓴 SF소설 '견인 도시 연대기' 시리즈의 1부 <모털 엔진>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무한의 상상이 빚어낸 '도시 진화론'에 의해 도시가 도시를 잡아먹는 먼 미래의 세계, 그 속에서 펼쳐지는 음모와 모험등은 충분히 독자들로 하여금 빠져들게 만든 새로운 SF소설의 수작이었다. 그리고 올해가 가기 전 그 이야기에 이은 2부 <사냥꾼의 현상금>이 출간되면서 이 시리즈를 기다리는 이들에게 기대감을 만족시켰다. 물론 역사소설 <아서왕, 여기 잠들다>도 같은 시기에 나오면서 이목을 끌었고, 이 책 또한 읽어본 강호는 역사속 전설은 결국 '이야기'라는 어찌보면 평범한 진리를 확인하게 된다.

아무튼 가을 밤마다 미지의 상상의 세계로 안내한 '견인 도시 연대기'의 2번째 이야기 <사냥꾼의 현상금>.. 그런데, 이 SF소설은 전작 1편 <모털 엔진>과는 조금 분위기가 다르다. 1편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보니 주인공 톰과 헤스터를 위시한 각 캐릭터들이 고정화되어 도시가 도시를 잡아먹고 먹히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며 그 어떤 음모론적 서사로서 배경이 된 반면에, 2편은 우선 캐릭터들이 다양하다. 아니 1편보다 많아서 나오는 주요 인물만해도 십여 명이 넘는다. 그러면서 이 인물간의 관계가 조금은 얽히고설켜 있다. 물론 전작에서 죽은 한 인물이 중심이 되지만서도.. 
 
그런데 2편의 분위기는 웬지 동화스럽다. 동화스럽다고 해서 폄하하는게 아니다. 어른들이 보기에 유치한 아이들을 위한 동화가 아닌 그렇다고 성인스럽다는 표현이 아니라 본격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점에서.. 마치 엘리스가 훌쩍 커서 미지의 모험을 떠난 올초에 개봉한 '조니 뎁' 주연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듯 때로는 몽환적이면서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1편과 분위기가 사뭇 다른 2편의 이야기는 어떻게 시작되고 진행되는지 그 SF동화 속으로 빠져보자.

얼음도시 '앵커리지' 배경과 캐릭터의 향연장

먼저 <사냥꾼의 현상금>의 시대적 배경은 전작 <모털 엔진>에서 아주 먼 미래에 핵전쟁으로 추정되는 '60분 전쟁'으로 인해 종말을 맞은 지구는 '도시진화론'이 지배하는 세상의 연상선으로, 지표면을 달리며 작고 약한 도시들을 집어삼키던 견인 도시 런던이 '반 견인 도시' 세력을 무릎 꿇리려다 멸망하고 약 2년 후다. 그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는 메두사와 벌인 전투의 소용돌이 속에서 비행선 제니 하니버를 타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두 주인공 톰과 헤스터.. 이들이 어느덧 성인으로 자라나 이야기를 펼친다. 그리고 그 둘은 비행선 제니를 타고 또 다른 도시 사냥꾼 비행단을 피해다니는 과정에서 허풍 끼가 다분한 역사학자 '페니로얄'를 만나고 천신만고 끝에 '앵커리지'라는 얼음 썰매 도시에 도착한다.

그곳은 라스무센家의 전통을 이어받은 '프레야'라는 십 대 여왕이 시장 노릇을 하고 있는 도시로, 한때 부유하고 융성했으나 역병이 돌아 폐허로 전락한 상태다. 그런 몰락해버린 도시 앵커리지의 프레야 여왕의 이미지는 마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나오는 그 하얀 공주를 연상케하는데 손하나 까딱하지 않는 고결한 모습은 결국에는 이 도시를 예전의 영화로 다시 일으키는 과정에서 나름 적극적으로 변모하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손님 대접을 받으며 머물게 된 톰과 헤스터 그리고 페니로얄.. 여기서 페니로얄 교수는 자신이 쓴 책에서 언급한 미지의 아메리카 대륙을 말하며 앵커리지가 살길은 그 대지를 찾아 나서는 것이라 종용해 앵커리지는 그 아메리카 대륙을 찾아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러는 가운데 여왕 프레야가 톰에게 첫눈에 반한다. 톰도 마찬가지로 헤스터보다 편하고 말도 잘 통하는 프레야에게 끌린다. 이에 평소 냉소적이고 까칠한 헤스터는 둘 사이의 모습에 앙앙불락되지만 결국에 상처를 받아 그 도시를 제니를 타고 홀연히 떠나게 된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된다. 바로 헤스터는 다른 도시들이 있는 장소를 발설하면 현상금을 주는 '아크에인절'이라는 사냥꾼 도시로 제니 하니버를 타고 혼자 날아가 앵커리지가 있는 곳을 밀고한 것이다. 내용 전체의 분수령이 되는 대목이자 2편 전체 플롯의 중심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밀고를 했을까? 헤스터는 정말 돈이 필요해서일까.. 아니다. 자신이 사랑했던 애인 톰이 프레야에게 넘어가자 현상금대신 톰을 자신에게 넘기라고 요구한 것이다.

즉, 사냥꾼 도시 '아크에인절'이 얼음도시 '앵커리지'를 잡아먹고 나면 현상금 대신 톰을 자신에게 넘기라는 조건이다. 정말 위험천만한 거래가 아닐 수 없다. 단지 사랑하는 남자때문에 도시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고 만 것이다. 그러면서 돌아오는 과정에서 헤스터는 외딴 섬 '로그스 루스트'에 영문도 모른 채 불시착돼 '그린 스톰'으로 대표되는 그들에게 잡혀 문초를 당한다. 그리고 그들이 펼치는 비밀스런 실험 대상으로 삼게 되는데, 그 실험은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이 실험은 바로 기계인간 '스토커'를 대량생산하는 곳으로 바로 1편에서 죽은 여전사 '안나 팽'에 대한 부활을 꾀하는 반 견인도시 연맹 단체였던 것이다. 즉, '안나 팽'이 타고 다녔던 제니 하니버를 톰과 헤스터가 타고 다니면서 그들의 타겟이 된 것이다.

한편 톰은 헤스터가 자신때문에 떠난 죄책감에 그녀를 찾아 나서게 되면서 그 또한 앵커리지에 숨어서 남몰래 정찰하는 도둑소년들 일명 '로스트 보이'에게 납치돼 '그림 스비'라는 단체의 수장 '엉클'에게 잡히게 된다. 그리고 엉클은 톰에게 제안한다. 헤스터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알려주고 로스트 보이들과 그녀를 구하러가는 대신에 '로그스 루스트'의 일급비밀을 캐오라는 조건이었다. 이에 톰은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헤스터를 구할려는 일념에 수락해 적지 '그린스톰'으로 뛰어든다. 그런데 평소 톰을 좋았했던 '로스트 보이'의 '카울'이 그 섬을 '게 카메라'로 폭발시키면서 천신만고 끝에 톰과 헤스터는 그 섬을 탈출하게 된다.

그리고 그 둘은 아크에인절이 앵커리지 도시를 잡아 먹는 그 현장으로 달려가 그 도시를 구할려고 하는데.. 과연 그들은 착한? 앵커리지 도시를 구할 수 있을까.. 아니면 허풍쟁이 역사학자 페니로얄 말처럼 미지의 아메리카 대륙으로 향하는 그들의 목적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결국에는 톰과 프레야가 서로 좋아하는 것을 시기하며 다시 톰을 찾기위해서 자신을 잘 보살펴준 앵커리지를 밀고한 헤스터의 죄책감은 어떻게 상쇄될 것인가.. 이야기의 마지막이자 또 다른 이야기를 알리는 부분이다. 즉,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견인 도시 연대기 시리즈답게 다음 3편에서도 그들의 활약은 계속 되는 것이다.

헤스터가 중심이 된 2편, 그들의 모험은 계속된다.

이렇게 본 2편은 1편과 다른 느낌으로 우선 캐릭터들이 많아 이야기의 중심을 곳곳에서 이룬다. 두 주인공 톰과 헤스터를 위시해서 얼음도시 앵커리의 수장이자 라스무센가의 때로는 유머스런 고결함을 유지한 '프레야'와 그의 신하들, 허풍선이 역사학자 페니로얄을 통한 역사에 대한 꼬집기, 죽은 사람의 부활을 꾀하기 위한 기계인간 스토커를 만들려는 '로그스 루스트'의 '그린 스톰' 군인들, 마치 조지오웰의 <1984>의 '빅 브라더'를 연상케하는 '로스트 보이'(엉클이 항상 제일 잘 안다는 모토 아래 움직이는 물 속 도시 그림스비에 사는 일군의 고아 소년들을 지칭하는 용어) 데리고 조정하며 살고 있는 '엉클'의 캐릭터까지.. 나름 풍성한 캐릭터의 향연장이다.

그리고 이들은 각 이야기에서 중심을 이루며 그 모든 것이 톰과 헤스터와 관련지어 연결되게 된다. 그 속에는 베일에 싸인 과거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상처와 복수, 그리고 용서까지 담아내며 우리를 그 어떤 동화속으로 안내하고 있다. 물론 SF적 요소가 다분한 미래소설이기에 그 상상의 그림은 한 편의 재미난 SF영화를 방불케할 정도로 흥미 또한 만점이다. 그것은 1편에서 상처 입은 어린 영혼의 소녀 '헤스터'가 여기서는 한 뼘 더 성숙하게 나와 모든 사건이 그녀에게 맞추어져 있다. 그녀가 느꼈던 열등감과 질투심, 배신감, 죄책감, 동정심 등을 통해서 어찌보면 성장소설로 다가옴을 느끼게 된다. 즉 모든 사건의 핵심에는 헤스터의 그 '마음'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마지막에는 '밸런타인의 딸'로서 변모된 여전사의 모습까지도...

아무튼 강호는 SF소설을 즐겨 읽진 않지만, 필립 리브의 '견인 도시 연대기' 시리즈 만큼은 '닥본독'할 정도로 챙겨 읽게 된 SF소설이다. 그런 기대감은 1편 <모털엔진>과 못지않게 어찌보면 더 뛰어넘는 흥미진진한 재미로 안내한 <사냥꾼의 현상금>.. 그렇게 자극적이고 않으면서도 그 속에서 우리네 어린시절 추억의 편린을 꺼내듯 동화스런 분위기로 이끄는 이야기의 힘.. 그것에다 먼 미래에 도시가 도시를 잡아먹는 '도시진화론'에 근거한 SF적 요소까지 충만돼 우리네 머리속 상상의 세계를 이끌며 충돌질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 먼 미래긴 하지만 그 상상의 세계속에서 견인 도시들을 만나보자. 

상상이 즐거워지는 흥미진진한 여기 이야기속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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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터스 투 줄리엣 - Letters to Juli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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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노'를 능가하는 '아만다'의 사랑찾기, 올가을 감성로맨스에 빠져보자!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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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 - Detective Dee and the Mystery of the Phantom Fl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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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극 연출의 호쾌한 무협액션속 오락적인 중국역사물, 눈이 즐거운 추리활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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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라면 아니,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Q정전>, <광인일기>의 '루쉰'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루쉰(1881~1936)은 고인이 된지 오래된 작가로서 그는 그 어떤 상징적 인물로 자리매김한 작가다. 그래서 좀더 대중적으로 현 시대를 같이 살고 있는 중국문학의 작가라면 단연코 강호는 '위화'를 꼽고 싶다. 사실, 중국문학은 일본문학처럼 작품이나 작가가 국내에 많이 알려지진 않았다. 그래서 그 얼마 안되는 작가들 속에 '쑤퉁'도 유명하지만 '위화' 또한 돋보이는 존재로서 국내 팬들과 만나 많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위화'라는 작가는 어떤 작가일까.. 그를 간단히 정리해 보면 이렇다.



중국 현대문학의 대표적 작가 위화, 그를 읽으면 중국이 보인다.

   
  1960년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때 발치사(拔齒師)로 일했던 그는 1983년 단편소설 「첫번째 기숙사」를 발표하면서 소설가의 길에 들어섰다. 그리고 「십팔 세에 집을 나서 먼 길을 가다」 「세상사는 연기와 같다」 등 실험성 강한 중단편을 잇달아 내놓으며 중국 제3세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첫 장편소설 『가랑비 속의 외침』으로 새로운 글쓰기를 선보인 위화는 두번째 장편소설 『인생』을 통해 작가로서 확고한 기반을 다졌고, 이 작품은 장이머우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으로 ‘위화 현상’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그리고 1996년 출간한 장편소설 『허삼관 매혈기』로 세계 문단의 극찬을 받으며 명실상부한 중국 대표 작가로 자리를 굳혔고,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 『형제』가 또 한차례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998년 이탈리아의 그린차네 카보우르 문학상, 2002년 중국 작가 최초로 제임스 조이스 기금을 받았고, 2004년 미국 반스 앤 노블의 신인작가상과 프랑스 문학예술 훈장을 수상했다.    
   



이렇게 그는 60년생의 올해 50으로 나름 젊은 측에 속하는 작가다. 하지만 그가 그려낸 작품들의 세계는 젊고 싱싱하지 않은 느낌이다. 도리어 조금은 어두운 면이 있다. 그중에서 강호는 대표적인 인기 작품들중에 <허삼관 매혈기>와 <인생>을 읽으며 중국의 근현대사가 관통하는 그 속에서 한 남자의 가족사가 유머스러운 풍자와 함께 진중하게 우리네 삶의 회한과 아픔을 담아낸 진수를 느꼈던 작품들이었다. 물론 <형제> 3권으로 아직 방점을 못 찍었지만서도.. 아무튼 이런 위화의 작품을 접하고선 잠시 잊고 있었는데, 이번에 국내에 위화의 신작 <4월 3일 사건>이라는 단편집이 나왔다는 소식에 같은 느낌의 (문학동네, 조성웅 역)단편선으로 하나 더 골라서 중고로 두 권을 1.2만원에 컬렉했다. 그럼, 두 권은 어떤 책인지 간단히 소개해 본다.

먼저, <무더운 여름>은 위화가 직접 가려 뽑아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작품들을 묶은 소설집이다. 특히 이 책에 실린 여섯 작품은 위화가 1989년부터 1995년 사이에 쓴 소설들로, 초기 위화 작품에서 보이는 실험적인 경향과 그의 장편소설에서 드러나는 익살스럽고 서사 중심적인 경향이 절묘하게 만나는 지점에 있다는 소개다. 내용들은 두 여자가 한 청년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해프닝을 다룬 '무더운 여름'을 비롯하여, 한때 잘나갔지만 지금은 퇴물로 전락해버린 한 시인이 12년 전에 받았던 편지를 책 사이에서 우연히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묘한 연애 이야기 '전율', 임신을 매개로 한 어느 부부의 이야기 '다리에서', 현대 중국사회의 한 단면을 담백하게 보여주는 '그들의 아들' 등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이 책 마지막에는 위화 작가가 2002년 쑤저우 대학에서 '나의 문학의 길'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한 강연문도 함께 실려 있다. 처음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와 스승이 된 작가와 작품, 오랜 시간에 걸친 자신만의 글쓰기 훈련 과정, 선봉파 작가로 시작해 서서히 작품의 경향이 변모하게 된 이유, 자신에게 있어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내용을 담은 강연문으로서.. '위화'라는 작가를 독자들이 보다 자세히 알 수 있는 길라잡이를 제공하고 있다. 아무튼 이제 여름이 아닌 가을로 본격 접어든 시점에서 이 여섯 편의 단편집을 통해서 초기 '위화' 작품을 스타일을 만나보자.

<무더운 여름> & <4월 3일 사건>, 위화를 알 수 있는 단편집

그리고 이번에 문학동네에 신간으로 나온 <4월 3일 사건>.. 순간 우리의 '제주 4.3사건'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런 학살의 참극을 부른 사건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 작품 또한 위화가 직접 선정한 중편소설 네 편을 묶은 작으로, 1987년부터 1992년 사이에 쓴 이 작품들은 당시 이십대였던 청년 위화의 과감한 형식 실험과 삶의 근원을 탐구하고자 한 주제의식이 특히 돋보이며.. 인간 내면의 공포와 억압, 인간을 둘러싼 폭력과 죽음을 통해 우리 삶의 근원에 닿고자 한 청년 위화의 전위적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는 소개다. 각 내용은 이렇다.

표제작이기도 한 '4월 3일 사건'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와 압박에 시달리는 한 소년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소년은 자기 주위의 모든 사람들, 친구, 이웃, 심지어 부모까지도 뭔가 자신과 관련된 모종의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그래서 잔뜩 긴장한 채 모든 사람을 의심한다. 소년이 생각할 때 이 음모가 실행되는 날이 바로 '4월 3일'이다. '여름 태풍'은 예측 불가의 거대한 자연재해와 그에 맞서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고, '어느 지주의 죽음'은 중일전쟁 시기 한 시골 지주와 그의 아들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조상'은 머나먼 원시적 존재에 대한 애틋함과 두려움을 아이의 시선으로 그린 작품이라는 소개등이다.

이렇게 위화의 새로운 작품 세계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중편 작품집 <4월 3일 사건>.. 어찌보면 위의 <무더운 여름>과 같이 위화의 초기시절 그가 어떤 작가로서 나아고자 했는지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아닌가 싶다. 그것은 최고 인기작으로 구가중인 <허삼관 매혈기>, <인생>, <형제>와는 궤를 달리하는 느낌으로 다가오며.. 전통적 방식의 서사를 추구하지만 밑바닥에 깔고 있는 그 정서를 맛보는 색다른 레시피를 제공하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것은 지금의 '위화'를 있게 한 청년 위화의 전위적 작품으로서 다가올거라 예상하며, 위화를 알고 싶다면 올가을 이 두 권의 단편집을 꼭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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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0월 1주

개봉 영화 관람은 주로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보는 경우가 많다. 연인들의 데이트라면 다른 곳에 가서 볼 수도 있지만 딱히 자신이 사는 곳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웬만하면 말이다. 그런데, 강호가 살고 있는 동네에는 불행히도 극장이 없다. 시골인지라.. 그래서 차를 끌고 15분여를 가야 하는 곳에 위치해 있는 국내 유일한 이름의 극장 <싸이더스 시네마>.. 그렇다. 강호는 여기서 영화를 매주 목, 금요일에 보고 있다. 그것도 조조로 말이다. 알라딘 무비 블로거 지원금을 받아서..ㅎ 아무튼, 그래서 이번 10월에는 무슨 영화들이 나오고 또 무엇을 볼까 훑다가 기대되는 화제작 6편을 추려 보았다. 간단한 프리뷰와 함께...  

 

10월 7일 <레터스 투 줄리엣>,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


 

먼저 <레터스 투 줄리엣>이라는 영화.. 제목 때문이라도 안봐도 뻔한 로맨스물이다. 그런데, 이 영화가 끌리는 이유가 있다. 바로 여주인공 '아만도 시프리드'때문이다. 사실 그녀를 안 것은 '메간 폭스'가 뱀파이어 비스름하게 나온 <죽여줘 제니퍼>의 여자 친구역을 맡으면서 알게 됐다. 거기에서는 착하고 연애에 숙맥인척 나오는 역이었는데 마지막 반전이 있었다. 그리고 이후 <클로이>에서 미중년 '리암 니슨'을 유혹해야 하는 섹시한 클로이역을 했는데, 의뢰녀 '줄리안 무어'와 레즈까지 가면서 파국을 맞이한 이야기.. 그리고 이 두 영화 전에 <맘마미아>에서 소피역까지.. 

이렇게 그녀가 나온 영화들에서 나름 어필한 캐릭터였다. 그리고 이번에 개봉한 <레터스 투 줄리엣>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 '베로나'에서 펼치는 로맨스로 작가 지망생 '소피'로 나온다고 한다. 기존 영화들이 주연이 아닌 주조연에 가까운 역이었는데, 여기서는 여주인공으로 스크린을 책임져 나온다고 하니 기대된다. 금발에 큰 눈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여배우 '아만도 시프리드'.. 그녀만의 매력이 이 영화에 어떻게 잘 나올지 지켜봐야겠다. 



오랜만에 서극 감독의 영화가 나왔다. 그것도 우리에게 익숙하고 친숙한 배우 '유덕화'가 주연을 맡은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 물론 그가 맡은 역은 '적인걸'이다. 적인걸? 실제 적인걸은 당나라 시대의 유명한 수사관이었다고 한다. 보다 자세한 역사적 이야기는 나중에 적을 예정이라 차치하더라도, 아무튼 이 영화는 그 적인걸이 주인공으로 당나라 시대에 벌어진 어느 한 사건을 푸는 역사 추리 활극이라는 소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중국 최초의 여황제인 '측천무후'가 있고, 그 비밀을 파헤친다는 이야기로 중국역사 블록버스터급의 영화다. 이미 시사회를 통해서 호불호가 갈린 채.. 올 개봉작 <공자-춘추전국시대>와 <뮬란; 전사의 귀환>처럼 중국 역사 교육의 고취용?으로 나온 또 하나의 영화가 아닐까 우려가 있지만, 이 영화는 액션등 활극으로서 재미적 측면이 강화된 영화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강호는 기대하며 볼 예정이다. 


10월 14일 <22 블렛>, <심야의 FM>



홍보 영상과 영화 프로그램에서 소개를 보면서 확 끌렸던 영화 <22 블렛>.. 더군다나 아직도 우리네 심상에 각인된 <레옹>의 주인공 '장 르노'가 주연을 맡은 영화라서 더욱 더 끌린다. 벌써 포스터만 봐도 액션 느와르의 냄새가 풀풀 난다. 실제로 22발의 총을 맞고도 살아난 어느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것인데, 여기서 장 르노가 냉혹한 마피아 대부 '찰리'로 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22발의 총성과 함께 평온했던 삶은 산산조각이 나고, 죽음으로부터 기적적으로 살아난 그가 복수극을 펼친다는게 이 영화의 플롯이다.

뭐.. 외국물 특히 프랑스식 느와르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이 영화는 충분히 기대작이 아닐까 싶다. 더군다나 나름 히트쳤던 리암 니슨의 주연작 <테이큰>의 제작진이 만들었다니 기대된다. 총성과 액션의 앙상블속에 프랑스의 대표배우 '장 르노'의 중후하면서도 차가운 카리스마를 내뿜은 비정한 복수극 <22 블렛>을 꼭 만나보자.



이 영화는 지난 주에 포스팅한 <올 하반기 기대되는 한국 영화 7편>중에 첫 번째로 꼽았던 영화다. 가장 기대돼서가 아니라 시간 순서상 10월에 먼저 나오기 때문이다. 청순 가련형의 순둥이 처자 이미지의 '수애'의 첫 스릴러물 도전이다. 그래서 기대가 되는 만큼 우려도 있다. 그리고 이것을 나름 보안해줄 남자 주인공은 <올드보이>에서 냉혹한 사이코패스를 연기했던 유지태가 다시 아니 더욱더 냉혹한 이미지로 돌아왔다.

이번 주 영화 프로그램마다 이 영화를 소개하기 바쁠 정도인데.. 어느 심야 라디오 방송과 관련돼서 한정된 공간 부스 안 여자 DJ에게 무언가 계속 주문하는 사이코패스, 과연 그가 노린 것은 무엇이며 왜 그랬는지 또 반전은 있는지.. 마지막으로 수애는 정말로 스릴러의 새로운 퀸이 될 수 있을지등, 이래저래 귀추가 나름 주목되는 우리 영화 <심야의 FM>이다.


10월 21일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



샤론 스톤이 주연했던 초 히트작 <원초적 본능>에서 형사로 분연했던 '마이클 더글라스'.. 아직도 두 남녀의 얼음 송곳씬?은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각인돼 더글라스 형님은 강호에게 그런 이미지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냉철한 이미지로 세계 경제 중심지라는 애칭을 듣고 있는 뉴욕 맨하탄 '월 스트리트'를 배경으로 하는 이른바 '탐욕은 좋은 것'이라는 좌우명으로 월 스트리트에 군림한 '고든 게코'역을 맡았다. 그리고 거기에 또 다른 한 남자인 '제이콥 무어'.. 그는 정직한 펀드 중개인이자 금융계에서 빠른 속도로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는 신예 투자가이다.

그 역은 바로 로봇 액션의 향연을 선보였던 <트랜스포머>를 통해서 친숙해진 배우 '샤이아 라보프'다. 사실 이 젊은 배우는 좀 찌질스런 역이 있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엣지있게 나온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극중에서 이들의 운명적 만남은 '돈'을 향한 탐욕과 배신, 그리고 성공으로 가기 위한 서로 다른 목표를 위해 불편한 동맹을 맺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라는 소개다. 스릴러적 요소보다 드라마에 치중하며 절대 가볍지 않은 묵직하게 만든 웰메이드급의 영화가 아닌가 싶다. 과연, 그 중년과 젊은 남자 둘 사이의 불편한 만남속에 어떤 거래와 배신이 있을지 기대해 본다.


10월 28일 <부당거래>



10월의 마지막을 장식할 우리영화 류승완 감독의 신작 <부당거래>.. 이 영화도 저번에 '올 하반기 기대되는 한국영화 7편'중 하나였다. 황정민과 류승범이 주연을 맡고 유해진까지 가세하며 배우들 퀼리티는 나름 좋은 영화다. 내용도 연쇄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죽은 바람에 가짜 범인인 '배우'를 만들어 사건을 종결시키고, 이 사건을 담당한 경찰, 검사, 스폰서가 만나 이들이 서로의 목적을 숨긴 채 그들만의 부당거래를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스릴러의 느낌보다는 드라마적 요소로 얼마나 치밀하게 전개하느냐가 관건인것 같은데.. 충무로의 또 다른 매력적인 감독 류승완의 연출이라 더욱더 기대가 된다. 과연, 그들의 부당거래 속 숨은 거래가 무엇인지 10월의 마지막에 만나보자.

이렇게 강호가 보고 싶은 아니 볼 예정인 우리 동네표 개봉 영화들 6편을 뽑아봤다. 보통 한 주에 1~2편씩은 보는 편이니까.. 딱 맞는 정량의 영화들이다. 로맨스부터 시대활극, 액션물, 스릴러, 드라마까지.. 어느 것 하나 공통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들이 포진된 10월의 우리동네 극장가 풍경이다. 물론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보고픈 영화들과 함께 보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다른 분들도 이번 달 우리 동네에서는 무슨 영화들이 나오는지 한번 찾아보시길 바라며 간단한 프리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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