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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의 현상금 ㅣ 견인 도시 연대기 2
필립 리브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0년 6월
평점 :
'견인 도시 연대기' 2번째 이야기, <사냥꾼의 현상금>
국내 SF소설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영국의 젊은 작가 '필립 리브'는 어찌보면 낯설다. 하지만 그가 쓴 SF소설 '견인 도시 연대기' 시리즈의 1부 <모털 엔진>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무한의 상상이 빚어낸 '도시 진화론'에 의해 도시가 도시를 잡아먹는 먼 미래의 세계, 그 속에서 펼쳐지는 음모와 모험등은 충분히 독자들로 하여금 빠져들게 만든 새로운 SF소설의 수작이었다. 그리고 올해가 가기 전 그 이야기에 이은 2부 <사냥꾼의 현상금>이 출간되면서 이 시리즈를 기다리는 이들에게 기대감을 만족시켰다. 물론 역사소설 <아서왕, 여기 잠들다>도 같은 시기에 나오면서 이목을 끌었고, 이 책 또한 읽어본 강호는 역사속 전설은 결국 '이야기'라는 어찌보면 평범한 진리를 확인하게 된다.
아무튼 가을 밤마다 미지의 상상의 세계로 안내한 '견인 도시 연대기'의 2번째 이야기 <사냥꾼의 현상금>.. 그런데, 이 SF소설은 전작 1편 <모털 엔진>과는 조금 분위기가 다르다. 1편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보니 주인공 톰과 헤스터를 위시한 각 캐릭터들이 고정화되어 도시가 도시를 잡아먹고 먹히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며 그 어떤 음모론적 서사로서 배경이 된 반면에, 2편은 우선 캐릭터들이 다양하다. 아니 1편보다 많아서 나오는 주요 인물만해도 십여 명이 넘는다. 그러면서 이 인물간의 관계가 조금은 얽히고설켜 있다. 물론 전작에서 죽은 한 인물이 중심이 되지만서도..
그런데 2편의 분위기는 웬지 동화스럽다. 동화스럽다고 해서 폄하하는게 아니다. 어른들이 보기에 유치한 아이들을 위한 동화가 아닌 그렇다고 성인스럽다는 표현이 아니라 본격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점에서.. 마치 엘리스가 훌쩍 커서 미지의 모험을 떠난 올초에 개봉한 '조니 뎁' 주연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듯 때로는 몽환적이면서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1편과 분위기가 사뭇 다른 2편의 이야기는 어떻게 시작되고 진행되는지 그 SF동화 속으로 빠져보자.
얼음도시 '앵커리지' 배경과 캐릭터의 향연장
먼저 <사냥꾼의 현상금>의 시대적 배경은 전작 <모털 엔진>에서 아주 먼 미래에 핵전쟁으로 추정되는 '60분 전쟁'으로 인해 종말을 맞은 지구는 '도시진화론'이 지배하는 세상의 연상선으로, 지표면을 달리며 작고 약한 도시들을 집어삼키던 견인 도시 런던이 '반 견인 도시' 세력을 무릎 꿇리려다 멸망하고 약 2년 후다. 그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는 메두사와 벌인 전투의 소용돌이 속에서 비행선 제니 하니버를 타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두 주인공 톰과 헤스터.. 이들이 어느덧 성인으로 자라나 이야기를 펼친다. 그리고 그 둘은 비행선 제니를 타고 또 다른 도시 사냥꾼 비행단을 피해다니는 과정에서 허풍 끼가 다분한 역사학자 '페니로얄'를 만나고 천신만고 끝에 '앵커리지'라는 얼음 썰매 도시에 도착한다.
그곳은 라스무센家의 전통을 이어받은 '프레야'라는 십 대 여왕이 시장 노릇을 하고 있는 도시로, 한때 부유하고 융성했으나 역병이 돌아 폐허로 전락한 상태다. 그런 몰락해버린 도시 앵커리지의 프레야 여왕의 이미지는 마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나오는 그 하얀 공주를 연상케하는데 손하나 까딱하지 않는 고결한 모습은 결국에는 이 도시를 예전의 영화로 다시 일으키는 과정에서 나름 적극적으로 변모하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손님 대접을 받으며 머물게 된 톰과 헤스터 그리고 페니로얄.. 여기서 페니로얄 교수는 자신이 쓴 책에서 언급한 미지의 아메리카 대륙을 말하며 앵커리지가 살길은 그 대지를 찾아 나서는 것이라 종용해 앵커리지는 그 아메리카 대륙을 찾아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러는 가운데 여왕 프레야가 톰에게 첫눈에 반한다. 톰도 마찬가지로 헤스터보다 편하고 말도 잘 통하는 프레야에게 끌린다. 이에 평소 냉소적이고 까칠한 헤스터는 둘 사이의 모습에 앙앙불락되지만 결국에 상처를 받아 그 도시를 제니를 타고 홀연히 떠나게 된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된다. 바로 헤스터는 다른 도시들이 있는 장소를 발설하면 현상금을 주는 '아크에인절'이라는 사냥꾼 도시로 제니 하니버를 타고 혼자 날아가 앵커리지가 있는 곳을 밀고한 것이다. 내용 전체의 분수령이 되는 대목이자 2편 전체 플롯의 중심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밀고를 했을까? 헤스터는 정말 돈이 필요해서일까.. 아니다. 자신이 사랑했던 애인 톰이 프레야에게 넘어가자 현상금대신 톰을 자신에게 넘기라고 요구한 것이다.
즉, 사냥꾼 도시 '아크에인절'이 얼음도시 '앵커리지'를 잡아먹고 나면 현상금 대신 톰을 자신에게 넘기라는 조건이다. 정말 위험천만한 거래가 아닐 수 없다. 단지 사랑하는 남자때문에 도시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고 만 것이다. 그러면서 돌아오는 과정에서 헤스터는 외딴 섬 '로그스 루스트'에 영문도 모른 채 불시착돼 '그린 스톰'으로 대표되는 그들에게 잡혀 문초를 당한다. 그리고 그들이 펼치는 비밀스런 실험 대상으로 삼게 되는데, 그 실험은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이 실험은 바로 기계인간 '스토커'를 대량생산하는 곳으로 바로 1편에서 죽은 여전사 '안나 팽'에 대한 부활을 꾀하는 반 견인도시 연맹 단체였던 것이다. 즉, '안나 팽'이 타고 다녔던 제니 하니버를 톰과 헤스터가 타고 다니면서 그들의 타겟이 된 것이다.
한편 톰은 헤스터가 자신때문에 떠난 죄책감에 그녀를 찾아 나서게 되면서 그 또한 앵커리지에 숨어서 남몰래 정찰하는 도둑소년들 일명 '로스트 보이'에게 납치돼 '그림 스비'라는 단체의 수장 '엉클'에게 잡히게 된다. 그리고 엉클은 톰에게 제안한다. 헤스터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알려주고 로스트 보이들과 그녀를 구하러가는 대신에 '로그스 루스트'의 일급비밀을 캐오라는 조건이었다. 이에 톰은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헤스터를 구할려는 일념에 수락해 적지 '그린스톰'으로 뛰어든다. 그런데 평소 톰을 좋았했던 '로스트 보이'의 '카울'이 그 섬을 '게 카메라'로 폭발시키면서 천신만고 끝에 톰과 헤스터는 그 섬을 탈출하게 된다.
그리고 그 둘은 아크에인절이 앵커리지 도시를 잡아 먹는 그 현장으로 달려가 그 도시를 구할려고 하는데.. 과연 그들은 착한? 앵커리지 도시를 구할 수 있을까.. 아니면 허풍쟁이 역사학자 페니로얄 말처럼 미지의 아메리카 대륙으로 향하는 그들의 목적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결국에는 톰과 프레야가 서로 좋아하는 것을 시기하며 다시 톰을 찾기위해서 자신을 잘 보살펴준 앵커리지를 밀고한 헤스터의 죄책감은 어떻게 상쇄될 것인가.. 이야기의 마지막이자 또 다른 이야기를 알리는 부분이다. 즉,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견인 도시 연대기 시리즈답게 다음 3편에서도 그들의 활약은 계속 되는 것이다.
헤스터가 중심이 된 2편, 그들의 모험은 계속된다.
이렇게 본 2편은 1편과 다른 느낌으로 우선 캐릭터들이 많아 이야기의 중심을 곳곳에서 이룬다. 두 주인공 톰과 헤스터를 위시해서 얼음도시 앵커리의 수장이자 라스무센가의 때로는 유머스런 고결함을 유지한 '프레야'와 그의 신하들, 허풍선이 역사학자 페니로얄을 통한 역사에 대한 꼬집기, 죽은 사람의 부활을 꾀하기 위한 기계인간 스토커를 만들려는 '로그스 루스트'의 '그린 스톰' 군인들, 마치 조지오웰의 <1984>의 '빅 브라더'를 연상케하는 '로스트 보이'(엉클이 항상 제일 잘 안다는 모토 아래 움직이는 물 속 도시 그림스비에 사는 일군의 고아 소년들을 지칭하는 용어) 데리고 조정하며 살고 있는 '엉클'의 캐릭터까지.. 나름 풍성한 캐릭터의 향연장이다.
그리고 이들은 각 이야기에서 중심을 이루며 그 모든 것이 톰과 헤스터와 관련지어 연결되게 된다. 그 속에는 베일에 싸인 과거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상처와 복수, 그리고 용서까지 담아내며 우리를 그 어떤 동화속으로 안내하고 있다. 물론 SF적 요소가 다분한 미래소설이기에 그 상상의 그림은 한 편의 재미난 SF영화를 방불케할 정도로 흥미 또한 만점이다. 그것은 1편에서 상처 입은 어린 영혼의 소녀 '헤스터'가 여기서는 한 뼘 더 성숙하게 나와 모든 사건이 그녀에게 맞추어져 있다. 그녀가 느꼈던 열등감과 질투심, 배신감, 죄책감, 동정심 등을 통해서 어찌보면 성장소설로 다가옴을 느끼게 된다. 즉 모든 사건의 핵심에는 헤스터의 그 '마음'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마지막에는 '밸런타인의 딸'로서 변모된 여전사의 모습까지도...
아무튼 강호는 SF소설을 즐겨 읽진 않지만, 필립 리브의 '견인 도시 연대기' 시리즈 만큼은 '닥본독'할 정도로 챙겨 읽게 된 SF소설이다. 그런 기대감은 1편 <모털엔진>과 못지않게 어찌보면 더 뛰어넘는 흥미진진한 재미로 안내한 <사냥꾼의 현상금>.. 그렇게 자극적이고 않으면서도 그 속에서 우리네 어린시절 추억의 편린을 꺼내듯 동화스런 분위기로 이끄는 이야기의 힘.. 그것에다 먼 미래에 도시가 도시를 잡아먹는 '도시진화론'에 근거한 SF적 요소까지 충만돼 우리네 머리속 상상의 세계를 이끌며 충돌질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 먼 미래긴 하지만 그 상상의 세계속에서 견인 도시들을 만나보자.
상상이 즐거워지는 흥미진진한 여기 이야기속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