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라면 아니,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Q정전>, <광인일기>의 '루쉰'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루쉰(1881~1936)은 고인이 된지 오래된 작가로서 그는 그 어떤 상징적 인물로 자리매김한 작가다. 그래서 좀더 대중적으로 현 시대를 같이 살고 있는 중국문학의 작가라면 단연코 강호는 '위화'를 꼽고 싶다. 사실, 중국문학은 일본문학처럼 작품이나 작가가 국내에 많이 알려지진 않았다. 그래서 그 얼마 안되는 작가들 속에 '쑤퉁'도 유명하지만 '위화' 또한 돋보이는 존재로서 국내 팬들과 만나 많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위화'라는 작가는 어떤 작가일까.. 그를 간단히 정리해 보면 이렇다.



중국 현대문학의 대표적 작가 위화, 그를 읽으면 중국이 보인다.

   
  1960년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때 발치사(拔齒師)로 일했던 그는 1983년 단편소설 「첫번째 기숙사」를 발표하면서 소설가의 길에 들어섰다. 그리고 「십팔 세에 집을 나서 먼 길을 가다」 「세상사는 연기와 같다」 등 실험성 강한 중단편을 잇달아 내놓으며 중국 제3세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첫 장편소설 『가랑비 속의 외침』으로 새로운 글쓰기를 선보인 위화는 두번째 장편소설 『인생』을 통해 작가로서 확고한 기반을 다졌고, 이 작품은 장이머우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으로 ‘위화 현상’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그리고 1996년 출간한 장편소설 『허삼관 매혈기』로 세계 문단의 극찬을 받으며 명실상부한 중국 대표 작가로 자리를 굳혔고,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 『형제』가 또 한차례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998년 이탈리아의 그린차네 카보우르 문학상, 2002년 중국 작가 최초로 제임스 조이스 기금을 받았고, 2004년 미국 반스 앤 노블의 신인작가상과 프랑스 문학예술 훈장을 수상했다.    
   



이렇게 그는 60년생의 올해 50으로 나름 젊은 측에 속하는 작가다. 하지만 그가 그려낸 작품들의 세계는 젊고 싱싱하지 않은 느낌이다. 도리어 조금은 어두운 면이 있다. 그중에서 강호는 대표적인 인기 작품들중에 <허삼관 매혈기>와 <인생>을 읽으며 중국의 근현대사가 관통하는 그 속에서 한 남자의 가족사가 유머스러운 풍자와 함께 진중하게 우리네 삶의 회한과 아픔을 담아낸 진수를 느꼈던 작품들이었다. 물론 <형제> 3권으로 아직 방점을 못 찍었지만서도.. 아무튼 이런 위화의 작품을 접하고선 잠시 잊고 있었는데, 이번에 국내에 위화의 신작 <4월 3일 사건>이라는 단편집이 나왔다는 소식에 같은 느낌의 (문학동네, 조성웅 역)단편선으로 하나 더 골라서 중고로 두 권을 1.2만원에 컬렉했다. 그럼, 두 권은 어떤 책인지 간단히 소개해 본다.

먼저, <무더운 여름>은 위화가 직접 가려 뽑아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작품들을 묶은 소설집이다. 특히 이 책에 실린 여섯 작품은 위화가 1989년부터 1995년 사이에 쓴 소설들로, 초기 위화 작품에서 보이는 실험적인 경향과 그의 장편소설에서 드러나는 익살스럽고 서사 중심적인 경향이 절묘하게 만나는 지점에 있다는 소개다. 내용들은 두 여자가 한 청년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해프닝을 다룬 '무더운 여름'을 비롯하여, 한때 잘나갔지만 지금은 퇴물로 전락해버린 한 시인이 12년 전에 받았던 편지를 책 사이에서 우연히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묘한 연애 이야기 '전율', 임신을 매개로 한 어느 부부의 이야기 '다리에서', 현대 중국사회의 한 단면을 담백하게 보여주는 '그들의 아들' 등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이 책 마지막에는 위화 작가가 2002년 쑤저우 대학에서 '나의 문학의 길'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한 강연문도 함께 실려 있다. 처음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와 스승이 된 작가와 작품, 오랜 시간에 걸친 자신만의 글쓰기 훈련 과정, 선봉파 작가로 시작해 서서히 작품의 경향이 변모하게 된 이유, 자신에게 있어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내용을 담은 강연문으로서.. '위화'라는 작가를 독자들이 보다 자세히 알 수 있는 길라잡이를 제공하고 있다. 아무튼 이제 여름이 아닌 가을로 본격 접어든 시점에서 이 여섯 편의 단편집을 통해서 초기 '위화' 작품을 스타일을 만나보자.

<무더운 여름> & <4월 3일 사건>, 위화를 알 수 있는 단편집

그리고 이번에 문학동네에 신간으로 나온 <4월 3일 사건>.. 순간 우리의 '제주 4.3사건'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런 학살의 참극을 부른 사건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 작품 또한 위화가 직접 선정한 중편소설 네 편을 묶은 작으로, 1987년부터 1992년 사이에 쓴 이 작품들은 당시 이십대였던 청년 위화의 과감한 형식 실험과 삶의 근원을 탐구하고자 한 주제의식이 특히 돋보이며.. 인간 내면의 공포와 억압, 인간을 둘러싼 폭력과 죽음을 통해 우리 삶의 근원에 닿고자 한 청년 위화의 전위적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는 소개다. 각 내용은 이렇다.

표제작이기도 한 '4월 3일 사건'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와 압박에 시달리는 한 소년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소년은 자기 주위의 모든 사람들, 친구, 이웃, 심지어 부모까지도 뭔가 자신과 관련된 모종의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그래서 잔뜩 긴장한 채 모든 사람을 의심한다. 소년이 생각할 때 이 음모가 실행되는 날이 바로 '4월 3일'이다. '여름 태풍'은 예측 불가의 거대한 자연재해와 그에 맞서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고, '어느 지주의 죽음'은 중일전쟁 시기 한 시골 지주와 그의 아들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조상'은 머나먼 원시적 존재에 대한 애틋함과 두려움을 아이의 시선으로 그린 작품이라는 소개등이다.

이렇게 위화의 새로운 작품 세계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중편 작품집 <4월 3일 사건>.. 어찌보면 위의 <무더운 여름>과 같이 위화의 초기시절 그가 어떤 작가로서 나아고자 했는지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아닌가 싶다. 그것은 최고 인기작으로 구가중인 <허삼관 매혈기>, <인생>, <형제>와는 궤를 달리하는 느낌으로 다가오며.. 전통적 방식의 서사를 추구하지만 밑바닥에 깔고 있는 그 정서를 맛보는 색다른 레시피를 제공하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것은 지금의 '위화'를 있게 한 청년 위화의 전위적 작품으로서 다가올거라 예상하며, 위화를 알고 싶다면 올가을 이 두 권의 단편집을 꼭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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