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品格)
이라 명명된 이 말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 '사물 따위에서 느껴지는 품위'라 일컫는 말로, 즉 품위와 격식을 통칭해서 쓰는 일상적인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알다시피 사람 뿐만이 아니라 사물이나 현상 등에 빗대어 돋보이게 하는 수사적인 뜻으로 자주 쓰인다. 무슨 무슨 품격, 어떤 품격 같이 말이다. 물론 주로 인간의 사람 됨됨이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여기 소개할 한 권의 책은 나라의 품격에 대해 말하고 있다. 최근에 들어 우리나라 사정을 보면 '국격'(國格)을 논하며 제발 좀 품위있게 처신하자는 나랏님의 언질이 있었다. 그게 처신만 잘 한다고 될까.. 현실은 시궁창이요, 국격의 근원적 원론을 논하지 않은 채 현실에 안주하는 그림으로는 나라의 품격이 단박에 바뀔 수 없음이다.

각설하고, 그런데 여기 가열하게 한 나라의 품격을 말한 책 한 권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광활한 대륙만큼이나 유구한 동양사와 문화의 중심이자 이 나라를 모르고서는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모든 나라의 중심이라 일컫는 '중국'. 그 중국에 대한 '품격'을 전면적으로 논하며 이야기한 책 <중국의 품격> 되시겠다. 우선 개인적으로 중국사 등을 좋아하는지라 이번에 운좋게 득템한 책인데, 그렇다면 여기서 말한 '중국의 품격'이란 과연 무엇일까.. 간단히 소개해 본다.



중국을 폄하의 대상이 아닌 '품격'으로 제대로 짚은 <중국의 품격>

지금의 '중국'하면 그 광활한 대륙만큼이나 유구한 역사를 가진 민족의 지난했던 화려함은 뒤로 한 채, 개혁개방의 파고 속에서 가난과 부자가 양 극단으로 달리듯 폭풍질주하는 사회주의식 자본주의로 초고속 성장중인 중국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면서 누리꾼들은 소위 '짱깨'라느니 '대륙 시리즈' 같은 패러디를 양산하며 그들을 조롱거리로 일삼으며 농지거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을 그렇게 마냥 웃음거리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그냥 그 흔한 삼국지와 초한지 몇 번 보고 읽은 것 가지고 중국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열국지는 물론이요, 대표적인 공자와 맹자 노자 장자 등, 또 근현대사의 한 획을 그은 대장정과 문화대혁명까지 그 역사와 문화의 근원적 원류에 흐르는 그 맥을 알아야 할 터. 그런 점에서 이번에 '에버리치 홀딩스'사에서 나온 <중국의 품격>은 꽤 의미가 깊은 책이 아닌가 싶다. 제목처럼 곧바로 '품격'에 대해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베이징대학교 국학연구원이자 중국에서 유, 불, 도를 유일하게 두루 이야기할 수 있는 이 시대의 유일한 석학인 '러우위리에'(樓宇烈, 77세). 이분의 신작인 이 책은 한마디로 저 띄지처럼 '동양문화'에 대한 교양서라 할 수 있다. 경제대국을 세운 중국의 문화적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동시에 전통으로의 회귀라는 국가공통적 화두를 조심스럽게 던지며, 자본주의에 떠밀려간 동양문화의 근원과 품격을 만나게 해준다는 소개다. 그것은 중국의 전통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고, 중국의 문명이 만들어낸 특유의 분위기로 발현되며, 단발적이고 수직적인 서양문물과 자본주의가 역사 속에서 잃어버린 삶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고 내면적 발전을 추구하는 것, 그것이 인문정신이며 곧 품격이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동양문화적 자산과 품격에 대해서 초지일관 강의를 해온 도올 '김용옥' 선생이 극찬하며 추천한 책이 바로 <중국의 품격>이다. 더군다나 수십 년 전 김용옥 선생에게 있어 '러우위리에'는 사상적 은혜를 입은 지적 스승이기도 했다는 전언처럼, 이 책은 어찌보면 일맥상통하다. 그것은 위의 추천사처럼 중국의 품격이 그들만의 것이 아닌 동양문화의 원류로 관통하며 한국인의 내면적 가치까지 아우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의 품격>이라는 책이 더욱 끌리기도 한 것인데, 총 8강에 걸친 중국문화의 기본적인 맥락들을 통해 이들의 가치와 근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보여주고 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이 강추한 '중국의 품격', 동양문화의 원류를 만나다.

1강. 중국문화, 100년간의 성쇠
중국문화, 어디로 가는가?
중국과 서구의 다툼
문화 또한 글로벌화해야 하는가?
길은 어디에

2강. 중국 전통문화의 품격, 인문정신
사람을 근본으로 여기다
천인합일天人合一
인문적 사유

3강. 중국 전통문화의 근원을 이루는 전적
삼현·사서·오경
오경의 요지
삼현의 요지
사서의 요지
불교의 구경九經·삼론三論·일록一錄

4강. 유가와 중국문화
유儒와 유가
유학의 발전
유가사상, 중국 전통문화의 근간
참된 유자란 무엇인가?
유가의 교육법

5강. 도가와 중국문화
도가의 도덕 개념
도가의 발전
도가사상의 요지
도가사상이 중국문화에 끼친 영향

6강. 불교와 중국문화
기원: 불교의 참된 모습
충돌: 중국의 풍토와 맞지 않은 불교의 교의
마찰: 발전하는 중국불교
융합: 중국문화의 중요한 지맥

7강. 중국문화의 예술정신
윤리적인 문화
예술적인 문화
중국인의 예술과 삶

8강. 중의와 중국문화
중의학 이론의 뿌리
중의의 도
중의에서 말하는 양생의 비결

위의 목차를 보듯이 중국의 역사보다는 전통문화에 치중하며 특히 유가와 도가 그리고 불교 등 그 문화적 자산과 가치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이 끼친 중국인 삶의 양식과 문화를 조망한 것인데, 어찌보면 다소 고리타분한 책이라는 느낌이 온다. 마치 대학시절 인문교양 수업을 듣듯이. 하지만 얼추 훑어봤지만 그렇게 하드한 책은 아니다. 전문적인 냄새가 풀풀 나지만 결코 이해불가의 책은 아니다. 그것은 어찌보면 우리 안의 내재된 동양문화가 알게 모르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터. 현재 중국에서는 전통문화로 회귀하려는 '국학붐'의 열기가 뜨겁다고 한다. 바로 전통에 대한 회귀야말로 문화적 자부심을 회복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문화적 자부심을 '중국의 품격'이라 말하며, 그것이 곧 동양의 품격이자 한국의 내재된 품격이라 말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뭐.. 여러 말이 필요없는 다소 따분할 것 같지만, 중국의 전통문화의 가치와 근원을 통해서 제대로 된 동양문화의 품격을 만나보자.

여기 도올 김용옥 선생의 추천사처럼 말이다. 

   
 

 러우위리에의 지식은 서면상의 지식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통해서 체화된 지식이다. 우리는 그가 말하는 중국의 품격이 중국인만의 것이 아니라 한국인 품격의 내면적 가치도 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현재 중국고전의 재해석과 관련된 중국인문정신의 재인식은 바야흐로 중국문명의 르네상스라고 일컬을 수 있을 만큼 다각적이고도 참신한 연구성과가 도처에서 축적되어가고 있다. 더구나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에 놀라운 경제성장과 문화적 성숙도를 과시하면서 G2의 위치를 공고히 해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세계문명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는 새로운 문명패러다임의 주축으로서의 중요성을 획득해가고 있는 시점에 선진 인문정신이 새로운 옷을 입고 세계사상사의 무대 위에 당당히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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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인베이젼 - World Invasio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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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종족인지 모르겠지만 어디서 또 다른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했다. 그들에게는 이 뷰피풀한 지구가 그렇게도 구미가 당기나 보다. 그럴 때마다 우리 지구인들은 합심해 외계인을 물리치고 지구를 지킨다는 게 SF 외계 판타지류들의 전형적인 스토리다. 그것이 책이든 드라마든 이렇게 영화든 지구는 오늘도 내일도 외계 종족을 무찌르기 바쁘다. 그리고 이번에 그런 일에 발벗고 나선 이들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의 해병대. 바로 그들이 나서서 이들과 전면전을 펼친다. 그것이 바로 <월드 인베이젼>이라는 SF 액션 영화의 가열한 기본 스토리이자 플롯이다. 이런 유의 전작들을 보면 미국 대통령이 전투기를 몰며 외계인을 물리친 <인디펜더스 데이>를 비롯해 톰 크루즈의 주연의 민간인을 주인공으로 한 <우주전쟁>, 최근에 다큐스러운 실사로 주목을 끌며 남아공 어느 누락촌에 점거된 외계인을 그린 <디스트릭트 9>, 그리고 일반인을 주인공으로 도망만 치다가 외계 종족에게 결국 잡혀 먹었다는 <스카이라인>까지.. 종류도 나름 다양하다.

외계 종족의 대공습을 그린 SF 액션 블록버스터 <월드 인베이젼>

물론 이런 영화들 이전에도 유명한 외화 시리즈 <스타트랙>도 있고, 재미나고 임팩트하게 그려낸 SF 액션물 <스타쉽 트루퍼스>도 있음이다. 다들 얼추 대동소이한 내용에 그림들은 제각각이지만, 흥미를 유발시켜 전형적인 외계 종족과의 사투를 그린 SF 영화들이다. 그리고 이번에 나오게 된 <월드 인베이젼> 또한 제목의 의미처럼 세계를 상대로 대공습을 감행한 외계인과의 사투를 그려냈다. 그리고 그들을 물리치는 주인공들은 미 해병대, 그렇다고 이들이 떼거지로 몰려다니지 않는다. 10명 내외의 소대원들이 그들을 물리치러 격전지로 뛰어들었으니, '월드'라는 제목에는 다소 걸맞지 않게 그린 SF 영화가 <월드 인베이젼>이다. 먼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지금, 전세계가 공격 받고 있다!

1942년 LA UFO 대공습 사건 이래 지난 수십년간 UFO 목격 사례는 전세계 각지에서 꾸준하게 보고되어 왔다. 2011년, 거대한 유성 떼가 지구에 떨어지고, 사상 최대의 유성쇼에 들떠있던 세계 각 도시는 정체불명의 적으로부터 무차별 공격을 받고 초토화된다. LA 주둔군 소속 낸츠 하사(아론 에크하트)는 자신의 부대를 이끌고 지금껏 싸워본 적 없는 적들에 맞서 사상 최대의 반격 임무를 맡아 전면전에 참가하게 되는데…



이렇게 영화는 1942년에 실제 벌어졌던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와 만든 영화다. 현대에 들어서 UFO 떡밥은 아직도 유효한 채, 이 UFO 이슈는 지금도 진행중이다. 그런데 이것이 실제로 벌어져 그들이 전방위적으로 대공습을 감행한다면 어떻게 될까? 에서 출발한 영화가 '월드 인베이젼'이다. 우선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이 영화는 작년 말 가열한 홍보로 눈길을 끌었다가 시망한 SF 망작 '스카이라인'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제작비 1억 달러가 투입된 초대형 SF 액션 블록버스터다. 그래서 그런지 인류를 위협하는 정체불명의 외계인 적과의 사실감 넘치는 대규모 전투 액션은 분명 볼만하다. 마치 전쟁터 한 가운데 포화 속에서 있는 듯한 현실감까지 주며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처음에는 대규모 운석이 떨어진 줄 알았지만 그 외계 종적은 바다를 기점으로 전 세계 도시를 위협하고 점거해간다. 그러면서 그 중심에 있는 미국 LA가 이른바 쑥대밭이 된다. 그러니 보무도 당당한 미 해병대가 출동하게 된 거. 하늘은 공군이 맡는다지만 지상의 육상전은 그들의 임무. 그래서 적지 한복판에서 고립된 민간인을 구출하고 그곳을 빠져나오는 게 그들의 최우선 과제다.
 
외계인 군대와 미 해병대간의 '시가전'을 중점으로 그린 '월드 인베이젼'

전장터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군인 낸츠 하사와 소대장이 이끄는 2대대 5중대 소대원들이 그곳에 투입된다. 적은 사람이 아닌 외계인들, 이미 도시 자체가 마비되고 폐허가 된 그곳에서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렇기에 10명 내외의 해병대원들은 초긴장 상태. 이때부터 영화는 스펙타클의 초점을 '시가전'에 맞춘다. 물론 상공에서는 계속 비행선과 전투기들이 충돌하고 공격하며 하늘을 불꽃놀이처럼 수놓고 있지만, 정작 이들이 걷고 있는 땅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 사람도 아닌 외계인들을 상대로 총구를 겨누게 된 것인데, 그들은 모습은 마치 '디스트릭트 9'에 나오는 외계인처럼 마르고 키가 크고 페이스는 삼각과 둥근 모양의 중간형태로 완전 기계인 싸이보그 스타일이다. 어쨌든 민간인 가족이 있는 곳까지 가게 된 그들은 이제 다시 그곳을 탈출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사방이 적이라 총을 난사하기 바쁘다. 그건 외계인 군대들도 마찬가지.

그런데 이런 전투 중에 버스를 타고 나오다가 공격을 받아 소대장이 죽고, 베테랑 낸츠 하사가 적 비행선을 주유소로 끌어들여 폭파시키는 등, 이들의 시가전은 몇몇 장면에서 임팩트하고 사실감 넘치는 전투씬을 선보였다. 결국 민간인을 헬기로 후송하면서 반만 살아남은 여기 소대원들은 이제 귀환을 하려고 하는데, 낸츠 하사가 이렇게 돌아갈 수 없다며 적지의 한복판에 뛰어들고 만다. 이른바 이들 외계인 군대를 조종하는 대장급 숙주 비행선을 타겟으로 삼아 공격한다는 거. 물론 총 몇 방으로 안되기에 미사일 지원 요청을 해 레이더 감지기의 추적 시스템으로 명중을 시키려 하는데, 과연 땅 속에 숨어있던 이 거대한 비행선은 미사일 한방에 무너졌을까? 그렇다면 여기 낸츠 하사가 이끄는 소대원들은 그들 본연의 임무를 완수했을까? 완수했다 하더라도 이들은 물 한 모금 축이고, 바로 또 다른 현장으로 달려가야 할지도 모른다.



이렇듯 영화는 어찌보면 미 해병대의 활약상을 다룬 일종의 홍보성? 영화같은 느낌도 든다. 그렇다고 그들의 활약을 폄하할 정도는 아니다. 어쨌든 외계 종족들로부터 민간인을 구출하고, 마지막까지 몸을 부사르는 투혼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전장터가 주는 공포적 현실감에서 오는 그림 때문이라도 충분히 공감이 간다. 더군다나 실사와 같은 화면 처리 기법과 핸드헬드 방식으로 종군기자가 그들을 좇듯 잡아낸 전투씬은 분명 볼만하다. 마치 '클로버필드'처럼 말이다. 하지만 영화는 '월드'라는 제목과는 다르게 전 세계의 대공습을 가열하게 담아내지 못했다. TV 뉴스를 통해서 몇 번 보도가 끝이고, 사실 여기 LA 어느 곳에서 벌이는 전투씬이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시가전에 불과하다.

대신에 그 시가전은 같은 인간의 적이 아닌 기계인 싸이보그와 싸운다는 점에서 꽤 이채롭고, 그런 전투씬은 분명 볼거리 위주로 사실감있게 그려냈다. 그러면서 그 속에서 살기위한 공포를 느끼면서도 미군 해병대로써의 의로운? 죽음 등, 다소 센치한 구석과 영웅주의를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다. 즉 지구를 구할려면 우리에겐 영웅이 필요하다는 그 흔한 메시지처럼 말이다.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은 낸츠 하사 역의 '아론 에크하트', 제대로 군인 같다.)

'월드'라는 제목이 무색하지만, 시가전은 극사실주의로 잘 그려냈다.

그런 점에서 이런 역을 잘 소화했던 낸츠 하사 역은 '아론 에크하트'가 맡았는데, 정말 해병대스러운 모습으로 제대로 선보였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인상이었던 게,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선과 악의 두 얼굴의 검사역을 맡아 나중에 얼굴 한쪽이 일그러진 임팩트한 모습으로 나온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 <월드 인베이젼>에서는 적지 한 가운데서 가열한 전투를 선보이며 지구를 구하기 위한 영웅으로 등극한다. 이와 함께 많은 소대원들이 있었지만, 중반 전에 공군 출신의 여조종사 산토스 역을 맡은 '미쉘 로드리게즈'. 개인적으로 이 처자는 <레지던트 이블>에서도 그렇고, <아바타>에서도 헬기를 조종하듯이, 주연급은 아니어도 조연급 여전사 이미지로 꽤 강한 구석이 있는데, 여기서도 제대로 또 그렇게 나와 전투씬을 선보인다.

아무튼 <월드 인베이젼> 영화를 관람하는 포인트는 별거 없다. 대다수가 그렇듯 SF 액션 블록버스터라면 내용보다는 바로 비주얼과 스케일이다. 얼마나 임팩트한 모습으로 CG로 점철되는 게 아니라, 실사스럽게 그려내며 사실감을 살리느냐가 관건이다. 그런 면에서 '월드 인베이젼'은 충분히 볼만한 SF 블록버스터다. 미군 해병대가 인간을 상대로 벌이는 적과의 전투가 아닌 외계 싸이보그와 한판 대결을 벌이는 외계인 군대와 전면전, 이것을 영화적 극사실주의로 그려내 여기 소대원들은 그렇게 버티며 그들을 물리치려 한다. 바로 그점에서 이 영화는 외계인 침공을 현대전의 관점에서 다룬 극사실주의 SF 영화로써 주목을 끈다 할 수 있다.

아직도 유효하게 인간의 상상이 만들어낸 저 외계 종족의 공습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것은 환경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지구의 또 다른 재앙이자 재난이 되고 있다. 그러면서 인류 최대의 위기에 맞선 그들의 운명을 건 전면전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그런 면에서 '월드 인베이젼'은 분명 볼만했고, 물론 '월드'라는 제목이 다소 무색한 스케일이었지만, 시가전은 분명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SF 액션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소위 '밀덕'들은 나름 봐야될 영화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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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3월 2주

인간의 무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가열한 판타지의 세계는 그 한계가 없다. 그것이 책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표출되는 양상은 제 각각이지만 그 상상적 재미는 딱히 이 장르에 팬이 아니라도 끌리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그것이 비주얼한 스크린으로 펼쳐질 때는 시각적 쾌감을 자극하며 눈길을 끄는 게 다반사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17일부터 개봉하는 영화들, 바로 판타지 무비 4편이 있어 나름 이목을 끌고 있다. 이에 강호가 정리 차원에서 간단히 소개해 본다. 관전 포인트와 함께 재미로 봐 주시길 바랍니다. ~~



감독 : 캐서린 하드윅
주연 : 아만다 사이프리드(발레리), 게리 올드만(솔로몬 신부)
장르 : 드라마, 판타지, 멜로/로맨스, 스릴러
개봉일 : 3월 17일

줄거리
: 빨간모자야, 사랑에 빠지지마… 옛날 어느 외딴 마을에 빨간모자를 쓴 발레리라는 아름다운 소녀가 살고 있었어요. 마을의 외톨이 피터와 사랑에 빠진 발레리는 부잣집 아들 헨리와 결혼하라는 부모님을 피해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했지요. 하지만 붉은 달이 뜬 그날 밤, 어둠의 숲에 사는 늑대에게 언니가 죽임을 당하고 말았어요. 분노한 마을 사람들은 솔로몬 신부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신부는 마을 사람들 속에 늑대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숨어 있다고 말했어요. 달이 뜰 때마다 하나, 둘, 죽어가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우연히 발레리는 자신과 관계된 누군가가 늑대 인간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모든 비밀을 풀기 위해 스스로 제물이 되기로 결심하고, 달이 뜨는 밤 홀로 산으로 향하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발레리 앞에 나타난 늑대인간은 바로!



관전 포인트 : 그렇다. 이 영화는 그 유명한 '빨간 모자' 동화를 원작으로 한 판타지 영화다. 이미 작년인가, 애니메이션으로 나와 인기를 끌었던 이 이야기는 빨간 모자를 쓴 소녀가 할머니를 찾으러 갖다가 늑대를 만나면서 겪게 되는 모험? 이야기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성인용으로 변환되면서 각색을 해 사람들을 하나 둘 죽이는 늑대인간에 초점을 맞추면서 판타지로 그려냈다. 즉 늑대인간의 정체와 그와의 한판 대결인 셈인데, 여기서 바로 '빨간 모자'를 쓴 소녀가 이 위험천만한 여정에 동참하며 그 음습한 현장에서 활약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 소녀역은 바로 강호가 나름 좋아하는 여배우 '아만다 사이프리드'다.

'빨간 모자'의 성인용 판타지 '레드 라이딩 후드', 늑대인간은 누구?

2008년작 '맘마미마'의 히로인으로 떠오른 후 두각을 나타내며 인기를 구가한 아만다.. 이후 '죽여줘! 제니퍼'에서 메간 폭스의 절친으로 뿔테안경을 쓴 어리숙한 처자로 나왔지만 마지막 반전을 보여준 그녀, 그리고 '클로이'에서는 줄리앤 무어와 함께 나와 그녀의 남편 역의 리암 니슨옹을 유혹하는 섹시한 처자로 나와 매혹적인 매력을 선보였고, '레터스 투 줄리엣'에서는 작가 지망생 소피로 나와 이태리 여행에서 어느 할머니의 옛사랑 찾아주기 여정에 동참해 그 손자와 사랑에 빠지며 예쁜 풍광을 과시했던 영화까지. 그리고 '디어 존'에서도 로맨스를 그렸지만 안 봐서 모르겠고, 그리고 이렇게 이번 '레드 라이딩 후드' 에서는 '빨간 모자' 소녀로 나와 그 망토를 두른 채 종횡무진 활약한다.

큰 눈망울에 금발머리와는 상반된 강렬한 레드의 색조감이 더 어울려 보이는 배역이 아닐 수 없는데, 이 영화는 바로 '늑대'에 초점을 맞추면서 사람을 죽이는 늑대인간이 누군인지 밝혀내는 일종의 스릴러물이다. 이런 연출은 바로 그 유명한 '벨라'시리즈를 양산한 1편작 '트와일라잇'으로 흥행 반열에 오른 '캐서린 하드윅'이 메가톤을 잡으며 이번에도 그런 판타지로 일관되게 그려낸 것이다. 마치 느낌은 달라도 2001년작 나름 센셔이션을 일으킨 '늑대의 후예들'의 오마주가 생각나는 이 이야기. 과연 늑대인간의 정체는 누구일까? 설마 그녀는 아니겠지? ㅎ 아무튼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나오기에 더욱 기대가 되는 판타지 영화다.



감독 : 다이엘 반즈
주연 : 알렉스 페티퍼(카일), 바네사 허진스(린지)
장르 : 드라마, 판타지, 멜로/로맨스
개봉일 : 3월 17일

줄거리
: 그 화려함만큼 어둠이 공존하는 도시, 뉴욕. 완벽한 외모로 완벽한 삶을 누리던 카일(알렉스 페티퍼)은 한 순간의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저주를 받게 된다. 창백한 피부를 뒤덮은 흉터와 문신, 남들과 다른 능력까지- 끔찍한 야수로 변해버린 그는 세상으로부터 버림받고 뉴욕의 어두운 그림자 속으로 숨어든다. 그런 그에게 다가오는 단 하나의 희망, 린디. 린디를 향한 거대한 위협은 카일의 앞을 가로막는데.. 모든 것을 잃고 야수가 된 남자, 운명을 되돌리기 위해 세상에 맞서다!

'미녀와 야수'의 실사판 판타지물 '비스틀리', 야수의 피어싱이 제대로다.

관전 포인트 : 이 영화는 위의 '레드 라이딩 후드'처럼 유명한 애니메이션 동화인 '미녀와 야수'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판타지 무비다. 그것이 실사의 판타지로 구성돼 보여지는 것인데, 여기 남부러울 것 없이 잘 나가는 한 청년이 어느 날 갑자기 저주를 받아 그로테스크한 페이스로 변모하고 만다. 위 우측의 그림처럼 말이다. 정말 임팩트한 모습의 야수가 아닐 수 없는데, 이렇게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에 충격을 먹은 그가 비로소 자신의 자아찾기? 게임에 빠져 든다는 게 영화의 플롯이다. 즉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은 남자가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올려면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한 여자를 만나야 된다는 마법같은 이야기가 바로 '비스틀리'(Beastly)다. 즉 야수처럼 야수답게 짐승처럼 변해버린 한 남자의 운명을 다룬 것이다.

그런 역에는 얼마 전 개봉하며 나름 화제를 몰고 SF영화 '아이 엠 넘버 포'에서 바로 주인공 넘버 포를 연기한 '알렉스 페티퍼'. 이미 동명의 원작소설 '아이 엠 넘버 포'를 재미나게 읽으며, 영화 또한 '식스녀'의 매력 때문에 다음 시리즈가 기대케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비스틀리'에서 삭발투혼을 불사르며 야수로 변모한 것인데, 꽤 임팩트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벌써 모습부터가 '넘버 포'보다는 더욱 어울려 보이는 게 꽤 기대가 되는 영화다. 어찌보면 이 영화는 우리 사회에 아직도 팽배해있는 외모지상주의 대한 경종을 울리는 영화적 메시지와 함께, 관전 포인트로 과연 야수로 변해버린 그가 어떻게 이 저주를 풀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영화다. 



감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 : 맷 데이먼(조지), 세실 드 프랑스(마리)
장르 : 드라마, 판타지
개봉일 : 3월 24일

줄거리 : 미국에 살고 있는 ‘조지(맷 데이먼)’는 평범한 듯 보이지만 사후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가 원하지 않은 능력 때문에 사랑하던 여인마저 떠나 보내고 남모를 고통을 겪는다. 지구 반대편 프랑스에서 갑작스런 쓰나미에 죽음의 문턱까지 가는 경험을 한 ‘마리(세실 드 프랑스)’는 그 후 사후세계를 파헤치며 보이는 사실만을 믿던 기자로서의 삶에 커다란 변화를 맞이한다. 한편, 런던의 소년 ‘마커스(조지 맥라렌/프랭키 맥라렌)’는 사고로 자신의 반쪽과 같은 쌍둥이 형을 잃고 삶 저편 세계에 대한 해답을 간절히 찾아 헤맨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죽음을 접하고 각자의 진실을 찾던 세 인물은 우연히 한 시점에서 만나게 되고, 죽음이 이들에게 가져다 준 세 가지 삶의 기적은 그들을 믿을 수 없는 곳으로 이끄는데…

'맷 데이먼' 주연의 드라마 판타지 '히어애프터', 삶과 죽음에 대해 그리다.

관전 포인트 : 먼저 저 포스터를 보면 '맷 데이먼'이 마치 헐크로 변하기 전 모습처럼 나와 나름 눈길을 끈다. 어쨌든 그는 얼마 전 개봉한 SF스릴러 영화 '컨트롤러'에서 젊은 정치인 역을 맡았는데, 실은 그 영화는 SF적인 면모를 가장한 어느 정치인의 로맨스를 그려냈다며 나름 혹평한 적이 있었다. 이후 이 영화에서는 평범한 노동자 '조지'역을 맡았다. 그런데 '맷 데이먼'하면 실사같은 첩보 액션을 선보인 '본 시리즈'가 바로 생각나게 되는데, 필모를 보면 은근히 다작을 하는 배우긴 하다. 여기 '히어애프터'(Heraafter)에서는 사후세계와 소통하는 특별한 능력자로 나온다. 그렇다고 초능력자는 아닐테고,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 안을 들여다 본다는 것인데, 그렇기에 판타지물이다.

이미 남아공 대통령 '넬슨 만델라'를 다룬 럭비 영화 '인빅터스'에서 호흡을 맞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다시 연출을 맡으며 눈길을 끈 영화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죽음'에 영향을 받은 세 사람, 조지와 마리, 마커스의 이야기를 다룬 초자연 스릴러영화라는 간단한 소개처럼 이 영화는 삶과 죽음에 관한 영화다. 지극히 드라마다운 영화로 여기에 사후세계를 볼 줄 아는 한 남자의 시선으로 인간의 죽음에 대해서 다룬 다소 무거운 영화가 아닐까 싶다. 이른바 죽음을 보는 남자, 죽음을 겪은 여자, 죽음과 함께 하는 아이.. 이렇게 죽음이 가져다 준 세가지 삶의 기적을 말하고자 한 '히어애프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담아낸 그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것이 관전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무지 따분할 것 같은 이 예감은 무얼까.. ㅎ



감독 : 잭 스나이더
주연 : 에밀리 브라우닝(베이비돌), 애비 코니쉬(스윗 피), 지나 말론(로켓), 바네사 허진스(블론디)..
장르 : 액션, 판타지, 스릴러
개봉일 : 4월 7일

줄거리
: 네이버영화에 공식적인 줄거리가 없다. 이런.. 그냥 소녀들의 액션 반란쯤..ㅎ

섹시하고 매혹적인 소녀들의 액션 '써커 펀치', 눈이 호강하는 영화?!

관전 포인트 : 그렇다. 무시무시한 소녀들이 들고 일어섰다. 왜 들고 일어선 것일까? 찾아보면 여기에도 내용은 있다. 어미를 잃고 양아버지 밑에서 갖은 폭력에 시달린 한 소녀가 아비를 향해 총을 쏘고 잡혀온 어느 정신병원. 그곳에서 험난한 생활과 가혹한 처사에 그녀는 친구들과 그곳을 탈출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탈출한 불가능한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서 어느 한 남자를 만나고, 그 남자는 자유를 얻기 위해선 다섯 개의 아이템을 찾으라 지시한다. 그러면서 소녀와 그 친구들은 각기 무장한 채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며 판타지 세계를 엣지있게 경험한다는 게 이 영화의 시놉시스로, 아주 심플하니 좋다.

즉 소녀들의 자유를 향한 몸부림을 판타지 세계와 접목시켜 매혹적이고 섹시한 액션을 선보인다는 게 이 영화의 플롯인 셈. 그렇다면 이것은 수많은 남성팬들이 '닥본영'할 무비가 아닌가 싶다. 아직도 소녀의 로망에 빠진 남자들에게 가열하게 펼쳐질 이 액션 판타지는, 2004년 데뷔작이자 좀비물의 수작으로 남은 <새벽의 저주>를 연출한 '잭 스나이더'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물론 그는 이후 스파르타 용사들의 무용담을 담은 <300>으로 기존의 액션을 뛰어넘는 탁월한 감각을 선보이며 흥행몰이를 한 전력이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헐리웃이 주목하는 신인 여배우를 5명이나 총출동시켜 섹시함과 매혹적인 소녀들로 무장시켜 이렇게 액션 판타지를 선보인 것이다.

뭐.. 여러 말이 필요없는 꼭 봐야할 판타지 영화가 아닌가 싶다. 특히나 색감이나 그림 자체가 실사스러운 애니틱한 면이 보여 마치 액션 게임을 보는 듯 한데, 전작 '300'같은 아우라를 보여준다면 정말 기대가 되는 판타지 영화 아니 '소녀들'이 아닌가 싶다.  자.. 그럼.. 누가 가장 섹시하고 기대되는지 골라 보시길.. ㅎ

써커 펀치 트레일러 : http://www.youtube.com/watch?v=KrIiYSdEe4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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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문학에서 또 다른 거장의 반열에 있는 작가 중 한 사람 '박범신'. 학창시절 그의 몇몇 작품을 본 기억이 이제는 가물가물해져 잊혀진 그였지만, 작년에 그의 작품 중에서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의 삶을 아주 문학적으로 조망한 <고산자>를 읽고서 새로운 감흥을 받은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그의 작품을 알아보는 중에.. 작년 말 신작으로 나온 두 권의 소설이 있어 이렇게 컬렉하게 됐다. 물론 적립금 만료일에 맞춰서. 어쨌든 한참 중국작가 쑤퉁의 소설에 빠져 있는 강호지만, 우리나라 말글의 향연을 직접 작가로부터 오롯이 느껴보고 싶은 발호심에 컬렉한 두 권의 소설, 간단히 소개해 본다.



박범신 신작 장편소설 <은교>와 <비지니스>, 사랑과 삶에 대해서 말하다.

먼저 '은교'라는 소설은 대충 알기론 한 소녀와 할아버지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다. 얼추 '로리타'가 생각나는 플롯이지만, 작가는 소설 <은교>에서 '남자란 무엇인가. 여자란 또 무엇인가. 젊음이란 무엇인가. 늙음이란 또 무엇인가. 시란 무엇인가. 소설은 또 무엇인가. 욕망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또 무엇인가.'라는 존재론적인 질문을 계속해서 던진다. 그러면서 박범신 스스로도 "이 소설로 나는 내 안의 욕망이라는 게 여전히 눈물겹게 불타고 있음을 알았다!"는 말처럼 꽤 의미심장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사랑과 욕망, 남자와 여자,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이면서 존재론적인 메시지를 풀어낸 줄거리는 이렇다. 

위대한 시인이라고 칭송받던 이적요가 죽은 지 일 년이 되었다. Q변호사는 이적요의 유언대로 그가 남긴 노트를 공개하기로 한다. 그러나 막상 노트를 읽고 나자 공개를 망설인다. 노트에는 이적요가 열일곱 소녀인 한은교를 사랑했으며, 제자였던 베스트셀러 <심장>의 작가 서지우를 죽였다는 충격적인 고백이 담겨 있었던 것. 또한 <심장>을 비롯한 서지우의 작품은 전부 이적요가 썼다는 엄청난 사실까지. 이적요기념관 설립이 한창인 지금, 이 노트가 공개된다면 문단에 일대 파란이 일어날 것이 빤하다. 노트를 공개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진 Q변호사는 은교를 만나고, 놀랍게도 서지우 역시 기록을 남겼다는 사실을 듣는다. 은교에게서 서지우의 기록이 담긴 디스켓을 받은 Q변호사는, 이적요의 노트와 서지우의 디스켓을 통해 그들에게서 벌어졌던 일들을 알게 되는데…

이렇게 보듯 한 늙은 시인의 죽음 뒤에 남겨진 사실들, 열일곱 소녀를 사랑하게 된 한 남자의 고백, 그 속에서 다른 사람까지 죽이게 된 사연 등..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꽤 그림이 그려지는 게, 무언가 순수하면서도 갈망과 욕망의 경계에선 우리네 사랑에 대한 그림을 그려낸 것 같다. 그것이 과연 어떤 결과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박범신이기에.. 마냥 끌리는 '은교'다.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모순과 비판 그리고 자조적 비애감 <비지니스>

그리고 또 하나의 소설은 바로 올해 나온 신작 <비지니스> 다. 제목만 봐서는 마치 기업소설?의 느낌이지만 정작 그렇지 않다. 제목처럼 비지니스로 점철된 우리네 사회에 대한 모순을 담고 있다. 서해안에 위치한 ㅁ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설은 천민자본주의의 비정한 생리에 일상과 내면이 파괴되어가는 사람들의 풍경을 서늘한 만큼 날카로우면서도 가슴 저리게 그려내고 있다는 소개다. 그러면서 작가는 우리의 삶을 옥죄고 있는 전 세계적인 자본의 폭력성에 힘없이 쓰러져가는 사람들을 통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곳'의 현실을 가감 없이 담아냈고 있다는 평가다.

즉 자본으로 점철된 우리 사회에 대한 비판과 자조 섞인 비애감이 드는 작품 같은 느낌이 든다. "자식의 과외비를 벌기 위해 오욕이 가득한 화류항(花柳巷)으로 나가는 어미들이 있는 유례없는 나라가 내 조국이고, 그 어미의 채찍질을 사랑으로 받아들이며, 세습되는 ‘귀족’들의 앞길을 열어주기 위해 오진 약육강식의 정글 속을 헤쳐 나가는 전사로 길러지는 아이들의 나라가 내 조국이었다.” 여기 말처럼 자본주의 사회의 개발 지향에 따른 자본주의적 비애(悲哀)를 물씬 풍기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끌리는 소설 '비지니스'

더군다나 이 소설은 박범신의 신작 장편소설이기도 하지만, 중국의 문예지 『소설계』 에도 최초 동시 연재돼 화제가 되고 있다. 역시나 여러 말이 필요없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박범신 그만이 뿜어낸 필력이 어떠한지, 과연 이 가열한 자본주의 세대를 어떤 비판과 자조로 담아낼지 기대가 되는 장편소설 '비지니스'다. 매혹적인 앞 표지의 문구 "이제 세상의 주인은 ‘자본’이고, 삶의 유일한 전략은 ‘비즈니스’다!"처럼 또 매혹적인 한 여자의 뒷태처럼 매력적인 소설이 될지, 그 비지니스 현장을 당장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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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반양장)
쑤퉁 지음, 김은신 옮김 / 아고라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중국 문단의 선봉자’이자 ’중국 제3세대 문학의 대표자’로 불리는 명실상부한 중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쑤퉁’. 그의 또 하나의 장편소설 <쌀>이 꽤 임팩트한 매력을 뿜어내며 읽는 내내 강호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기존의 비극적이면서도 통속적 처연한 가족사를 그린 <화씨 비가>와는 완전 차원이 다른, 전혀 착한 구석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이른바 ’나쁜 소설’이라 불릴 정도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매우 잔혹하고, 음탕하고, 질퍽하고, 폭력과 불륜이 판을 친다. 그래서 매우 깔끄장한 기분이 괴어오르지만, 그 속에서 또 다른 매력적인 면을 발견할 수 있는 게, 바로 여기 주인공 ’우룽’을 통해서 인간의 악마적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이것도 또 하나의 가족사다. 그렇다면 과연 이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 이야기 속으로 잠시 떠나보자.



여기 ’우룽’이라는 젊은 한 남자가 있다. 홍수와 기근으로 난리가 난 고향 땅을 떠나 밤 깊은 석탄화물 열차에 몸을 싣고 어느 한 동네로 기어들어온다. 단지 먹고 살고자 하는 일념 하나로. 몇날 며칠을 굶은 그에게 있어 먹는 것은 최대의 화두이자 삶의 목표가 된다. 부두가에서 그렇게 거렁뱅이 신세로 갖은 굴욕을 당하면서도 그는 배고픔을 잊지 못한다. 결국 기어들어간 곳이 그 지역에서 나름 유명한 ’대홍기’ 쌀집, 쌀이 원없이 있던 그곳에서 이른바 ’일꾼’으로 일하게 된다. 배경은 1920~30년대, 현대가 아닌 근대기에 중국 인민들의 삶은 고루하고 비참함의 연속이다. 기근에 시달려 쌀을 사고 파는 풍경이 대홍기 쌀집을 위주로 펼쳐진다. 그속에서 일하게 된 우룽은 펑사장의 지시에 따라 열심히 일하지만, 사장이 그렇게 잘 대해주는 것도 아니다. 더군다나 여기 대홍기 쌀집의 두 처자, 즉 펑사장의 두 딸인 ’쯔윈’과 ’치윈’이 그를 노예 부리듯 대하며 그를 매 항상 기분 나쁘게 만든다. 특히 치윈이 정도가 심했는데, 하지만 큰 딸 쯔윈과는 나름 잘 지내며 그의 몸종 노릇까지 한다.

’쌀’에 애착을 보인 한 남자 ’우룽’, 그를 통한 잔혹하고 질퍽한 가족사

그런데 쯔윈은 10대 시절부터 남자를 알았던 소위 성에 일찍 눈에 뜬 케이스. 그 지역 유지인 뤼 대감의 첩실로 들어가는 등, 벌써부터 기질이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부두 조직의 패거리인 ’아바오’라는 놈과 통정을 하고, 심지어 몸종 우룽과도 관계를 갖는 등, 그녀는 그렇게 몸을 불사르고 있었다. 결국 쯔윈이 임신하자 누구의 씨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뤼 대감을 찾아갔지만 문전박대만 당하고, 우룽을 더욱더 꼬시는데.. 이를 지켜보는 치윈은 기가 찰 노릇이다. 그런 화냥년 같은 언니와는 사이가 가히 좋지 않을 정도로 두 자매는 그렇게 살갑게 굴지 않는다. 결국 쯔윈은 꿩 대신 닭이라고 우룽과 결혼한다. 그렇다고 우룽이 그렇게 반기는 것도 아니었다.

이른바 화냥년을 거두어 줬다는 심정으로 같이 살게 된 것인데, 이때부터 우룽은 그녀를 변태 성욕적으로 대한다. 관계시 좋은 침실을 놔두고 자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쌀 곳간에 들어가 관계를 맺으면, 그는 그녀의 음부에 쌀을 한 움큼 집어넣는 등, 변태 성욕으로 욕정을 채운다. 정말 나쁜 남자가 아닐 수 없는데.. 하지만 이런 기질은 처제인 치윈에게도 똑같이 굴며, 이 집안에서 점점 한 마리 욕정의 화신인 동물의 수컷처럼 우위를 차지한다.

결국 펑사장은 풍을 맞고 쓰러져 죽게 되고, 죽기 직전 우룽을 불러 무언가 얘기할려다 딸들의 복수인지 우룽의 한쪽 눈을 부지불식간에 찔러 실명케 만들고 그는 그렇게 가버렸다. 우룽으로서는 미칠 노릇이지만, 그렇게 그는 펑사장 대신 대홍기 쌀집의 사장으로 대신하게 되며 이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쯔윈이 아이를 낳게 되자 뤼 대감 집으로 다시 들어가고, 이로 인해서 우룽은 처제인 치윈과 결혼을 하게 된다. 즉 두 여자와 몸을 섞게 된 것인데, 그래도 치윈은 생활력 강하게 이 막돼먹은 인간 ’우룽’과 잘 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우룽은 매 항상 걸죽한 욕지거리와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집안을 휘어 잡는다. 이렇게 세월이 흘러 우룽의 식구에게도 가족, 즉 아이들이 생겼다. 큰 아들 ’미셩’, 작은 아들 ’차이셩’, 막내 딸 ’샤오완’이 그들이다.

그런데 이 세 명의 자식들도 만만치 않은 게, 미셩은 여동생이 말을 안 듣고 아비에게 자신의 죄를 알렸다는 명목으로 쌀 곳간 더미에서 여동생을 질식사 시키고, 미셩은 아비게에 잡혀 한쪽 다리가 부러지는 절름발이 신세가 된다. 그리고 마냥 놀기만 좋아하는 차이셩까지.. 이렇게 우룽의 두 아들은 그렇게 어렸을 때부터 싹수가 노랬다. 그러면서 커서 둘다 혼인을 했는데, 미셩의 부인은 ’쉬에챠오’, 차이셩의 부인은 ’나이팡’, 이들은 나름 열심히 살려고 했지만, 아비 우룽을 성정을 쏙 빼닮은 미셩은 부인을 매번 차갑게 대하고, 차이셩은 도박에 빠져 집안일에는 등한시한다. 그러다 쯔윈의 아들 ’빠오위’와 부절적한 관계를 갖은 쉬에챠오. 결국 그 현장을 차이셩에게 들켜 약점이 잡힌 채, 전전긍긍하더니 우룽네 식구들을 모두 죽일 심산으로 식사 때 국에다 비상을 타고 그냥 도망쳐 버린다. 물론 그 독을 미리 알게 된 우룽네는 먹지 않고 살았지만, 역시 대단한 엽기가족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이들은 쌀집을 운영하며 살아가지만 하루 벌어 하루 살듯 그 그림은 그렇게 행복하지 않다. 매 항상 전쟁을 치르듯 살얼음 판이었고, 결국 쯔윈마저 뤼 대감 공관이 일본군 공습으로 폭파돼 흔적도 없이 죽게 되고, 빠오위는 정처없이 떠나 일본군과 손을 잡게 되고, 우룽네의 둘째 며느리 ’나이팡’은 산달을 앞두고 일본 군인들이 즐겨했다는 살인게임의 희생양으로 잔혹하게 살해되고, 여기 우룽은 이젠 쌀집 운영은 뒷전인 채, 부두 조직의 두목으로 성장, 이마저도 나중에는 와해되고 말았지만 늙어서도 제 버릇 못 준다고 그 성욕을 자랑하듯 잦은 기방 출입으로 덜컥 성병에 걸리고 만다. 그러면서 그의 쇠잔해진 몸은 점점 더 피폐해져 가는데, 이를 지켜보는 치윈마저도 동정은커녕, 또 두 아들도 불쌍하게 아비를 대하는 것이 아니라, 어서 빨리 죽고 재산이나 물려달라는 심보로 우룽을 겁박한다.

결국, 우룽은 자신의 생애가 다 되었음을 느꼈는지 마지막으로 고향 땅을 밟고 싶다고 가족에게 말한다. 그러면서 여기 와장가에 처음 왔을 때 탔던 그 석탄화물 열차에 몸을 싣는다. 아들 차이셩과 한가득 실은 쌀더미와 함께..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 꿈속의 고향을 그리며 서서히 눈을 감고 만다. 황금빛으로 도도하게 출렁이던 고향의 논밭을 기억하며, 일렁이는 황금빛 물결 속에서 마치 한 알의 벼이삭처럼, 한 송이 면화처럼 둥둥 떠다니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나쁜 남자 ’우룽’의 잔혹하고 질퍽한 가족사, 인간의 폭력적 본성을 보다.

이렇게 이 소설은 ’우룽’의 가족사다. 아니 우룽은 고아 출신이기에 내력은 없다지만, 그가 고향땅을 떠나 먹고 살고자 대홍기 쌀집으로 들어와 살게 된 이야기로써, 즉 어찌보면 우룽을 통해 본 가열한 가족사를 그려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일반 드라마적으로 잔잔하게 그려낸 것이 절대 아니다. 잔잔하게 아니라, 아니 잔혹할 정도로 인간의 악마적 본성이 매 페이지마다 판을 친다. 폭력과 살인, 음모와 배신, 강간에 근친상간은 물론이요, 빈번하게 등장하는 욕지거리와 성적 묘사는 인간의 폭력적인 본성을 드러내며 매우 깔끄장한 기분을 괴어오르게 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이 소설의 기이할 정도로 끄는 매력인 셈인데, 어느 것 하나 정이 안 가는 여기 캐릭터들, 마치 인간의 밑바닥에 배여있는 더러운 성정을 보듯, 그들은 가열하게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인공 우룽은 어찌보면 ’나쁜 남자’의 전형으로 일관하며 두 여자를 변태적 성욕으로 강간하고, 심지어 번갈아 근친으로 결혼하며 대홍기 쌀집을 풍비박산 지경까지 몰고간다. 그렇다고 자식들에게 살갑게 구는 아비도 아니다. 여동생을 죽게 만든 큰아들을 보란듯이 반송장으로 만들어 절름발이로 만들고, 며느리 한테도 XX년이라며 총을 들이대며 밑구녕을 아작낸다고 으름장을 놓는가 하면, 기녀들로 인해 성병에 걸리자 8명을 매몰시켜 버리는 등, 그는 마치 악의에 바친 사람처럼 가열한 폭력으로 일관되게 살아오며 버텨낸다. 마지막 쯔윈의 아들 빠오위한테 심하게 고문을 당하는 그 순간에도.

이렇듯 이 소설은 가열한 한 남자 ’우룽’의 이야기다. 그가 그렇게 평생의 안식처로 좋아했던 또 사람이 살기 위해서 주된 먹거리인 ’쌀’을 통한 매개체로, 그 어떤 생존 본능에 대한 발호로 악마적 본성을 드러내며 이야기를 가열하게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깔끄장한 기분이 괴어오를 정도로, 잔혹하고도 꽤 질퍽한 가족사기에 ’쌀’의 이야기는 무시로 엄청난 마력을 뿜어낸다. 이른바 착한 소설이 아닌 아주 ’나쁜 소설’의 전형 <쌀>, 읽어보면 안다. 여러 말이 필요없이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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