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지옥 (2DISC)
이용주 감독, 남상미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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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지옥' 말 그대로 안 믿으면 지옥간다는 제목은 우리네가 살아오면서 말이 들어봤을 종교적 색채의 어투다. 영화는 이런 종교적 색채 소재로 공포와 미스테리를 그렸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불신지옥'같은 공포 미스테리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토리도 충분히 이해가고 전개가 우선 좋다. 대신 피빛으로 색칠하고 영화 '링'에서 시작된 관절꺽기로 일관하는 이젠 그런 공포영화들은 식상하다. 하지만 영화 '불신지옥'은 이런것을 단박에 불식시켰으니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신들린 소녀를 향한 잔혹한 믿음 (불신지옥) | 동생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기도에 빠진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던 동생 ‘소진’. 어느 날 동생이 사라졌다는 소식에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던 언니 희진은 급히 집으로 내려오지만, 엄마는 기도하면 소진이 돌아올 거라며 교회에만 들락거리고 담당 형사 태환은 단순 가출로 여기고 형식적인 수사를 진행한다.

그러던 중 옥상에서 떨어져 죽은 여자 정미가 소진에게 남긴 유서가 발견되고, 경비원 귀갑과 아파트 주민 경자에게서 소진이가 신들린 아이였다는 말을 듣자 희진과 태환은 혼란에 빠진다. 죽은 정미가 엄마와 같은 교회에 다녔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다음날 경비원 귀갑이 죽은 채 발견되지만 엄마는 침묵을 지킨 채 기도에만 매달린다. 소진의 행방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고, 동생이 사라진 이후부터 희진의 꿈에는 죽은 사람의 환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이렇게 기독교에 맹신중인 한 어머니와 미신에 맹신인 한 무당.. 그리고 그 중심에서 사라진 여중생.. 그러면서 그 여중생의 언니가 사라진 여동생을 찾기위한 과정을 그렸는데.. 그 내막에는 인간들의 살고자 어떤 구원에 대한 욕망이 그려져있다.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류승룡)도 자신의 딸을 살리기 위해서 부적을 쓰는 모습도 그렇고.. 주변에 자살로 죽어나간 네명의 사람들의 그림도 다 그런 모습들이다.

특히 영화가 내건 공포는 피빛보다는 일상 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우리 주변의 공포를 그려냈다. 예를들면, 현관문의 자물쇠씬이나.. 복도식 아파트에서 익숙한 창문에 불현듯 나타나는 사람의 모습이나 아파트 지하실 어둠속의 공포를 통한 섬뜩함을 보여주었다. 이렇듯 생활속 공포와 미스테리속 여중생은 왜 사라진 것일까? 혹시 사라졌다면 누가 데리고 갔을까?

결론은 기독교에 맹신인 엄마는 잃어버린 자신의 딸을 또 다른 딸을 통해서 무엇을 얻고자 했을까.. 바로 제목처럼 '하느님 안 믿으면 지옥간다..' 로 귀결되지만.. 그래서 영화는 알수 없는 화두를 던져버렸다. 그러면서 그 속에서 사람들의 일그러진 구원의 욕망속에 한 여중생을 통해서 투영시키며 공포와 미스테리를 잘 접목시킨 영화라 본다.

하지만 마지막 결말은 이런식의 신기(神氣)를 주제로 한 공포들이 그렇듯.. 항상 '전이'가 된다는 사실이다. 식상하고 진부한 주제일지라도.. 나름 수긍이 가는 전개로 적잖은 공포감은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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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학원 - Yoga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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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학원'은 기존의 공포 영화들이 답습한 피빛으로 떡칠하고 과도한 관절꺽기로 일관하며 폐쇄된 공간에서 움찔 놀라게 하는 깜놀 수준의 그런 영화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래도 소재를 택했으면 전달하는 메세지가 있어야 하는데..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도통 이해가 안가는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그녀들이 예뻐지는 무서운 비밀 (요가학원)

홈쇼핑 간판 쇼호스트 효정(유진)은 젊고 매력적인 후배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이한다. 점차 자신의 매력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하던 효정 앞에 학창시절 멸시의 대상이었던 선화(이영진)가 몰라보게 완벽한 미녀가 되어 나타난다. 그 비법은 간미희 요가학원에서 실시하는 비밀스런 심화훈련. 절대 미를 갖기 위해 요가학원을 찾은 다섯 명의 여자들은 수련을 받던 중 하나 둘씩 기이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이렇듯.. 예뻐지고 매력녀로 거듭하기 위한 다섯 여자들의 요가 학원 심화 수련기를 다뤘다. 그러면서 그 학원에서 펼쳐지는 공포를 그렸는데.. 사실 이런 그림들은 외국 공포영화에서도 많이 봐온 소재다. 어느 인간 군상들이 특별한 장소로 모이고 그 장소에서 펼쳐지는 무한 공포와 미스테리 스릴.. 그런데, '요가학원'은 그러지 못했다.

무언가.. 의뭉스런 떡밥을 던지며.. 여기에 들어온 이상 "아무 것도 먹지 마라.. 거울 보지 마라.." 등..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는데.. 전혀 공포스럽기 보다는 중간중간에 깜놀하는 수준이다. 워낙 피칠에 관절꺽기로 일관하다보니 말이다. 더군다나 인도풍의 인테리어에 신경쓰며 컽만 화려하고 속은 말그대로 속빈 강정이다.

이렇게 여성 그룹 SES 유진이 연기자로 변신 성공후 영화판에서 주인공으로 분연한 공포물 '요가 학원'.. 과연 그녀는 그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머지 그녀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뭔가 신비스런 요가 학원 강사의 무미건조한 대사속에 그들이 펼친 요가는 실제 요가가 아닌 요스런 모습만으로 그쳤으니.. 바로 이래서 이런류의 공포 영화들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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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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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가장 기대되는 영화로 나름 꼽았던 영화 <더 로드>.. 포스터 그림만으로도 어떤 영화인지 느낌이 오는 그런 묵시록적 영화.. 재미가 아닌 각박한 세상속에서 매마른 감정에 '나도 가슴이 뛰는구나'의 감동의 도가니탕을 얻고자 작심하고 보려고 했던 영화 <더 로드>.. 물론, 그전에 미국 현대 문학의 거장 코맥 매카시의 원작 소설 <더 로드>를 읽고서 가슴 한켠의 먹먹함을 간직한채 비쥬얼의 스크린으로 만난 '더 로드'는 이러했으니..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깨어있어라! 숨어라! 도망쳐라! 살아남은 자들이 살아남은 자들을 공격한다!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해버린 세계, 살아남은 아버지와 아들은 굶주림과 혹한을 피해 남쪽으로 길을 떠난다. “무섭다”며 자신의 품을 파고 드는 아들(코디 스미스 맥피) 때문에 아버지(비고 모텐슨)는 카트에 실린 약간의 물과 기름, 식량을 누군가에게 뺏기지 않을까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 “우린 불을 운반하는 사람들이야” 아들에게 속삭이지만 이내 인간사냥꾼이 되어 버린 생존자 무리에 쫓겨 아들 앞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마는데... 그들은 과연 따뜻한 남쪽 바닷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살아남은 자들이 공포가 된 세상, 생존을 위한 아버지와 아들의 숨막히는 사투가 시작된다!

이미 원작을 읽고 리뷰를 통해서도 썼지만..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영화는 원작에 아주 충실하게 백프로에 가깝게 그려냈다. 하지만 원작이 상황 묘사가 아주 디테일 하면서 뛰어난 반면에.. 영화는 한정된 시간내에 그것을 담아내야 하기에 조금은 디테일하지 않다. 그러나 원작을 통해서 내 머릿속에 그린 잿빛 세상 그림이 그대로 투영되었으니.. 햇빛 한점 없는 잿빛 하늘속에 온 세상이 폐허가 되버리고 남은 대자연은 앙상한 모습으로 떨고 있으니 그 중심에는 아버지와 아들.. 원작대로 '남자'와 '소년'만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 두 남자는 폐허가 된 그곳을 떠나 따뜻한 남쪽으로 여정을 떠나는데.. 그 모습은 처절한 정도로 비참하다. 살기 위해선 먹어야 할 상황.. 배고픔과 추위속에 인간의 처절함이 오롯이 전달된다. 그 처절함 속에는 또 다른 사투가 기다리고 있는데 이렇게 지구 대재앙이 휩쓸고 간 자리에 살아남은 인간들의 사투는.. 보통 외계인이나 좀비등을 다루며 그들과의 사투를 오락적 요소로 가는데 이 작품은 그런 오락적 작품이 절대 아니다. 그래서 더 사실적이고 와닿는다.

여기서 사투는 바로 자신들의 생존과 다른 살아있는 이들과의 사투만이 있을 뿐이다. 즉, 같은 인간이지만 살기 위해서 인간을 잡아 먹어야 할 상황.. 사실, 원작에서는 이 부분을 많이 할애하지 않았지만 영화는 그래도 비쥬얼이 필요하다 보니.. 이런 사투의 현장을 세네번 표출하며 극의 긴장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래서 두알의 총알이 남긴 권총은 그들에게 필수품이다. 또한 원작에서는 남자의 부인에 대한 회상이 한두번에 그쳤는데.. 영화는 남자가 잠들때마다 부인과의 회상씬이 적잖게 나오며 둘이 지냈던 행복과 불행의 시간을 보여준다.

이렇게 영화는 원작을 오롯이 그려내는데 충실했고, 두 남자의 길고 험한 여정속을 그대로 따라가며 잿빛 세상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짓이기고 타버린 시체들, 살아남은 자들의 흉측한 모습들, 먹을것을 구하러 다니는 거렁뱅이 생활의 극치, 그러면서 지하 벙커에서 뜻하지 않게 음식을 구하며 잠시나마 너무나도 행복해하던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등.. 이렇게 둘은 서로 의지하며 특히 아들 '소년'은 아버지 '남자'에게 의지하며 그를 따르는데.. 아버지에게 아들은 자신의 분신이자 자신이 목숨바쳐 지켜야 할 존재이자 이유인 것이다.

이렇게 아버지는 아들을 지키려하고 아들은 아버지만 믿고 따라가며 잿빛 세상속에 남겨진 두 남자의 고단하고도 슬픈 여정길.. 그 여정길속에 살아 남은자들의 극한의 고통을 여실히 보여준 <더 로드>.. 어찌보면 그 길은 이 세상 끝에 놓인 마지막 길이자 영원히 끝이 아닌 시작의 길일지도 모른다. 그런 가운데 폐허속 생존의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참한 사투를.. 아버지의 사랑을 통해서 인간애로 승화시켜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이야기 하고자 했던 <더 로드>..

과연, 그들은 희망대로 따뜻한 남쪽으로 갈 수 있을까.. 아니면 절망으로 치닫으며 비극의 결말을 맞이할 것인가.. 또한 두 남자가 폐허가 된 잿빗 세상의 추위속에서 지켜내며 살고자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로드라는 긴 여정으로 우리네 삶의 투영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영화는 오롯이 원작을 그대로 그려내며 인간애의 메세지를 전달해 주고 있다. 

이런 메세지는 원작에서 아버지와 아들 아니 남자와 소년이 수없이 나누었던 대화들을 통해서 전달된 느낌인데.. 영화에서는 사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담아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영상을 통해 본 그들은 이미 눈빛으로 말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그중 하나는 살아남은 자에게 말한다. 당신과 매일밤 애기하겠노라고.. 이렇게 원작과 같이 진한 여운과 나름의 감동을 선사한 영화 <더 로드>..

원작을 미리 만나보고 본 영상은 그대로 투영되어 더욱더 가슴이 먹먹해 졌으니..
이 세상의 모든 아버지와 아들이여.. 이 영화와 원작을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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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크리스마스 즈음해서 서평단에 지원한 책이었는데.. 출판사측에서 당첨 안내도 없고 해서..
사실 잊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8일) 떡하니 받게 됐다. 폭설 관계로 배송이 지연된 것 같기도 하고..
암튼, 새해 첫 서평단에 당첨된 책이니 기분이 좋다. 워낙 역사 소설을 좋아하는지라.. ㅎ

먼저, 그녀에 대해서 잠깐 살펴보면 고종과 양귀인 사이에서 낳은 막내딸로 1912년에 태어나 11세에 유학의 명목으로 일본으로 끌려갔고.. 그후 1930년에 강제로 시집가서 남편의 학대속에 심신에 상처를 입고 정신질환으로 정신병동에 감금되며.. 해방후에 고국으로 돌아와 조국으로부터 외면당한채 1989년 낙선재에서 쓸쓸히 작고한 그녀..

이렇게 고귀한 신분으로 태어나 가장 외롭게 생을 마감한 덕혜옹주의 일생이 장편 실화 소설로 나온 것이다. 고종황제의 고명한 막내딸이자 조선 최후의 황족, '덕수궁의 꽃'이라 불렸던 그녀를 본 책으로 만나보려 한다. 과연, 조선 마지막 황녀의 비극적 삶은 어떠했을지 책장을 바로 넘겨본다.

이와 함께 다산북스에 이자리를 빌어 감사 말씀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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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없다 - No mercy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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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막가파식 강철중 형사 이미지로 각인된 설경구 형님이 잠시 검사로 나와 나름 실패하더니 이번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부검의로 분연하며 부검하는 모습의 리얼리티를 맛보게 해준 영화 <용서는 없다>.. 여기에 나름의 카리스마로 연기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 젊은 배우 류승범이 만나 둘의 두뇌게임을 펼쳤다는 스릴러 영화 <용서는 없다>.. 또 감초 아닌 주연급으로 신참내기 여형사 역의 한혜진과 감초 연기의 지존 성지루의 시골 형사역까지 빼놓을 수 없는 이 영화를 개봉한 오늘(7일) 보게됐는데.. 먼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여섯 조각난 여성의 시체... 전대 미문의 살인사건 발생!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또 다른 사건의 시작일 뿐...

금강 하구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토막살인사건. 대한민국 최고의 부검의 강민호가 사건을 의뢰 받아 진행하던 중, 열혈 여형사 민서영에 의해 젊은 환경 운동가 이성호가 용의자로 검거된다. 이성호의 자백으로 수사는 급 물살을 타는 듯 싶지만, 번번이 예상을 빗나가는 증거들로 수사팀은 사건 해결에 애를 먹는다.

민서영과 강력반 형사들이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 동분서주하는 가운데 강민호의 딸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강민호는 딸의 실종이 이성호와 관계 있음을 알게 된다. 이성호는 시체에 남긴 단서와 비밀을 알아내면 딸을 살려줄 수 있다며 위험한 거래를 제안한다. 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시체에 남겨진 단서를 추적해야 하는 부검의와 연쇄 살인을 예고하는 비밀을 간직한 살인마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이 시작되는데..
 

 

이렇게 영화는 젊은 여성을 잔혹하게 토막 살인한 살인마를 잡는 아니 잡혀있는 상태에서 다룬 스릴러물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범죄 스릴러물이 바뀌기 시작한 느낌이다. 즉, 예전에는 범인이 밝혀지거나 밝혀지지 않더라도 그를 끝까지 좇는 형사들의 무용담과 나름의 스릴러 반전을 그렸는데.. 이제는 범인들이 스스로 잡히면서 시작을 한다. 그러면서 ’나 잡았으니 당신 조심해라’ 식이다. 최근에 영화 모범시민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꽤 익숙한 설정으로 낯설지도 않지만 새삼스럽지 않다.

여기 영화에서도 극초반부터 토막살인의 범인은 바로 류승범 극중 이성호가 바로 잡힌다. 맞다 그가 범인이다. 다른 사람이 범인은 절대 아니다. 그런데, 극중 이성호는 자신이 나고 자란 금강 하구 유역을 ’아름다운 비너스상의 자궁’이라 자칭하는 환경 운동가이다. 그래서 여성을 토막낸 살인의 의미도 비너스상처럼 잘려내 살인행각의 퍼포먼스를 한 것이다. 환경 운동가의 살인이라는 독특한 설정에 4대강 사업등 개발 논리에 맞서는 묘한 은유도 집어 넣었다. 

그런데, 그는 왜 여자를 그렇게 잔인하게 살해한 것일까? 단지 개발 논리에 반대한 환경 지킴의 수호자이자 살인의 퍼포먼스를 펼친 정신이상자였을까? 아니다. 그에게는 살인의 목표와 목적이 따로 있다. 바로 대한민국 최고의 부검의 강민호 강박사(설경구)다. 즉, 이성호는 강박사의 딸내미를 이미 납치해 둔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강박사에게 조건을 건다. 나를 3일안에 빼내주면 딸내미를 살려주겠다.

이에 강박사는 부검의가 아닌 형사로 분연하며 이성호가 저지른 살인의 증거, 단서 조작과 은폐를 서슴치 않는데.. 이유는 단 하나 딸내미를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그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설경구의 연기력에 나름의 몰입감을 주며 극의 긴장감을 준다. 그러면서 간간히 수감중인 이성호를 만나 코치를 받고 둘간의 의견을 개진한다. 하지만 그런 과정은 이성호가 부검의 강박사를 벼랑끝으로 몰고 있는 것이다.

과연, 강박사는 증거 조작에 성공해서 이성호를 빼놓을 수 있을까? 그를 빼주었다면 딸내미를 온전하게 만날 수 있을까? 그런데, 왜 이성호는 강박사를 타겟으로 잡은 것일까? 결국, 이성호와 강민호 두 사람의 악연은 무엇이었고 결말은 어떻게 될 것인가? 오늘 개봉한 영화인지라 아직 못 보신 분들이 많기에.. 이런 여러 의문점들을 밝힐 수가 없어 남겨둔다.

이렇듯 영화는 스릴러물답게 잘 그려냈다고 자평한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짜집기라 해야 할지.. 그런 요소들이 눈에 많이 띈다. 범죄를 시인하고 잡혀들어와 안에서 강박사를 조정하는 이성호는 마치 ’모범시민’의 삼백형님 제라드 버틀러를 보는 것 같고.. 자식을 구하기 위한 부모의 끈질긴 사투를 벌이며 이미 잡힌 범인과의 신경전을 그린 ’세븐 데이즈’에서 김윤진의 열연과 흡사하고.. 또 설경구는 전작 ’그놈 목소리’에서 유괴된 어린 아들을 찾기위해서 고군분투하며 달리는 모습도 일치한다.

또한 범인이 남겨 놓은 단서들을 찾아 헤매는 실시간 추격극이란 점에서 ’추격자’를 떠올리게 한다. 즉, 한없이 뛰고 또 뛰며 직접 제 힘으로 수사까지 하는 설경구가 김윤석역, 자신이 범인임을 느긋하게 밝히는 류승범은 하정우역을 떠올리게 하니 말이다. 그리고, 사건이 벌어진 시골 경찰들의 안일한 주먹구구식 수사방식과 모습은 성지루가 도맡아 하며 폭소를 자아내는데 송강호의 농촌 스릴러 ’살인의 추억’을 보는 듯 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제는 웬만한 반전도 예상하며 놀라지 않는 예민한 관객들에게도 신선한 결말의 충격까지도 안겨 주었으니 바로 ’올드 보이’ 격이라 할 수 있으니 극중에서 이성호는 올드 보이식 회고담 "저를 기억 못하시나요?" 를 날린다. 이렇게 짜집기한 느낌으로 기존의 스릴러물을 답습한게 아닌가 싶어 식상할 순 있지만.. 나름의 탄탄한 시나리오와 몰입감 좋은 극전개와 두 남자 배우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 특히 류승범의 초월한듯한 무미건조한 식의 범죄자 연기는 역시 그답다는 느낌이다.

또한 영화의 결말을 통해서 생각치 못한 반전의 제공과 어찌보면 슬픈 이야기.. 그래서, 제목이 시사하는 바처럼 '용서는 없다'를 통해서 느껴지는 바로 '복수'의 화두를 던진 영화 <용서는 없다>.. 그 복수는 과연 정당했을까.. 왜 용서를 못하는 것일까.. 용서가 없다면 무엇이 남는걸까.. 범인 이성호는 엔딩에서 이렇게 말한다. 아세요.. 죽음보다 어려운건 용서에요.. 왜냐면 용서하는데 오랜 고통의 시간이 걸리거든요.. 그래서, 그 '용서'가 무엇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보시기 바라며..

결국, 한국판 스릴러의 종합 선물 세트인 이 영화에서 큰 선물의 순서는 아래와 같습니다. ㅎ

올드보이 > 추격자=세븐데이즈 > 모범시민 > 그놈 목소리 > 살인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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