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는 없다 - No merc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대한민국 막가파식 강철중 형사 이미지로 각인된 설경구 형님이 잠시 검사로 나와 나름 실패하더니 이번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부검의로 분연하며 부검하는 모습의 리얼리티를 맛보게 해준 영화 <용서는 없다>.. 여기에 나름의 카리스마로 연기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 젊은 배우 류승범이 만나 둘의 두뇌게임을 펼쳤다는 스릴러 영화 <용서는 없다>.. 또 감초 아닌 주연급으로 신참내기 여형사 역의 한혜진과 감초 연기의 지존 성지루의 시골 형사역까지 빼놓을 수 없는 이 영화를 개봉한 오늘(7일) 보게됐는데.. 먼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여섯 조각난 여성의 시체... 전대 미문의 살인사건 발생!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또 다른 사건의 시작일 뿐...

금강 하구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토막살인사건. 대한민국 최고의 부검의 강민호가 사건을 의뢰 받아 진행하던 중, 열혈 여형사 민서영에 의해 젊은 환경 운동가 이성호가 용의자로 검거된다. 이성호의 자백으로 수사는 급 물살을 타는 듯 싶지만, 번번이 예상을 빗나가는 증거들로 수사팀은 사건 해결에 애를 먹는다.

민서영과 강력반 형사들이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 동분서주하는 가운데 강민호의 딸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강민호는 딸의 실종이 이성호와 관계 있음을 알게 된다. 이성호는 시체에 남긴 단서와 비밀을 알아내면 딸을 살려줄 수 있다며 위험한 거래를 제안한다. 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시체에 남겨진 단서를 추적해야 하는 부검의와 연쇄 살인을 예고하는 비밀을 간직한 살인마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이 시작되는데..
 

 

이렇게 영화는 젊은 여성을 잔혹하게 토막 살인한 살인마를 잡는 아니 잡혀있는 상태에서 다룬 스릴러물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범죄 스릴러물이 바뀌기 시작한 느낌이다. 즉, 예전에는 범인이 밝혀지거나 밝혀지지 않더라도 그를 끝까지 좇는 형사들의 무용담과 나름의 스릴러 반전을 그렸는데.. 이제는 범인들이 스스로 잡히면서 시작을 한다. 그러면서 ’나 잡았으니 당신 조심해라’ 식이다. 최근에 영화 모범시민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꽤 익숙한 설정으로 낯설지도 않지만 새삼스럽지 않다.

여기 영화에서도 극초반부터 토막살인의 범인은 바로 류승범 극중 이성호가 바로 잡힌다. 맞다 그가 범인이다. 다른 사람이 범인은 절대 아니다. 그런데, 극중 이성호는 자신이 나고 자란 금강 하구 유역을 ’아름다운 비너스상의 자궁’이라 자칭하는 환경 운동가이다. 그래서 여성을 토막낸 살인의 의미도 비너스상처럼 잘려내 살인행각의 퍼포먼스를 한 것이다. 환경 운동가의 살인이라는 독특한 설정에 4대강 사업등 개발 논리에 맞서는 묘한 은유도 집어 넣었다. 

그런데, 그는 왜 여자를 그렇게 잔인하게 살해한 것일까? 단지 개발 논리에 반대한 환경 지킴의 수호자이자 살인의 퍼포먼스를 펼친 정신이상자였을까? 아니다. 그에게는 살인의 목표와 목적이 따로 있다. 바로 대한민국 최고의 부검의 강민호 강박사(설경구)다. 즉, 이성호는 강박사의 딸내미를 이미 납치해 둔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강박사에게 조건을 건다. 나를 3일안에 빼내주면 딸내미를 살려주겠다.

이에 강박사는 부검의가 아닌 형사로 분연하며 이성호가 저지른 살인의 증거, 단서 조작과 은폐를 서슴치 않는데.. 이유는 단 하나 딸내미를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그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설경구의 연기력에 나름의 몰입감을 주며 극의 긴장감을 준다. 그러면서 간간히 수감중인 이성호를 만나 코치를 받고 둘간의 의견을 개진한다. 하지만 그런 과정은 이성호가 부검의 강박사를 벼랑끝으로 몰고 있는 것이다.

과연, 강박사는 증거 조작에 성공해서 이성호를 빼놓을 수 있을까? 그를 빼주었다면 딸내미를 온전하게 만날 수 있을까? 그런데, 왜 이성호는 강박사를 타겟으로 잡은 것일까? 결국, 이성호와 강민호 두 사람의 악연은 무엇이었고 결말은 어떻게 될 것인가? 오늘 개봉한 영화인지라 아직 못 보신 분들이 많기에.. 이런 여러 의문점들을 밝힐 수가 없어 남겨둔다.

이렇듯 영화는 스릴러물답게 잘 그려냈다고 자평한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짜집기라 해야 할지.. 그런 요소들이 눈에 많이 띈다. 범죄를 시인하고 잡혀들어와 안에서 강박사를 조정하는 이성호는 마치 ’모범시민’의 삼백형님 제라드 버틀러를 보는 것 같고.. 자식을 구하기 위한 부모의 끈질긴 사투를 벌이며 이미 잡힌 범인과의 신경전을 그린 ’세븐 데이즈’에서 김윤진의 열연과 흡사하고.. 또 설경구는 전작 ’그놈 목소리’에서 유괴된 어린 아들을 찾기위해서 고군분투하며 달리는 모습도 일치한다.

또한 범인이 남겨 놓은 단서들을 찾아 헤매는 실시간 추격극이란 점에서 ’추격자’를 떠올리게 한다. 즉, 한없이 뛰고 또 뛰며 직접 제 힘으로 수사까지 하는 설경구가 김윤석역, 자신이 범인임을 느긋하게 밝히는 류승범은 하정우역을 떠올리게 하니 말이다. 그리고, 사건이 벌어진 시골 경찰들의 안일한 주먹구구식 수사방식과 모습은 성지루가 도맡아 하며 폭소를 자아내는데 송강호의 농촌 스릴러 ’살인의 추억’을 보는 듯 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제는 웬만한 반전도 예상하며 놀라지 않는 예민한 관객들에게도 신선한 결말의 충격까지도 안겨 주었으니 바로 ’올드 보이’ 격이라 할 수 있으니 극중에서 이성호는 올드 보이식 회고담 "저를 기억 못하시나요?" 를 날린다. 이렇게 짜집기한 느낌으로 기존의 스릴러물을 답습한게 아닌가 싶어 식상할 순 있지만.. 나름의 탄탄한 시나리오와 몰입감 좋은 극전개와 두 남자 배우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 특히 류승범의 초월한듯한 무미건조한 식의 범죄자 연기는 역시 그답다는 느낌이다.

또한 영화의 결말을 통해서 생각치 못한 반전의 제공과 어찌보면 슬픈 이야기.. 그래서, 제목이 시사하는 바처럼 '용서는 없다'를 통해서 느껴지는 바로 '복수'의 화두를 던진 영화 <용서는 없다>.. 그 복수는 과연 정당했을까.. 왜 용서를 못하는 것일까.. 용서가 없다면 무엇이 남는걸까.. 범인 이성호는 엔딩에서 이렇게 말한다. 아세요.. 죽음보다 어려운건 용서에요.. 왜냐면 용서하는데 오랜 고통의 시간이 걸리거든요.. 그래서, 그 '용서'가 무엇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보시기 바라며..

결국, 한국판 스릴러의 종합 선물 세트인 이 영화에서 큰 선물의 순서는 아래와 같습니다. ㅎ

올드보이 > 추격자=세븐데이즈 > 모범시민 > 그놈 목소리 > 살인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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