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의 침묵 - 제3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
이선영 지음 / 김영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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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이런 유의 팩션 소설을 만나는 감흥은 기대되고 좋다. 학창시절 수학시간에 가장 기본인 공식으로 외우고 지금도 까먹지 않고 있는 '직각삼각형에서 직각을 낀 두 변의 길이의 제곱의 합은 빗변 길이의 제곱의 합과 같다'는 이른바 '피타고라스 정리'.. 그런데, 그가 정립한 이 대단한 수학 공식이자 이론이 사실 그가 만든 공식이 아니었다?는 도발적 전제로 유혹한 책..

더군다나 제3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에 1억원 고료까지 받은 책.. 그래서, 나같이 일천한 수학적 사고와 이과 계통의 문외한에게도 과연, 그 숨은 진실은 무엇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어 설날 연휴동안 단박에 읽게 된 '천년의 침묵'.. 먼저, 간단히 줄거리를 살펴보면 이렇다.

고대 그리스의 수많은 도시 국가 크로톤. 그 곳에 수의 제국을 세운 현자 피타고르스가 학파를 이루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고 있었다. 아니 그는 바로 神적인 존재였다. 수 많은 제자들도 그를 알현할 수 없었으며 청강자 생활을 수년을 거치고 시험을 통해 제자로 들어가 또 몇년을 이렇게 고생해야 하는 최고의 학파였다. 이런 피타고라스의 학파의 수제자이자 주인공인 디오도로스가 어느날 바닷가에서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되고, 그의 동생 아리스톤이 형의 죽음을 파헤쳐간다. 그러면서 또 다른 현자의 수제자 히파소스를 만나며 의기투합해서 현자의 학파를 둘러싼 음모와 진실을 밝혀나가는 전형적인 추리적 팩션 구조를 담고 있다.

하지만 또다른 현자의 수제자중 카리톤은 옆에서 방해하거나 돕는 세력이 있으니 바로 크로톤의 참주이자 귀족 권력가인 킬론과 그의 아들 팜필로스. 그리고, 팜필로스가 건드린 하녀인 코레와 그의 오빠이자 시민단체의 니논, 이런 시민단체의 수장이자 권익을 대변하는 인물 니코스. 그는 아리스톤을 물심양면으로 돕는 어른신이다. 또 현자의 아내이자 여제자들의 스승인 테아노 그리고 그의 딸 다모와 아들 텔라우게스와 빼놓을 수 없는 밑바닥 생활의 지존 청부살인업자 테론까지 이렇게 갖가지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특히 테아노는 현자와 원치 않은 결혼에 가슴 아파하고 유부녀지만 디오도로스와 히파소스 사이에 에로스적 사랑에 갈등하고, 현자는 부인 테아노 이외에 동생애적 연인 에우니케와 금지된 사랑을 나누는 독특함도 선보인다. ㅎ 암튼, 이런 부수적인 이야기도 있지만, 큰 줄거리는 역시 디오도로스의 동생 아리스톤이 형의 죽음을 조사하는 위해서 현자의 학파에 입문하고, 불문율을 깨면서까지 스파이 활동을 통해서 히파소스와 개구멍을 드나들며 진리의 아버지인 현자의 숨은 이면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현자가 밝혀낸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바로 천년전 이미 바빌로니아 시대에 현자가 우연찮게 여행하는 과정에서 얻게된 두개의 흙 서판을 통해서 얻어낸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즉, 바빌로니아에서 밝혀진 진리를 자신의 업적으로 삼는 과정속에서 수제자 디오도로스가  이런 내막을 알게되고 현자에게 이론 수정발표를 제시하자 그는 스승에 대한 불경죄등으로 청부 살인을 당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내막은 다시 수제자 히파소스와 아리스톤이 알게되고 또한 히파소스는 그속에서 순환되지 않는 무한소수 '무리수'를 발견하며 현자는 놀라움과 함께 앙앙불락하며 그와 모종의 거래를 하게 된다. 이렇게 지식이 권력과 결탁했을때의 부패상과 진리에 대한 현자의 욕망을 잘 그려내고 있다.

즉, 자신에게 그 이론을 넘기고 너는 나의 부인 테아노를 가져라식. 이런 과정속에 오래 지속된 피타고라스 학파의 기세와 억압이 시민들에게 봉기를 일으키게하고 그 중심에 참주 키론이 선동질을 부추기며 새로운 학파의 교체를 꿈꾸게 되는데.. 과연, 현자는 이런 반란속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또 스승에게 자신이 발견한 '무리수'의 이론을 넘긴 히파소스는 오매불망 사랑했던 여자 테라노와 영원한 사랑을 꿈꿀 수 있을까.. 또 형의 죽음을 파헤쳐 알게된 주인공 아리스톤은 이후 어떻게 지냈을까?

이렇게, 본 팩션 소설은 역사속 실존 인물과 허구 인물을 재창조해 그 속에서 '피타고라스 학파'가 이루어낸 엄청난 성과물에 메스를 가하며 그 속에 담긴 진실을 파헤진 작품이다. 제목이 암시하듯 '피타고라스 정리'는 당시로부터 천 년전에 이미 발견된 이론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자 피타고라스는 자신은 신적인 존재로 아니 신이 되고자 했던 그 열망과 욕망속에 갖히며 그 침묵이 깨지고 만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와서 천 년이상 지속되온 '피타고라스 정리'가 그의 업적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또한 그의 수제자 히파소스가 발견한 무리수 존재까지 말이다. 

하지만 나처럼 일천한 수학적 사고를 가진자도 피타고라스가 이룬 학파의 진면목을 조금이나마 맛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꽤 만족하며, 그것은 그가 만든 수의 제국, 그 비밀의 수를 둘러싼 이야기는 바로 우리의 상상을 자극하는 또 다른 재미를 충분히 준 팩션이었다. 특히, 기원전 6세기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크로톤에서 펼쳐진 피타고라스 학파의 풍경과 폴리스 사이의 정치 구도의 생생한 묘사는 읽는 재미를 더한다.

그래서 이 책이 주는 감흥은 배가 되는 것이고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한 필체로 이런 거대한 업적속에 숨겨진 이면을 잘 파헤쳤다. 그것은 바로 실제 수학을 지도해보고 수학사를 다룬 경험을 토대로 '수학적 정보'의 제시와 역사적, 문학적 감각으로 승화시켰으니.. 어떻게보면 참 지적인 팩션 소설의 경지를 보여준 작품이자 잘 써내려간 감각적 팩션이라 본다. 그래서 피타고라스의 숨은 이면과 진면목을 알고자 하는 분들에게 감히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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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춘추전국시대 - Confuciu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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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님이 누구던가? 춘추시대 노나라가 낳은 아니 중국이 낳은 아니다 동양이 낳은 대성현 아닌가.. 그런 공자가 영화로 만들어지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런데 이 영화 예고편에서 나오는 전투씬에 기대해서 보러 갔다가는 낭패당하기 십상이다. 물론, 개봉전부터 이야기들이 분분했다. 아니 책상물림 대성현 공자가 무슨 전쟁 영웅 지략가야 너무 오버아니야.. 공자의 삶이 영화로 그릴만한게 있나등..

하지만 사서의 기록처럼 열국지 한 두번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그가 주유천하 하기전에 노나라의 삼환(계손, 맹손, 숙손) 세력의 전횡에 맞서 대사구(大司寇)에서 국상(國相)까지 올라 반란 세력에 맞선 일과 노나라를 떠나 10여년간 주유천하 한 일은 유명하다. 이에 대해서 예전에 공자에 대해서 정리한 것이 있는데 참고해 보시길..

http://mlkangho.egloos.com/9529051

결국, 영화는 어디를 선택했나면 바로 후자쪽이다. 즉, 천하의 지략가로 그려서 오버하지도 않았고, 그의 삶중 수 많은 제자들을 거느린 중반 이후시절부터 죽을때까지 그린 일종의 다큐같은 전기영화다. 그런 대성현 공자(孔子 B.C 552~479) 의 모습을 윤발이 형님이 맡으며 포텐을 터트렸는데.. 먼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천하통일을 위한 열망으로 전쟁이 난무하던 춘추전국시대에 노나라의 왕 ‘노정공’은 당대 최고의 책략가 ‘공자’를 등용해 무너져가는 왕권의 부활을 노린다. 뛰어난 지략과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수많은 전쟁과 내란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노나라를 구하는 공자! 그러나, 혼란의 시대, 끝없는 전쟁 속 공자를 탐하는 많은 나라와 그를 시기하는 무리로 인해, 공자는 곤경에 빠지게 되는데...

이렇게 시놉시스도 공자를 최고의 책략가, 지략가로 말하지만 그것은 옳지 않다. 지략가로 나온것이 아니라.. 당시 공자가 관직에 있을때 모습을 그린 상황인 것이다. 초반부터 영화는 아주 진중한 맛을 보여준다. 잔잔한 찻잔속 물결이 치는 모습으로 말이다. 또한 고대 중국의 기원전 500년 전후의 모습이 그대로 재현했다. 절대 세련되지 않은 고대의 그림이 동화되게 만든다. 그러면서 당시 노나라 군주 정공은 삼환 세력앞에 사실 허수아비.. 특히 계손 세력의 수장 계손사(계환자) 이분의 포스가 아주 쩐다. 자신이 죽는 순간까지도 아래 그림처럼 말이다.



그러면서 대사구에서 국상까지 오른 공자를 견제하는데.. 그러면서 공자가 펼친 지략은 초반 순장당할 뻔한 아이를 구하고, 제나라 경공과의 회동에서 입심으로 노나라가 잃은 땅 찾고, 삼환이 거느린 세가지 성(삼성)을 허무는 일 정도인데 이것이 계손사의 책략에 도중에 중단된다. 특히 성을 허무는 씬이나 나중에 제나라와 전투씬 이렇게 볼만한 비주얼은 사실 2-3개 정도로 더군다나 짧고 거기서 공자가 한 일은 큰 북치기 정도다. ㅎ

그리고, 전투씬에서 화살이 빗발치는 모습은 주윤발이 주연했던 영화 '황후화'를 보듯이 그대로 재현됐고 대신 공성전은 CG티가 너무 나는게 흠이다. 암튼, 영화적 스펙타클한 비주얼을 기대하면 실망이 클 수 있다. 영화는 하지만 중반이후 부터가 볼만하다. 바로 노나라에서 삼환 세력의 거두 계손사의 책략으로 쫓겨나 주유천하 한일.. 홀연히 떠나지만 어디 제자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당연지사 예수의 제자들처럼 모두 따라나서게 된다.

그러면서 당시 춘추제후국들 위나라, 정나라, 진나라를 도는데.. 위나라에서는 위영공 집권시절 군부인 '남자'가 공자를 유혹 아니 가르침을 받으며 짧게 나온다. 사조영웅문 황용으로 유명한 주신이 큰 역할이 아니라는 사실.. ㅎ 이후에도 여러나라를 도는 과정에 노나라가 제나라에 먹힐 위기에 처하자 이제는 늙어빠진 계손사가 공자를 쫓아보낸 일을 후회하지만 늦었다. 그래도 노나라는 끝까지 버틴다. 

그런데,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중반이후 두 군데가 눈길을 확 끈다. 이제는 거의 늙은 공자가 겨울에 제자들과 강가의 얼음판을 걷다가 마차가 물에 빠지면서 그가 기록한 죽간들까지 빠지자 그의 수제자 '안회'가 위험을 무릅쓰고 물속에 들어가 죽간을 건져내며 끝내 목숨을 잃는다. 역사적으로 안회가 어떻게 죽었는지 모르겠지만.. 공자보다 먼저 저 세상으로 간 안회를 보내며 공자는 엄청 통곡했다고 하니 여기 영화속 공자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또 수제자중 '자로'는 위나라로 출분하게 됐는데 전장에서 장렬히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이렇게 아끼는 제자들을 잃고 이제는 힘이 빠진 공자에게 다시 계손사가 화해의 제스처로 그를 불러들이니.. 공자는 기꺼이 받아들이고 기원전 484년 노나라로 들어온다. 그런데, 그때 본국에서 돌아오는 길목 노나라 성문앞에서 큰절을 올리는 씬에서 순간 뭉클한 그림을 연출한다. 역시 윤발이 형님이다. >.< 그러면서 영화 초반 늙은 공자가 자신의 전적을 회상하듯 다시 그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러면서 말한다. "내가 후세에 남긴 책은 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고 또 나를 오해할 수도 있겠다." 하며 생을 마감한다. 기원전 479년에 말이다. 

영화는 이렇게 공자의 삶을 역사적 기록대로 딱 크게 둘로 나누어 그렸다. 노나라에서 삼환 세력의 전횡앞에 관직 생활을 한 기록과 쫓겨나고 주유천하하며 아끼는 두 제자 안회와 자로의 죽음.. 그리고 본국으로 다시 돌아와 정사에는 관여를 안하고 가르침과 책 정리에 몰두한 그림들을 연도별로 언급했다. 또한 영화에서도 전반적으로 공자가 계속 외친 아니 그가 남긴 가르침 바로 仁과 禮의 정신으로 삶을 사는 메세지를 계속 던져주었다. 

결국, 이 영화는 공자의 삶을 블록버스터, 스펙타클이 아닌 그냥 공자의 중반 이후의 삶을 영화적 다큐같은 그림으로 그려냈다. 그래서 영화 포스터 홍보처럼 제갈량도 울고갈 천재 지략이라는 떡밥을 던졌지만 지략대신 그의 생애를 조망한 영화다. 물론 공자역 윤발이 형님의 포스는 덤이다. 내 눈에 그가 바로 공자였던 것이다. 

그래서, 역사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나름 괜찮은 영화라 할 수 있지만..
대신 적벽대전류를 기대하시면 분명히 실망할 수도 있으니 주의바랍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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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서양 고전 명작 컬렉은 계속되었다. 이번에 작품은 1962년 <에덴의 동쪽>으로 노벨 문학상 수상한 작가 존 어스트 스타인벡(John Ernst Steinbeck, 1902~1968) 원작을 영화화한 <분노의 포도>다. 이와 함께 '분노의 포도'를 구하면서 켵가지로 눈에 띄서 같이 구한 <죠지왕의 광기>다. 가격은 초저가 이벤트로 두개 합쳐서 육천원에서 이백원 빠진다. 

먼저, '분도의 포도'는 유명한 고전 작품으로 1930년대 대공황기의 미국 농촌을 배경으로 심한 가뭄과 농업 구조의 변화로 땅을 잃고 서부로 이주해 간 소작농들의 비참한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1939년에 발표했고  영화는 존 포드 감독이 이듬해 1940년에 만든 작품이다. 젊은 시절의 헨리 폰다가 톰 역을 맡았고, 1940년 아카데미 작품상, 여우조연상(제인 다웰) 수상작의 명작이다.

그리고, '죠지왕의 광기'는 영국 왕실 역사상 최장기 집권(60년)한 왕 중 왕 죠지 3세(George iii, 1738~1820)의 일대기를 그린 시대극이다. 그런데, 이분이 재위한지 30년이 가까워 지는데도 일선에서 은퇴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기괴한 망동을 일삼았는데.. 그러면서 정신병자같은 영국 국왕 조지 3세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또한 그 자신의 광기를 받아들이지 않는 영국 국왕과, 그를 환자로서, 그리고 국왕으로서 대우해야 하는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리며.. 미국 대륙을 잃어버리고, 영국 최고의 실정을 한 영국 국왕 조지 3세의 통치, 그리고 권력 상실을 둘렀싼 암투를 세련되고 재미있게 그려나갔다는 자평이다. 1995년 아카데미 각색, 미술, 남우주연(나이젤 호손), 여우조연(헬렌 미렌) 등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미술상을 수상했고 제48회 깐느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암튼, 재미 있을듯..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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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크하는 악마
테오 R.파익 지음, 박미화 옮김 / 수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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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금의 복잡다변한 인간사에 어떤 큰 사건, 사고를 겪거나 보고나면 항상 나오는 말중에 하나가 있다. 저런 인간도 아닌 놈이.. 짐승만도 못한 놈.. 악마같은 놈.. 즉, 바로 인간의 본성과 내면에 존재하는 악의 기질이 깨어나서 어떤 다른 감정과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분출된 발현이라고 보는 관점이다. 이렇게 교과서적 상투적으로 이야기하고 또 많이 써온 표현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인간의 내면에 惡이 존재하는 것일까? 그냥 정신과, 심리학적 어떤 개념적인 주제의 일반화로 고착화된 말이 아닐까.. 이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해 답을 제시한 책이 바로 <노크하는 악마>이다. 독일의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 교수인 저자 ’테오 R. 파익’이 말하는 악마란 어떤 존재였을까.. 그 내용을 간단히 줄여 보면 이렇다.

우선, 챕터 구성이 눈에 띈다. 1장 악의 기원부터 시작해서 악의 화신, 악의 단면, 살인자 유형, 악의 배경, 마지막 악의 유혹까지.. 모든 구성과 큰 제목마다 악이 빠지지 않고 나온다. 역시 악의 개론서 분석서답다. 1장 악의 기원은 말 그대로 악의 기본 기원이 되는 신화부터 해서 자연안에 존재하는 악과 인간 안의 악의 관점을 고대 철학과 윤리, 종교적 관점에 펼친 개론적 입장이다. 그러면서 죄악과 악덕, 미덕과 도덕등 선 안에 존재하는 철학적, 윤리적 개념으로 설명하는데 사실 초반은 좀 루즈하다. 마치 학창시절 철학 윤리과목 수업을 듣는 듯 해서다. ㅎ

하지만 2장 악의 화신부터가 재밌고 눈길을 끈다. 바로 무형적 존재인 악마들을 기독교 발생이전에 악마들부터 기독교 발생후 불거진 신앙의 적으로써 즉, 사탄의 개념으로 악을 정의한다. 그러면서 유럽 중세 시대를 거쳐 15~17세기 횡행하던 희대의 마녀 사냥꾼 종교재판장 ’토르케마다’로 시작된 ’마녀 사냥’에 대해서 자세히 언급하며 유럽사를 관통한 악의 역사를 말한다. 이런 악의 역사는 현대에 들어서 엑소시즘으로 발현된다.

그런 엑소시즘은 종교적으로 더욱더 발전해서 이데올로기와 맞물려 악의 단면(3장)을 낱낱히 해부한다. 바로 근현대사에 자행된 대표적인 유대인 민족 말살 정책 홀로코스트(Holocaust, 아우슈비츠 포로 수용소 학살 현장과 가스실 학살)등 가열차게 자세히 소개하며.. 굵직한 다섯인물 로베스피에르, 아돌프 히틀러, 이오시프 스탈린, 마오쩌둥, 폴 포트까지.. 그들이 저지른 학살과 만행의 현장을 생생히 전하며 그들이 그렇게 학살한 배경에 존재한 악의 성정까지 평가한다. 물론, 이런 악은 단체로 옮겨져 지금도 자행되고 있는 알카에다, 적군파(RAF)같은 테레리즘까지 분석한다.

이렇게 악의 화신에서 각개로 분석한 단면을 자세히 엿보았다면.. 이후에 펼쳐지는 내용들은 살인자 유형(4장)에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범죄자들의 살인 현장과 기록을 보듯이 생생히 열거한다. 범죄자의 범행 동기부터 대량살인범, 무차별살인범, 연쇄살인범, 살인하는 여성들, 심지어 식인 살인범까지.. 살인 유형의 총집합체라 할 수 있다. 여기 우리나라 사람을 경악케한 한국계 조승희의 무차별 살인범도 언급하며 연쇄 살인범들을 소재로 한 영화까지 소개한다.

이후에는 펼쳐지는 내용 악의 배경(5장)을 통해서는 정신학적, 심리학적 관점이 아닌 좀더 과학적이고 체계적 연구를 통한 그들의 범죄 통계와 공격 가정설을 통한 살인 억제, 그리고 이런 정신이상자들의 두뇌 연구 결과까지 언급하는데 그렇다고 확고한 두뇌 연구 성과까지 정립은 힘들어도 살인범들의 유형은 시상하부와 축두엽 내부에 있는 편도핵에 이상이 있다고 밝힌다. 특히 반사회적 인격 장애인 이른바 ’사이코패스’에 대한 분석이 돋보인다.

결국, 이런 악의 배경 뒤에는 악의 유혹(6장)이 있다고 마지막으로 말하고 있다. 즉, 주체할 수 없는 살인 욕망과 독일의 나치정권이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의 현장에서 삶과 죽음을 지배한 그들의 나치 안락사와 생체 실험까지 언급하니 그 내용은 정말 목불인견이다. 그러면서 인간이 얼마나 추악하고 폭력 예찬에 빠져 있는지 반문한다. 지금의 현대인들은 자극을 너무나 좋아하는 인간의 욕망에 내재된 감정을 통해서 위험과 짜릿한 흥분속에 빠져있음을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즉, 직 간접적으로 위험한 상황을 경험하고 자행하면서 공포심, 긴장감, 짜릿한 흥분을 추구하는 행동은 불행, 재해,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면역성을 기르려는 인간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고 그것이 바로 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 책은 우리안에 내재된 악의 기운에 대해서 제대로 아니 모든 갖가지 설, 기원부터 해서 실제 존재했던 대학살, 살인의 유형, 현장까지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그런 이야기들은 우리 인간사를 통해서 펼쳐진 그림들로 부정할 수 없는 현상이자.. 이것은 인간 내면에 기본적으로 존재하는 선의 개념과 더불어 악이 공존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누구나 살인을 저지르는 악마가 되는 것은 아니다. 거의 절제가 가능한 이성적 동물임에 틀림없지만 그 악이 분출돼서 자행된 현상들은 분명히 내재된 욕망의 발현일 수 밖에 없는 원론으로 다시 귀결된다는 점이다. 결국, 이 책은 그 악마가 되는 구조적 역학과 형이상학적인 주제를 정신학적, 심리학적 관점에서 여러 사례를 통해서 잘 설명해준 개론서이자 분석서이다. 

그래서 책 제목처럼 <노크하는 악마>라는 이야기는 바로 우리 안에 내재된 악마가 나오기전에 나를 깨우는 신호로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악마가 스멀스멀 나오기전 아니 "내 안에 악마있다.."고 생각되는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감히 권하는 바이다. 바로 유용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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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왜 왔니 (1disc)
황수아 감독, 강혜정 외 출연 / 플래니스 엔터테인먼트 / 2009년 9월
평점 :
일시품절


강혜정이라는 여배우는 볼때마다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띄게 만드는 그런 여배우다. 그녀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영화판에서 아직은 메가톤급, 중박이상도 장담 못하는 그런 여배우의 이미지이지만 그녀만이 갖고 있는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배우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독특한 캐릭터로 나온 영화 <우리집에 왜 왔니>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3년 동안 자살 시도에 줄곧 실패만 해온 병희. 드디어 정말 죽으려는 순간! 정체불명의 여자, 이수강이 “다녀왔습니다!”라며 병희집에 당당하게 쳐들어온다. 수상한 그녀, 수강은 마당에 꼭 묻어야 할 놈이 있다며 병희에게 조용히 지낼 것을 강요하는데… 도대체 그녀는 왜 우리 집에 쳐들어왔을까?

맘대로 죽지도 못하고, 온 몸이 묶인 채 자기집에 감금당하는 신세가 된 병희. 수강이 우리집에 쳐들어온지도 3주가 훌쩍 지나고, 끼니 때마다 식사를 대령하는 수강 덕분에 감금생활에 익숙해져가는 병희. 그런데 수강은 먹고, 잠자는 시간 외에는 하루 종일 오페라 글라스로 창 밖의 누군가의 집을 감시한다. 도대체 그녀는 뭘 하는 걸까? 

이렇게 이 영화는 지금까지 강혜정 그녀가 보여주지 못한 캐릭터로 분연했다. 이른바 노숙녀.. 그런데, 이런 노숙녀가 왜이리 규티한거야.. 분장의 실패 아닌가..ㅎ 그런데 빈티지 레이어드룩 패션이 너무나 어울려 보이는게 그녀만의 매력이 제대로 표출된 영화였다. 노숙녀라지만 위트 있는 대사와 몸짓등.. 학창시절 중딩 녀석을 누나가 격하게 사랑한죄로 인생 나락으로 떨어진 그녀.. 그런 그녀가 노숙녀로 전락후 쳐들어간 집에서 자살하려는 남자(박희순)를 만나면서 겪는 한국판 코믹 미저리같은 영화..

결국, 두 남녀의 어찌보면 상반된 사랑의 아픔이 집 공간에서 인질극이라는 상황으로 벌어졌으니 동병상련이었나.. 아니면 노숙녀 그녀만의 광기였나.. 하지만 그렇게 매드하고 이상하고 묘한 연기는 '웰컴투 동막골'이후 다시한번 미친년으로 분연한 극중 이수강은 바로 그녀로 인해 제대로 표출이 되었다. 중딩을 사랑한 죄로 시작된 사랑의 아픔을 가진 수상한 노숙녀와 죽지 못해 사는 남자와 기묘한 동거라는 상황으로 그려낸 위트있고 발랄한 영화라 본다. 물론, 그녀만의 매력도 충분히 발휘된 괜찮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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