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크하는 악마
테오 R.파익 지음, 박미화 옮김 / 수북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작금의 복잡다변한 인간사에 어떤 큰 사건, 사고를 겪거나 보고나면 항상 나오는 말중에 하나가 있다. 저런 인간도 아닌 놈이.. 짐승만도 못한 놈.. 악마같은 놈.. 즉, 바로 인간의 본성과 내면에 존재하는 악의 기질이 깨어나서 어떤 다른 감정과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분출된 발현이라고 보는 관점이다. 이렇게 교과서적 상투적으로 이야기하고 또 많이 써온 표현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인간의 내면에 惡이 존재하는 것일까? 그냥 정신과, 심리학적 어떤 개념적인 주제의 일반화로 고착화된 말이 아닐까.. 이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해 답을 제시한 책이 바로 <노크하는 악마>이다. 독일의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 교수인 저자 ’테오 R. 파익’이 말하는 악마란 어떤 존재였을까.. 그 내용을 간단히 줄여 보면 이렇다.

우선, 챕터 구성이 눈에 띈다. 1장 악의 기원부터 시작해서 악의 화신, 악의 단면, 살인자 유형, 악의 배경, 마지막 악의 유혹까지.. 모든 구성과 큰 제목마다 악이 빠지지 않고 나온다. 역시 악의 개론서 분석서답다. 1장 악의 기원은 말 그대로 악의 기본 기원이 되는 신화부터 해서 자연안에 존재하는 악과 인간 안의 악의 관점을 고대 철학과 윤리, 종교적 관점에 펼친 개론적 입장이다. 그러면서 죄악과 악덕, 미덕과 도덕등 선 안에 존재하는 철학적, 윤리적 개념으로 설명하는데 사실 초반은 좀 루즈하다. 마치 학창시절 철학 윤리과목 수업을 듣는 듯 해서다. ㅎ

하지만 2장 악의 화신부터가 재밌고 눈길을 끈다. 바로 무형적 존재인 악마들을 기독교 발생이전에 악마들부터 기독교 발생후 불거진 신앙의 적으로써 즉, 사탄의 개념으로 악을 정의한다. 그러면서 유럽 중세 시대를 거쳐 15~17세기 횡행하던 희대의 마녀 사냥꾼 종교재판장 ’토르케마다’로 시작된 ’마녀 사냥’에 대해서 자세히 언급하며 유럽사를 관통한 악의 역사를 말한다. 이런 악의 역사는 현대에 들어서 엑소시즘으로 발현된다.

그런 엑소시즘은 종교적으로 더욱더 발전해서 이데올로기와 맞물려 악의 단면(3장)을 낱낱히 해부한다. 바로 근현대사에 자행된 대표적인 유대인 민족 말살 정책 홀로코스트(Holocaust, 아우슈비츠 포로 수용소 학살 현장과 가스실 학살)등 가열차게 자세히 소개하며.. 굵직한 다섯인물 로베스피에르, 아돌프 히틀러, 이오시프 스탈린, 마오쩌둥, 폴 포트까지.. 그들이 저지른 학살과 만행의 현장을 생생히 전하며 그들이 그렇게 학살한 배경에 존재한 악의 성정까지 평가한다. 물론, 이런 악은 단체로 옮겨져 지금도 자행되고 있는 알카에다, 적군파(RAF)같은 테레리즘까지 분석한다.

이렇게 악의 화신에서 각개로 분석한 단면을 자세히 엿보았다면.. 이후에 펼쳐지는 내용들은 살인자 유형(4장)에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범죄자들의 살인 현장과 기록을 보듯이 생생히 열거한다. 범죄자의 범행 동기부터 대량살인범, 무차별살인범, 연쇄살인범, 살인하는 여성들, 심지어 식인 살인범까지.. 살인 유형의 총집합체라 할 수 있다. 여기 우리나라 사람을 경악케한 한국계 조승희의 무차별 살인범도 언급하며 연쇄 살인범들을 소재로 한 영화까지 소개한다.

이후에는 펼쳐지는 내용 악의 배경(5장)을 통해서는 정신학적, 심리학적 관점이 아닌 좀더 과학적이고 체계적 연구를 통한 그들의 범죄 통계와 공격 가정설을 통한 살인 억제, 그리고 이런 정신이상자들의 두뇌 연구 결과까지 언급하는데 그렇다고 확고한 두뇌 연구 성과까지 정립은 힘들어도 살인범들의 유형은 시상하부와 축두엽 내부에 있는 편도핵에 이상이 있다고 밝힌다. 특히 반사회적 인격 장애인 이른바 ’사이코패스’에 대한 분석이 돋보인다.

결국, 이런 악의 배경 뒤에는 악의 유혹(6장)이 있다고 마지막으로 말하고 있다. 즉, 주체할 수 없는 살인 욕망과 독일의 나치정권이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의 현장에서 삶과 죽음을 지배한 그들의 나치 안락사와 생체 실험까지 언급하니 그 내용은 정말 목불인견이다. 그러면서 인간이 얼마나 추악하고 폭력 예찬에 빠져 있는지 반문한다. 지금의 현대인들은 자극을 너무나 좋아하는 인간의 욕망에 내재된 감정을 통해서 위험과 짜릿한 흥분속에 빠져있음을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즉, 직 간접적으로 위험한 상황을 경험하고 자행하면서 공포심, 긴장감, 짜릿한 흥분을 추구하는 행동은 불행, 재해,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면역성을 기르려는 인간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고 그것이 바로 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 책은 우리안에 내재된 악의 기운에 대해서 제대로 아니 모든 갖가지 설, 기원부터 해서 실제 존재했던 대학살, 살인의 유형, 현장까지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그런 이야기들은 우리 인간사를 통해서 펼쳐진 그림들로 부정할 수 없는 현상이자.. 이것은 인간 내면에 기본적으로 존재하는 선의 개념과 더불어 악이 공존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누구나 살인을 저지르는 악마가 되는 것은 아니다. 거의 절제가 가능한 이성적 동물임에 틀림없지만 그 악이 분출돼서 자행된 현상들은 분명히 내재된 욕망의 발현일 수 밖에 없는 원론으로 다시 귀결된다는 점이다. 결국, 이 책은 그 악마가 되는 구조적 역학과 형이상학적인 주제를 정신학적, 심리학적 관점에서 여러 사례를 통해서 잘 설명해준 개론서이자 분석서이다. 

그래서 책 제목처럼 <노크하는 악마>라는 이야기는 바로 우리 안에 내재된 악마가 나오기전에 나를 깨우는 신호로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악마가 스멀스멀 나오기전 아니 "내 안에 악마있다.."고 생각되는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감히 권하는 바이다. 바로 유용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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