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퐅랜, 무엇을 하든 어디로 가든 우린
이우일 지음 / 비채 / 2017년 12월
평점 :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축복받은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자신이 하고 싶은 곳,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가고 머물 수 있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거의 없다. '퐅랜, 무엇을 하든 어디로 가든 우린'는 여행하는 만화가 이우일 님의 여행이야기를 담은 글이다.
퐅랜... 미서부의 오리건 주의 작은 도시 포틀랜드의 이름으로 도시를 좋아한다고 밝힌 이우일 님의 가족들이 이곳에서 머문 시간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미국의 다른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퐅랜은 타투의 성지이며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된 자전거의 도시, 매년 재즈 축제가 열리는 느리지만 선량하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아담한 도시다.
나는 그저 내가 잘 모르는 찾고 있었다. 잘 모르는 도시. 그래서 내 삶을 새롭게 발견할 수밖에 없는 도시를. -p11-
퐅랜은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뉴욕, L. A, 라스베이거스 등과 확실히 다른 느낌을 주는 도시란 느낌이 들었다. 이 도시에서 저자의 가족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즐거움을 발견해나가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요즘 젊은이답게 타투에 관심 있어 하거나 정확하지 않았던 꿈을 발견하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딸의 모습, 알뜰하고 절약 정신이 투철한 근면한 아내의 이야기, 획일화된 주입식 교육을 받았지만 우리나라가 아니기에 딸이 관심 있어 하는 그림을 위해 딸과 함께 누드 크로키를 다니거나 오래된 물건에 대한 집착이 있는 나와 비슷하지만 다른 저자의 다양한 이야기, 나이 들었지만 동안의 모습을 가진 영리한 고양이 카프카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퐅랜이란 도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느리고 여유로운 도시와 닮은 사람들의 이야기 등이 인상 깊게 느껴진다.
책을 좋아하기에 책방에 대한 이야기는 더 관심이 간다. 커피의 한 종류의 이름을 탄 자신이 직접 책을 만들 수 있는 기계가 있다는 것도 딸의 책을 만들고 만든 책에 관심을 보여 파월 북스에서 직접 판매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힐 정도로 개인지 만든 책에도 서점이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신기했으며 우리에게도 충격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둘러싼 이야기, 여름이 시작되면 다양하게 매일 열리는 페스티벌을 골라가는 재미가 있을 정도로 얼마나 많은 페스티벌이 있을까 궁금증도 생긴다.
친절은 받는 사람이나 주는 사람 모두 기분이 좋아지게 한다. 친절해지고 밝아지는 건 전염되고 중독된다. -p84-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고 한다. 허나 저자는 퐅랜에서 생활하면서 서울 연희동 집에 가는 것이 오히려 여행을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들뜨고 설렌다고 말한다. 그만큼 퐅랜이란 도시 자체에 그와 그의 가족이 집으로 느낄 만큼 정이 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를 통해 퐅랜이 가진 여유로운 느림의 미학이 느껴지는 도시 퐅랜이 가진 매력이 무엇인지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비를 좋아하는데 비가 많이 내리는 비의 도시 퐅랜... 미국으로 여행갈 기회가 된다면 퐅랜 한 번 들러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