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4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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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칼의 날카로운 칼날을 넘어서기는 어렵나니, 그러므로 현자가 이르노니, 구원으로 가는 길 역시 어려우니라.> -키타 우파니샤드-


'달과 6펜스'를 통해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은 '서머셋 몸'의 3대 소설 중 하나인 '면도날'... 솔직히 말해 책장은 정말 잘 넘어간다. 주인공 래리는 물론이고 캐릭터 하나하나가 가진 상황이 나름 다 이해가 되고 그들의 선택도 나름 공감하는 부분이 꽤 있다. 다만 래리보다 더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여긴 앨리엇의 마지막 모습이 살짝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다. 래리와 비교되는 보여주는 인물로 설정하다 보면 나름 이해는 가지만 그럼에도 그의 죽음이 안타깝고 왜 이런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주인공 래리 데럴은 비행사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다. 헌데 그를 대신해 동료가 죽자 그는 커다란 고통을 겪는다. 어릴 적부터 사귄 여자 친구 이사벨에게 자신의 뜻을 전했다가 그녀가 거절하자 혼자서 삶과 죽음, 신, 인생 등에 대한 고민을 갖고 고행자의 길을 떠난다. 래리의 심적 고통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사벨이 속물이라고 말해야 옳겠지만 내가 만약 이사벨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에 대한 생각을 갖는다면 나 역시도 이사벨과 별반 다르지 않은 대답을 하지 않을까 싶어 그녀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다만 그녀가 래리와 결혼할 거란 소피라는 여성에게 느끼는 감정, 행동은 옳지 않다. 자신보다 못하다고 여긴 여자 소피에게 래리는 사는 이유를 발견했다는 것에 이기적이고 나쁜 여자의 모습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구원을 어디서 얻을 것인지는 순전히 자신이 결정할 일이다. 동양 철학... 인도철학에서 래리는 구원을 찾는다. 여기에 윤회사상에 대한 이야기는 평소에 종교적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재밌고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기는 하다.


이사벨의 남편 그레이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남자라고 여겨진다. 그는 성실하고 남자로서 인정받고 싶어하고 아내를 위해주는 남자다. 그레이는 대공황으로 사업이 망하며 어려움을 겪지만 앨리엇의 도움을 받으며 지낸다. 힘든 시기를 겪는 사람이 늙는다는 말이 있듯이 그레이의 모습은 실제 나이보다 더 늙은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래리의 모습은 그와는 반대다. 소년과도 같은 열정을 지닌 젊은이의 모습 같다는 말에는 앨리엇과 다른 래리의 비교 대상으로 인용되었다는 느낌을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그레이의 사업이 망했을 때 자신이 가진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란 이유도 있겠지만 그레이란 남자에 대한 감정이 이사벨이 남편을 두둔하는 이유는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점이라면 저자 몸이 직접 나온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사람들을 평가하고 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인물로 나온다. 어떨 때는 마치 '신'과 같은 느낌을 주는 인물로 비쳐지기도 한다. 친구이거나 이웃으로 등장하며 인물들 생활 가까이에서 그들을 보고 그들과 깊은 연관성을 지닌 인물로 나오는 것 자체가 흥미로우며 저자 자신의 성격, 성향, 생각 등을 많이 방영하고 있다니... 서머셋 몸에 대해 더 생각해보게 된다.


각자가 다른 인생의 가치를 추구하는 모습들이 흥미롭게 담겨진 '면도날'... 제목과 같은 날카로운 면은 다소 부족한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충분히 매력적이고 재밌는 책이란 생각은 든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간다고 상대를 비판할 수는 없다. 무엇이 옳은지는 사실 누구도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자신을 찾고자 누구보다 열심히 십 년이 넘는 시간을 고행자의 길을 걸었던 래리나 와인, 옷, 집, 파티 같은 물질적인 추구와 상류사회 사람들과의 교류에 목을 맨 앨리엇, 안정적인 삶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사벨, 소피와 같은 일을 하며 화가로서 길을 걷게 되는 수잔, 결국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는 소피...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가던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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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맑음 2015-12-25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내용을 모르는 저로서는 죽음이라는 스포때문에 김이 팍 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