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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의 아이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박하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일본 미스터리 소설의 대표적인 작가 미야베 미유키... 개인적으로 미미여사의 미야베 월드 시리즈를 무척이나 사랑하고 애장하고 있을 정도로 저자의 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독자다. 이번에 박하에서 나온 '형사의 아이'는 미미여사의 초기작품이다. 나름 미미여사의 작품들을 꽤 많이 읽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형사의 아이'는 읽은 기억이 없기에 초기작품은 어떤 느낌일까? 나름 기대감을 갖고 읽은 책이다.
'형사의 아이' 제목에서 느껴지듯 주인공은 열세 살 중학교 1학년 야키사와 준이란 소년이다. 준의 아버지 미치오는 경시청 수사 1과로 근무하는 형사로 단 둘이 살고 있다. 어머니와 헤어지고 아버지의 본가가 있는 서민 동네 시타마치로 이사를 오게 된 준... 사건이 터지면 집에도 제대로 들리지 못하는 아버지를 대신해 부지런하고 연륜이 묻어나는 지혜를 갖춘 할머니 가정부 하나가 있어 다행이다.
준의 아버지 미치오가 형사란 것을 알고 있는 신고는 준의 단짝 친구와도 같다. 먼저 준에게 접근할 정도로 형사를 꿈꾸고 있는 소년으로 어느 날 신고가 준을 찾아와 마을에 흉흉하게 돌고 있는 소문에 대해 들려준다. 소문의 중심에는 시노다 도고란 뛰어난 화가가 있다. 준은 신고에게 소문에 대해 듣게 된 날 저녁 누군가로부터 우편함에 익명의 편지를 넣는 소리를 듣게 된다. 우편함에 있는 편지 속 짧은 문장에는 소문속 인물의 이름이 쓰여 있다. 분명 화가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느낀 준은 편지 속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기로 한다.
누군지 모를 두 구의 시체가 끔찍한 모습으로 난도질 되어 발견된 사건... 미치오는 집에도 제대로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사건에 몰입하지만 결정적은 단서는 발견하지 못한다. 헌데 형사들에게 한 통의 익명의 편지가 배달되는데..
준은 시노다의 집을 감시하던 중 긴머리의 젊은 여자를 목격하기도 하고 주인인 시노다에게 들키게 된다. 시노다가 자신 있게 말하는 최고의 작품 '화염'을 직접 보고 매혹되는 준... 절대 시노다를 토막연쇄살인사건과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없다는 느낌이 강하게 온다.
세상에는 이럴 수 있나 싶은 일이 발생한다. 우리는 사람을 볼 때 순수하다고 느끼는 대상이 있다. 우리가 믿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학습으로 순수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때 묻지 않아야 할 대상들이 악마의 탈을 쓰고 있다. 그것을 알기는 결코 쉽지 않다. 알았다고 해도 자신이 사랑하는 누군가가 얽혀 있다면 세상에 들어낼 수 있는 용기를 내기 어렵다.
어제인가 학생들이 여학생을 강제로 성접대를 강요하고 결국에는 살인까지 저지른 사건에 대한 재판 결과를 뉴스를 통해서 보았다. 처음 뉴스가 보도 되었을 때 학생들이 저렇게나 잔인하고 폭력적일 수 있는가에 대해 섬뜩하고 무서웠는데 요즘은 어른들도 학생들이 무섭다는 말을 할 정도로 그들의 범죄수위가 상상이상이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 생각보다 가벼운 양형을 적용하는 것에 의견이 분분한데 이제는 조금 더 엄한 처벌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갈수록 늘어나고 잔인해지고 있는 청소년들의 범죄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담은 '형사의 아이'... 미미여사의 초기작품이지만 지금 읽어도 재미가 떨어지는 느낌 없이 즐겁게 읽게 된다. 개인적으로 야키사와 준과 가정부 하나가 콤비가 된 시리즈가 계속해서 나와도 괜찮다는 느낌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