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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증명
도진기 지음 / 비채 / 2017년 5월
평점 :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추리소설 작가하면 도진기 작가가 아닐까 싶다. 나름 저자의 작품을 좋아하고 기다렸는데 이번에 만난 '악마의 증명'은 평소에 단편보다 장편을 선호하는 나지만 장편소설을 읽는 것처럼 여덟 편의 단편 하나하나가 추리소설이 주는 재미에 푹 빠져 읽은 책이다.
세상에 인간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듯이 자신의 지적 능력에 취해 제대로 한 번 사람들을 속이고 맘껏 활개를 치며 완전범죄를 노린 범인의 치밀한 계획이 흥미로웠던 제목과 같은 악마의 증명, 타잔 영화를 좋아하며 산다는 것이 그리 재밌지 않았던 일흔여섯 살의 노인이 시한부 인생 막바지에 짧지만 삶을 행복하고 즐겁다고 느낄 수 있었던 원동력이 주는 오싹함을 다룬 정글의 꿈, 검사에서 변호사로 자신을 시험대에 올려놓은 호연정 변호사는 한 할머니의 의뢰를 받는다. 어린 손녀딸을 위해 교통사고로 삶을 마감한 딸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란 것을 밝혀주길 바라는데 보험금을 주지 않으려는 보험사가 급하게 자살로 사고처리를 한 것은 아닌가 모든 정황들이 자살이라고 말하면서도 의심을 하게 만든다. 어머니가 강하고 위대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했던 선택, 쫓기는 탐정은 연쇄 토막 살인마로 의심되는 인물을 쫓고 있다. 그가 범인이란 확신이 들지만 그로인해 위험에 노출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서운 악마로 변해버린 자신을 발견하고 마는 외딴집에서, 우수한 두뇌한 가지고 승승장구를 달리며 앞날이 창창한 변호사로 세간의 화제를 모은 남편을 죽인 살인범을 죽인 여자의 행동은 누구보아도 정당방위다. 재판이 진행되는 시간동안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 한 할머니가 무척이나 신경 쓰인 변호사는 할머니의 한 마디에 사건을 재짚어보지만 여인은 정당방위다. 삶이 고달파 죽고 싶을 만큼 힘들지만 그 속에 진심을 담은 작은 표현하나로 미처 인식하지 못한 마음을 들여다보는 구석의 노인,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판사란 남자의 기묘한 이야기... 풍뎅이로 인해 30년 전의 시간을 돌아간 남자는 젊은 시절의 사랑하는 여인과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털어 놓는다. 후회하지 않은 평탄한 삶을 살았다고 여겼지만 자신도 모르게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되고 그로인해 지난 사랑을 들여다보게 되는 시간의 뫼비우스, 한 남자의 죽음으로 만나게 된 두 여자... 같은 이름을 가진 남자들의 연관성은 생각지도 못한 진실과 마주한다. 이기적인 인간의 추악함을 보게 되는 킬러퀸의 킬러, 인생을 즐기는 것에 의미를 둔 남자와 그런 남자를 군에서부터 만나 함께한 친구...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려고 간 곳에서 매혹적인 한 여인을 만난다. 그녀의 능력과 집착이 점점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기어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다. 억울함을 가진 인물은 죽음을 맞은 인물의 만남을 털어놓으며 억울함을 토로하지만 믿기 힘들다. 진실이 가진 힘이 아무리 크다고 하지만 정상적인 사고회로를 가진 사람이 이해하기 두려운 이야기를 외면하는 죽음이 갈라 놓을 때까지 여덟 편의 작품은 각각이 가진 매력과 재미가 느껴지며 그 중에서 세 편은 오싹함을 느낄 정도로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인간의 미묘하고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추리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장르 문학의 대표하는 작가답게 흥미롭고 신선한 여덟 편의 단편을 만나 즐겁게 읽었으며 앞으로 나올 작품 역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