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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코미디 - 유병재 농담집
유병재 지음 / 비채 / 2017년 11월
평점 :
자신만의 위트와 재치, 색깔을 가지고 시대를 재치 있게 쏟아낸 이야기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알려주는 개그맨 '유병재'... 이름이야 익히 알고 있고 그가 내뱉는 이야기에 나름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다고 얼핏 느끼고 있다가 케이블 TV에서 제목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자신만의 분야에서 나름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에서 그의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되어 재밌게 본 기억이 있다. 이후 유튜브를 통해 유병재란 인물이 말하는 이야기를 종종 들으며 그가 쏟아내는 블랙코미에 빠진 1人이다.
'블랙코미디' - 유병재 농담집으로 비채에서 나온 책으로 이 시대의 명언을 쏟아내는 입담꾼 김제동에 결코 뒤지지 않는 말솜씨를 가진 인물이란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는 유쾌하지만 웃음으로만 넘길 수 없는 이야기를 만나게 되는 책이다.
현대사회는 많은 것이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사람을 판단하는 가장 큰 요인 중 으뜸은 돈이다. 어느 시대나 돈이 가진 위력은 대단하다. 예전과 달리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시대가 지금은 더더욱 아니다. 많이 갖고 있기에 평범한 사람들보다 앞선 그들은 대를 이어 더 많은 것을 가질 수 있는 기회 또한 대부분 그들의 몫이다. 하루하루 먹고 살 것을 걱정해야 하는 소시민은 몸이 재산이고 머리가 그나마 받쳐주어야 보편적인 삶이 가능하다. 돈이 없어서 몸이 고달프면 건강한 몸도 아플 가능성이 크고 그로인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시간과 기회 역시 현저히 줄어든다. 그래서인지 돈을 잃으면 명예, 건강을 잃을 수 있다는 글에 씁쓸함을 넘어서는 답답함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좁은 땅덩어리에 너무 많은 인구가 밀집되어 살고 있는 우리나라는 초고속 인터넷을 자랑하는 나라답게 유달리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관심이 많다. 악의적인 악플에 인기를 먹고 산다는 연예인은 물론이고 평범한 사람들 역시 마음의 상처를 받는 일이 심심치 않게 뉴스를 통해 나온다. 부와 명예를 가진 연예인들이라지만 그들 역시 개인적인 입장과 생활이 있는데 일일이 파헤쳐 걱정하고 참견하고 도를 넘어 사돈도 아닌데 배가 아파 악의적인 글을 쓰는 사람들의 심리가 간혹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잘 살고 있는 연예인은 걱정보다는 격려를 힘들고 고통스런 연예인이게는 진심을 담은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넬 수 있는 여유가 평소에 무심함이 많은 나부터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 자신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말을 종종 하는 친구를 보며 의문이 생길 때가 있다. 물론 오랜 시간을 함께해서 나의 성향이나 성격, 소소한 습관 등을 알 수는 있다. 많이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을 좀 더 배려할 수 있다는 말이란 생각이 든다. 보여주는 직업을 가진 유병재 씨를 향해 그가 뱉은 말이나 그에 대해 알려진 이야기를 통해 섣불리 판단할 수 있는 요인이 많다. 유명인 이기에 우리 같은 사람보다 이런 말을 더 듣기 쉽다는 생각이 들고 이 글을 쓰면서 저자는 어떤 심정이었을지 잠시 생각해본다.
어느 책에선가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함께 한 시간이 길다고 그 사람이 나를 잘 아는 것도 아니고 어제 만났다고 그 사람이 나를 전혀 모르는 것도 아니다. 시간과 상관없이 자기 자신도 제대로 모를 때가 있는데 타인을 남을 제대로 알기는 어렵다. 다른 사람에 대해 말할 때 좀 더 신중하고 사려 깊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글을 보며 새삼 느낀다.
이외에도 아주 짧은 글, 간혹 조금 더 긴 글에 고개를 끄덕이며 반성도 하고 공감도 하며 책장 넘기게 된다. 하나하나의 글에는 농담처럼 쉽게 넘길 수 없는 유머가 도사리고 있다. 블랙코미디란 장르에 대한 인식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블랙코미디가 가진 재미 역시 온전히 담고 있기에 반복해서 읽게 되는 책이다.
얼마 전과다는 달리 유병재 씨가 쏟아내는 말이 좀 더 여유로울 수 있는 상황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결코 말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도 거침없이 하는 그의 뚝심과 용기에 감탄하게 된다. 이 시대의 자화상을 만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유병재의 농담집 '블랙코미디'... 그가 꼬집은 불편한 모습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며 이 책을 읽기 전보다 더 자주 유튜브로 찾아서 볼 정도로 가볍지 않은 그의 농담에 빠지게 된 책을 만나 좋았으며 그의 블랙코미디가 계속 이어지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