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나폴리 4부작 3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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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가장 기다리던 시리즈는 나폴리 4부작이다. 남자보다 여자의 우정이 결코 얇지도 가볍지도 않다는 인상을 심어준 엘레나 페란테 작가의 나폴리 4부작... 이미 1권 나의 눈부신 친구, 2권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를 읽으며 3권을 많이 기다렸는데 3권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재미를 느꼈다.


전쟁이 끝난 후 힘이 지배하에 돈이 모이며 자신이 가진 능력이 여자라는 이유로 더 나은 발판이 될 수 있는 상급학교로의 진학을 포기하고 결혼을 결심했던 릴라가 결혼 첫 날부터 배신감에 남편 스테파노와 불화를 겪으며 어린시절 레누와 감정을 싹트던 니노와 관계를 맺으며 그의 아기를 가졌다는 확신을 갖는다. 니노와 헤어진 후 아들과 자신을 좋아하고 떠받드는 엔초가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그의 곁에서 생활하는 이야기를 담은 2권은 레누 보다는 릴라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는데 3권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에서는 레누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항상 릴라의 반짝이는 지성과 아름다움, 그녀의 재치와 감성에 휘둘리며 그녀의 곁에서 멀어지지도 외면하지도 못하며 늘 자신이 릴라보다 나은 인물이라는 것을 느끼고 싶어 하는 레누는 선생님과 부모님의 도움으로 상급학교로 진학하며 작가로서 성장해 간다. 허나 레누의 글에는 여전히 릴라가 존재하고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에 레누는 때때로 자괴감에 빠진다. 니노와 릴라의 사이를 알고 마음을 접고 자신에게 접근하는 남자와 관계를 맺으며 여자로서 성장해가는 레누... 그녀는 작가로 이름이 알려지고 교수이며 지성인인 남편 피에트로와 결혼을 한다. 생각지도 못한 인물을 통해 릴라의 자식이 니노가 아닌 남편 스테파노가 아빠라는 것에 레누는 물론이고 릴라 역시 충격을 받는다. 니노는 결코 좋은 남자도 가정에 충실한 남자도 아닌 남자다. 니노 역시 결혼을 하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살아가지만 레누의 시아버지를 통해 레누와 그녀의 가족을 만나며 다시 서로 감정의 스파크를 일으킨다.


레누가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어가며 결혼하고 딸 둘을 가진 가정주부이자 니노와 사랑을 키워가는 동안 릴라는 엔초를 컴퓨터 천재로 이끌며 그의 영향으로 그녀 역시 컴퓨터와 급변하는 시대에 결코 굴하지 않는 노동자를 대변하는 인물로 본의 아니게 앞에 서게 된다. 빼빼 마르고 예전의 아름다움은 많이 사라졌지만 릴라와 함께 생활하며 그녀와 관계 맺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플라토닉한 관계를 이어가는 엔초는 물론이고 여전히 릴라의 주변을 맴돌며 그녀의 지성과 번뜩이는 감성, 그녀만이 분위기에 목을 매는 남자들이 존재한다.


스토리의 탄탄함이나 재미는 앞의 두 권에 결코 떨어지지 않지만 릴라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흥미롭고 많았던 2권에 비해 레누의 인생스토리를 담은 3권은 결혼과 자식을 둔 삶의 무게가 버거움을 느끼며 예전의 사랑에 모든 것을 걸고 도전하려는 레누의 내면의 갈등이 이해가 되면서 자신의 삶을 찾고자 모든 것을 버리려는 레누의 앞날이 평탄하게 흘러갈지 걱정이 앞선다.


멀리 있어도 멀어질 수 없는 릴라와 레누는 서로를 찾지만 서로의 바뀐 환경으로 인해 불편하면서 친숙하다. 릴라를 통해 끊임없이 성장하고 용기를 얻지만 그만큼 좌절하고 실망하는 레누, 경제적인 어려움과 여자라는 이유로 상급학교 진학을 포기하며 현실에 묶여버리며 뛰어날 수 있는 능력들이 발휘되지 못하는 상황으로 몰린 릴라는 작가이며 지성을 갖춘 멋진 여성으로 성장한 레누에게 어쩔 수 없는 질투를 느낀다. 레누를 질투하면서도 그녀와 멀어지지 못하는 것은 릴라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레누와 달리 릴라는 자식과 엔초에게 자신을 온전히 투자하며 행복감을 느끼지만 뛰어난 존재라고 여겨지던 자식이 평범하다는 것에 마음을 다치는 모습에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마지막 4권만 남겨두고 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니노와의 사랑에 충실하려는 레누와 여성으로서의 행복보다는 컴퓨터에 능숙하고 급변하는 사회구성원으로 앞장서는 릴라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릴라란 인물에게 안타까움이 더 크기에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는 릴라는 보며 결혼과 상급학교 진학의 기회가 생겼더라면 그녀의 인생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평생 놓지 않는 우정의 나누는 릴라와 레누... 평범하지 못한 그녀들의 사랑, 인생 이야기를 빨리 만나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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