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의 서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무게감이 느껴지는 책을 받았다. 'HQ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을 통해 인상 깊게 조엘 디케르란 작가의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저자의 작품을 내심 기다리고 있던 차에 읽게 된 '볼티모어의 서'는 다양한 모양의 창문을 통해 사람들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책표지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묵직함이 느껴지는 책이다.


타인의 시선으로 볼 때는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누구나 가지고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볼티모어의 서를 풀어가는 화자이며 조엘 디케르 자신으로 다가오는 인물 마커스 골드몬은 소설을 쓰는 작가다. 그에게 어릴 적부터 무척이나 따르고 좋아하던 큰아버지 사울 골드먼의 전화를 받게 된다.


마커스는 자신이 쓴 소설이 영화의 판권으로 팔리면서 저작료를 받아 구입한 집에서 살면서 우연한 기회에 개 한 마리를 통해 오래 전에 너무나 사랑했지만 떠날 수밖에 없었던 여자 알렉산드라를 만나게 됩니다. 최고의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엄연히 다른 남자와 함께 생활하고 있지만 마커스는 개를 매개체로 그녀와의 만남을 이어가려고 노력한다.


알렉산드라를 만나며 마커스는 봉인처럼 내면 깊숙이 묻어두었던 찬란하고 행복한 그러면서 아픈 기억을 풀어가며 자신이 알고 있었던 진실이라 믿었던 그림들이 인간이기에 이기적이고 나약할 수밖에 없었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마커스 일명 마키는 어린 아이의 시선에 큰아버지 부부를 자신의 부모라고 생각하고 싶을 만큼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큰집 가족의 모습을 동경한다. 그는 동갑내기 사촌형제 힐렐과 변호사로 일하며 큰아버지 사울이 도움을 주고 기꺼이 자신의 가족으로 받아들인 소년 우드로 핀 일명 우디와 함께 골드먼 갱단이란 이름으로 서로를 우정과 사랑으로 굳게 묶어 놓는다. 학원 폭력으로 인해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힐렐에게 공부보다는 운동에 소질이 있는 우디가 도와주며 피로 맺어진 형제보다 더한 감정을 공유하며 마커스와 함께 빛나는 소년기를 보내지만 자신들의 이상형이며 첫 눈에 반한 알렉산드라의 연약한 동생의 간절한 바람을 도와준 일이 인생의 어긋남의 시작이 된다.


사랑하기에 사랑받고 싶은 것이 사람이다. 아름다운 여성과 세 명의 남자... 그들 속에 연인이 생기고 사랑을 받지 못하는 존재들은 다른 사랑에 기대거나 사랑과 인정을 받고자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면서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존재를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이 일은 결국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 결코 한 사람이 아니다. 한 명의 균열은 결국 그 일을 시작한 당사자는 물론이고 사랑과 용기를 주었던 존재들에게 실망감과 어떻게든 버티고 이겨내려는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거짓된 진실을 보며 끔찍한 사고로 연결된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진 존재들의 선택은 결국 끝이 예견되어 있을 뿐이다.


마커스가 그토록 동경하고 닮고 싶었던 큰아버지 집안의 안타까운 몰락은 결정적으로 한 개인의 영향이 가장 크지만 그 속에는 가족들 간의 복잡하고 이기적인 감정들이 내포되어 있다. 가족이기에 시기하고 질투하며 그럼에도 용서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감정의 골이 너무나 깊거나 순간적인 욕심과 질투에 잘못된 판단이 가져 올 결과는 생각보다 클 수 있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지만  그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그 자리에 머무를 수 없다. 자신이 그토록 동경하고 신나며 행복했던 청소년 시절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던 골드먼 갱단은 사라졌어도 손을 놓았던 진실과 감정에 맞서야 한다.


복잡하고 미묘한 사람들이 가진 감정들을 흥미롭게 풀어낸 '볼티모어의 서'... 하나의 사건이 하나의 결과만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건 하나는 엄청난 파장과 결과로 인해 늘 안정되고 행복한 공간이라 여겨지던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것이 안타깝다. 쉽사리 들어나지 않으며 조금씩 밝혀지는 진실들이 흥미를 놓치지 않게 이끌어간다. 인간관계가, 삶이 주는 무게감이 적지 않는 작품으로 읽는 동안 혈기왕성한 매력적인 세 소년의 모습이 연상되는 예측불가한 이야기에 빠진 즐거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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