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자의 기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17년 8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내가 아는 나와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은 어떠한 사람인가? 에 대한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다. 다른 사람의 눈과 입을 통해 전해지는 나라는 인물이 주는 압도적인 책을 만났다. 일본을 대표하는 미스터리 소설 작가 중 사회파 작품을 매번 내놓으며 독자로 하여금 생각할 것을 던져주는 작가로 유명한 누쿠이 도쿠로의 신작 '어리석은 자의 기록'... 인간이 가진 이중적인 모습을 인터뷰를 통해 풀어놓는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온 작품이다.

누구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용하고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주택단지 새벽 시간에 아빠, 아들, 엄마, 딸이 끔찍한 죽음을 맞는 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에 대한 단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는 상항에서 네 명의 일가족이 이토록 잔인하게 살해를 당하게 되었는지를 알기 위해서 죽은 부부를 중심으로 그들의 지인들을 찾아 인터뷰를 하면서 안락하고 화목해 보이는 가족의 모습 뒤에 감추어진 치부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사람이란 작은 부분에서 마음이 상하기 쉽다. 죽은 다코부부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영위하고 살고 있었다. 다코부부에 대한 평가는 처음으로 인터뷰한 이웃 사람을 제외하고 다코부부를 알고 있는 지인들은 그들에게 심적으로 적게나마 시기, 질투, 그들이 가진 순수하지 못한 일면과 이기적인 행동을 은연중에 들려준다. 나와 밀접하게 친밀했거나 그렇지 못하더라도 지인으로 인연을 맺고 좋은 마음을 조금이라도 나누었다면 없으면 나랏님도 흉본다고 하지만 죽은 사람이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지인들의 이야기는 솔직히 우리들의 비틀어진 마음의 일면을 보는 듯해 솔직히 불편하고 섬뜩하게 다가온다.

다코부부에 대한 이미지를 머릿속으로 그려가며 스토리를 따라가는 이야기와 오빠를 찾는 화자의 이야기를 통해 생각지도 못한 반전에 직면한다. 진실을 대면하면 개운함보다 인간이 어떻게 하는 반문이 먼저 든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악한 마음을 가지고 덤비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 교묘하고 섬세한 반전도 놀랍지만 한 사람에 대한 평가가 주는 무게감이 새삼 크게 다가온다. 단숨에 읽었을 정도로 재밌고 흥미로운 작품인 것과는 달리 책을 덮고 나서도 생각할 것을 남겨주는 인상적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