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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부신 친구 ㅣ 나폴리 4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너무나 매력적인 이야기를 담은 책을 만났다. 이미 영미권 독자들에게 열광적인 호응을 얻어낸 나폴리 4부작 중 1권인 '나의 눈부신 친구'는 폭력과 긴장이 나무하는 이탈리아 나폴리를 중심으로 한 두 여자 릴라와 레누차의 우정과 사랑, 인생을 섬세하게 책이다.
우정하면 여자보다는 남자들의 우정이 깊다고 말하고 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자들의 복합 미묘한 감정이 우정에 불리한 점이 많지만 그럼에도 여자들의 우정 역시 남자들의 우정 못지않게 진하고 깊다고 생각한다. 전쟁이 끝난 후 어느 나라 어느 도시를 막론하고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탈리아 나폴리 역시 전쟁의 폐허 속에서 먹고 산다는 것이 우선시되는 시대에 남들보다 뛰어난 사람... 그것도 여자란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화자 레누차는 어린 시절부터 릴라와 평생을 우정을 이어오지만 마음속에는 우정, 동경, 질투 등 여러가지 면에서 자신보다 뛰어난 인물이라고 느껴지는 릴라에 대한 감정이 복잡하다. 처음 만난 순간에는 미움받기 딱 좋은 아이라고 여겨진 릴라가 알고 보니 선생님은 물론이고 누구도 릴라의 매력에 벗어나기 힘든 인물로 느껴진다. 레누차가 릴라보다 조금 더 뛰어난 인물이 되기 위해서 공부에 매진하고 글쓰기에도 열심이지만 이마저도 릴라의 영향이나 릴라가 같은 선상에서 경쟁을 벌이지 않는 상태에서는 결코 자신이 최고라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공부 면에서 다른 학생들을 뛰어 넘는 실력을 자랑하는 릴라지만 선생님의 적극적인 권유와 엄마가 아빠를 설득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상급학교로의 진급에 아빠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다. 아니 소극적인 태도를 넘어 릴라를 창밖으로 던져서 팔이 부러지는 일이 생기며 릴라 역시 공부에 대한 마음을 어느 정도 접고 그 대신 레누차에게 자신의 생각대로 상급학교로의 진급을 적극적으로 권유한다.
릴라보다 성숙한 외모와 신체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의 눈길이 릴라에게 향하는 것에 레누차는 마음이 불편하다. 그러나 릴라의 곁에서 멀어지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릴라에게 적극적인 애정을 표현하는 남자의 손에서 벗어나고자 릴라는 열여섯도 되기 전 어린 나이에 결혼이란 것을 선택한다. 허나 이 마저도 쉽지 않은 결정이란 암시를 끝으로 1권이 끝이 난다.
어린 소녀의 눈에 너 나은 삶을 위해 그 나이 또래가 벗어날 수 있는 방법으로 구두수선공 오빠 리노를 부추기지만 나이를 먹으며 두 사람이 하려던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고 삶이 크게 변화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리노는 절망하고 그 감정을 릴라에게 쏟아 붓는다. 릴라가 그토록 애쓰던 구두가 벗어나려던 사람의 발에 신겨 있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빨리 2편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나의 눈부신 친구는 무척이나 재밌고 인상 깊은 책이다. 나폴리 4부작에 대한 찬사가 충분히 이해가 되며 릴라와 레누차가 폭력이 난무하는 가정, 마을에서 가족과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같은 선상에서 출발했지만 결정이 달라지고 그로인해 두 여인의 삶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인물 하나하나의 묘사가 무척이나 섬세하고 매력적이며 나의 지난 시절 친구를 떠올리고 그들과 함께 나누었던 우정을 새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나폴리에서 절망이란 희망을 잃어버린 상태를 뜻하거나 땡전 한 푼 남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 -p103-
세상은 이렇게 밝고 따뜻한데 어째서 우리 동네만 폭력과 긴장으로 가득 차 있는 걸까. -p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