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드 포 라이프
에멜리에 셰프 지음, 서지희 옮김 / 북펌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또 한 편의 매력적인 북유럽 소설을 만났다. 북유럽 소설의 최고봉으로 말하는 '밀레니엄' 시리즈를 뛰어넘는 서늘하면서 쫄깃한 짜임새와 스토리가 매력적인 스웨덴 소설 '마크드 포 라이프' 신예 작가의 작품이라고 여겨지지 않을 만큼 스릴러 소설이 주는 재미를 흠뻑 빠져들게 하는 이야기다.  


한 여성의 다급한 목소리가 112 상황실을 긴장시킨다. 외출하고 돌아온 사이 자신의 남편이 죽어있다는 다급한 음성을 접수하고 경찰들은 물론이고 신문사에 나온 기자들까지 이 사건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죽은 남자는 이민국의 망명 문제를 담당하는 한스 율렌으로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남편의 사망을 신고한 아내 셰르스틴 율렌이지만 창틀에 남아 있는 어린아이의 손모양의 흔적이 이 사건의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한스 율렌의 사건을 담당하게 되는 검사 야나 베르셀리우스는 끊임없이 악몽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서는 유능한 검사답게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파헤치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금수저에 능력까지 갖춘 야나의 모습이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형사 미아 볼렌데르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한스 율렌 사건의 유력자 용의자로 아내와 오랜 시간 그를 곁에서 일한 비서 레나 비크스트룀이 미심쩍다는 여겨지지만 더디게 진행되던 중 총에 맞은 소년의 시체가 발견되고 방송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이 소년이 한스 율렌 사건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감지한다.


사건은 망명 문제를 담당하는 한 남자와 소년의 죽음을 둘러싸고 사건을 담당한 형사들과 여검사 야나의 이야기가 스토리에 중심에 있지만 과거의 기억을 더듬는 한 소녀의 이야기가 스토리의 중요한 축으로 나누어져 있다.


끔찍한 사건의 진실에는 연약한 존재를 보호하고 보듬어주어야 할 존재들이 그들의 몸에 새겨진 죽음과 관련된 이름에 맞게 살기 위해서 끔찍한 존재가 되어야만 하는 과정이 섬뜩하면서도 아프게 다가온다.


어두운 과거의 기억의 편린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면서 현재의 삶을 위해 자신의 존재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 형사들보다 범인에게 더 먼저 다가가야 한다. 잊어버린 조각들이 맞추어지며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는 이야기가 책을 잡는 순간부터 지루할 틈이 없이 단숨에 빠져들게 한다. 가장 중요한 인물이 사라짐으로 다음 편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 조금 덥다고 느껴지는 요즘 날씨에 아주 잘 맞는 스릴러 소설이 주는 쫄깃하고 서늘한 재미를 선사하는 책으로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만족할 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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