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당 빛의 일기 - 하
박은령 원작, 손현경 각색 / 비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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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원 지폐의 위엄을 자랑하는 신사임당은 우리나라 최고의 여성으로 전 국민이 좋아하는 여성이라고 할 수 있다. 너무나 친숙하고 익숙한 여인으로 훌륭한 어머니로서의 신사임당이 아닌 한 남자를 가슴 깊이 사랑하고 그 남자를 지켜내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숙명으로 받아들인 소설 '사임당 빛의 일기'는 그 만큼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사전제작으로 만들어져 이영애 씨의 복귀작으로 화제에 오른 드라마로도 방영되었는데 개인적으로 평소에 드라마 시청을 하지 않는 나로서도 관심이 가졌던 드라마이고 비채에서 책으로 나와 상권을 읽으며 내심 하권을 은근 기다렸는데 역시나 상권에서 안견의 금강산도를 둘러싼 이야기도 흥미진진하지만 사임당과 이겸의 애절하고 슬픈 사랑이 평소에 로맨스 소설이 주는 재미를 온전히 느끼며 읽었던 작품이었다.


부와 명예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지도교수 옆에서 옳은 방식이 아님을 알고 진실을 밝히려는 주인공 지윤과 그녀를 사랑하지만 더 안락하고 좋은 삶을 위해 앞만 보면서 달린 지윤의 남편이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의 추락은 아내 지윤이 하는 일과도 연관이 깊은 이야기가 상권에서 펼쳐졌다면 하권에서는 이겸과 사임당의 가슴 절절 애절한 사랑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임당과 그녀의 가족들은 생계를 걱정하는 고단한 삶에서 종이공방을 통해 숨통이 틔여간다. 이런 와중에 이겸은 이십년 전에 사임당과 자신의 이별이 왜 일어났는지... 그 가슴 아픈 사연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멀리서 바라보며 마음을 삭이던 모습을 넘어 진심을 전한다. 허나 사랑보다는 가족이 우선인 사임당은 그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럼에도....


아무리 뛰어난 여성도 현실을 넘어서기 힘들다. 남자들의 세상에서 자신이 가진 예술적 역량을 온전히 보여주기 힘든 것은 물론이고 사랑마저도 권력과 암투로 인해 허락하지 않는다.


의롭고 정의로운 남자 이겸은 옳은 일을 하려던 행동이 위험에 처하고 그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한 사임당과 지윤은 현실을 넘어서는 만남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현실의 벽을 넘어 사랑하나만 가슴에 묻고 산 이겸과 이겸을 사랑하지만 가족과 자식을 위한 삶을 포기하지 않은 사임당의 모습이 매력적이다.


과거의 인물을 애절한 사랑으로 재탄생한 작품으로 만난 '사임당 빛의 일기'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다독이며 스스로의 삶을 진취적으로 살아가려는 여성으로 지금 현실에서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이 넘치는 여성이다.


드라마보다 책으로 만난 사임당과 이겸은 더 좋았다. 사랑했던 여전히 사랑하는 여인 사임당 그녀 모르게 도움을 주려는 이겸의 모습은 시대를 넘어 내 여자에게 지고지순한 순정을 보여주는 멋진 캐릭터란 생각이 새삼 든다. 내가 알고 있던 사임당보다 더 멋진 여성으로 산수화에도 능하다는 것도 책을 통해 새삼 알게 된 이야기로 오만원 지폐를 볼 때마다 사임당 빛의 일기 책 속에 사임당을 떠올릴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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