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당 빛의 일기 - 상
박은령 원작, 손현경 각색 / 비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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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브라운관을 떠나 있던 배우 이영애의 복귀작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았던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5만원 지폐 속 인물 신사임당을 소재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풀어내는 이야기가 흥미로운 소재의 책으로 상하 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선 상권만 읽어도 매력적인 인물들이 가득해 미처 보지 못한 드라마가 궁금해질 정도다.


지윤은 우리나라 미술사를 대학에서 가르치는 시간 강사다. 능력 있는 사업가 남편과 우수한 두뇌를 가진 자식과 지적 자부심을 높여주는 지윤이란 며느리를 둔 시어머니의 자랑스러운 가족이다. 생활에 묶여버린 부부로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처지로 한 없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지윤의 복잡스런 마음과는 달리 친인척에게 자랑스런 가족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시어머니의 마음이 마냥 불편하다. 뛰어난 안목과 실력이 있어도 시간 강사로 살고 있는 자신 앞에 대학에서 인정하는 지도교수가 안견의 <금강산도>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미술학적으로 대단한데 진작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기자회견을 둘러싼 자리에서 진실을 알리고 싶어하는 인물은 지윤에게 의견을 물으며 시간 강사 자리마저 위태로운 실정이다. 지윤은 이탈리아 서점에서 <금강산도>와 관련된 자료들을 보게 되고 어떤 이끌림에 의해 고택에서 생각지도 못한 물건을 얻는다.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 알려진 사임당이 아닌 한 여자로 한 남자와 서로 연정을 품은 로맨스가 풀어질 거란 예상과는 달리 기묘사화의 끔찍한 잔상은 여전히 이어지고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의 마음을 담은 행동으로 부모님은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위험에 빠트리고 마는 사임당...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부터 구해내기 위해 급하게 다른 남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 일은 사임당 그녀를 마음에 품은 남자를 깊은 상처를 남긴다.


지윤이 <금강산도>를 둘러싼 진실을 알고자 문서를 복구하려는 노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 물건이 하루아침에 사업이 엉망이 된 그녀의 남편의 일과 깊은 연관이 있음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 동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사임당의 이야기에 추가된 애틋한 로맨스가 더해져 동화책이나 위인전기에서는 느끼지 못할 재미가 더해진다. 드라마를 미처 보지 못한 사람이라도 캐릭터 각각이 가진 이미지가 강하게 남을 정도로 매력적인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권력을 쥐고 움직이고 싶어하는 악랄한 인물로 인해 시대에 순응하며 본심을 들어내지 못하는 과거의 인물들, 현대는 학연, 지연, 돈이 아니면 실력이 좋아도 제대로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기 힘든 대학이란 폐쇄적인 단체, 돈을 쫓아  거짓이 진짜가 되는 모습은 알고는 있어도 씁쓸한 기분을 갖게 한다.  


생활을 위해 한양으로 올라오는 사임당 가족과 그녀처럼 한양에 터를 잡는 그녀의 옛연인 아직 하권을 읽지 못했지만 이들이 만들어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드라마를 보았다면 책의 내용이 영상으로 더 다가올 수 있었겠지만 책을 통해 느껴지는 인물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느껴져 드라마도 찾아서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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