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지옥일 때
이명수 지음, 고원태 그림 / 해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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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하루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가 존재하기에 마냥 행복할 줄 알았다. 허나 성인이 되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릴 때 생각지도 못한 어른으로 살아가며 느끼는 무게가 철없이 지내던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게 버겁다는 것을 종종 느끼며 살고 있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고 남들도 나와 비슷한 힘듦과 버거움을 느끼며 살다고 말하지만 내가 현재 느끼고 생각하는 아픔과 슬픔, 고통 등 여러 감정들이 가지고 있는 무게로 인해 솔직히 어느 때는 오로지 나 혼자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마음이 허하고 외로워 사람들 속에 섞여 잠시나마 위로받고 위안을 얻는 방법도 있지만 타인과의 관계에서 받은 상처는 오로지 나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나를 치유하고 다시 생활 속에 빠져 들게 한다.


타인으로부터 상처받고 힘들어 마음을 다독이지 못할 때 작은 위로가 커다란 힘을 얻게 하는 순간이 있다. 토닥토닥 가볍지 않게 예리한 통찰력으로 위로를 전해주는 심리치료사 이명수 님의 '내 마음이 지옥일 때'... 사람들의 아픔 마음을 이해하고 나만 아프고 힘든 것이 아니라며 현재의 내 삶이 지옥 같이 느껴져도 나라는 존재가 가진 의미와 소중함을 느끼고 위로해주는 시를 통해 조금씩 마음에 온기가 번져가는 간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  <눈오는 집의 하루> 김용택

아침밥 먹고

또 밥 먹는다

문 열고 마루에 나가

숟가락 들고 서서

눈 위에 눈이 오는 눈을 보다가

방에 들어와

밥 먹는다                                                 -p76-


살다보면 그렇게 난감하고 황망해서

외면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지요.

직면하기가 고통스럽고

그 생각을 하다 보면 나쁜 사람인 거 같아서

괜히 안절부절하게 되고 생각도 진행이 잘 안 되죠.

그런데 그 흉한 생각은 계속 나는 거예요.

그럴 땐 내가 그 감정들과 얼마나 힘들게 맞서고 있는 줄

알아주는 게 중요해요.

그게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를 깨닫는게 필요해요.

그게 정상적인 감정이란 걸 알아주면

취소도 자연스러워져요.                                                                            -p211-


대한민국 사람들은 밥심으로 산다고 한다. TV이를 켜면 음식 프로그램이 엄청나게 많이 있다. 산다는 것이 먹고 사는 일이라지만 유독 어머니가 해주는 고슬고슬하고 따끈한 집밥에 대한 열망이 식지 않고 있다. 마음이 지옥일 때 밥을 챙겨 먹는다는 것은 어렵다. 아무 생각 없이 오로지 먹을 음식을 준비하면서 나를 치유할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밥이 주는 위대함을 시를 통해 새삼 느끼게 된다.


저녁상을 준비할 재료들을 통해 당혹스럽고 외면하고 싶은 순간을 이야기하는 글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나 역시도 생선을 잘 못 만진다. 오죽하면 대형마트에서 손질이 다 된 생선을 사서 그냥 튀기는 정도만 해서 요리를 해 먹는 정도다. 생선의 눈이 무섭다거나 생물에 대한 거부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생선을 보고 만질 때의 그 느낌은 나름 마음을 다지게 된다. 힘든 일과 부딪쳤을 때 내가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과 차이가 있겠지만 인생이란 것이 항상 커다란 도전과 모험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크고 작은 도전을 해야 하는 일이기에 생선을 만져야 하는 저녁상 차림을 통해 또 한 번 나약해지는 나의 마음을 다독여 보게 된다.


시를 통해 지금 힘들고 지옥 같아 울고 싶으면 울어도 된다고... 쓰담쓰담 다독여주는 따뜻함에 마음의 위로를 받게 된다. 자꾸만 나약해지고 버겁다고 느껴지는 시간들과 마주하고 있는 지금 '내 마음이 지옥일 때'에 나온 시를 통해 위로를 받았기에 지금 마음이 지옥이라고 느껴지는 분이라면 이 책을 통해 위로와 온기를 받으시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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