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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그리고 축복 - 장영희 영미시 산책 ㅣ 장영희의 영미시산책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비채 / 2017년 2월
평점 :
함축된 언어가 주는 감성어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전처럼 시를 즐겨 읽지는 못하는 게 살짝 아쉬웠던 때에 만난 故장영희 교수님의 영미시 산책 '생일 그리고 축복'... '생일', '축복'은 신문에 실린 영시 칼럼을 책으로 이미 나왔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던 시를 한 권으로 담아낸 책이다. 나 역시도 몇 년 전에 읽었던 기억이 있었던 책이라 그 때의 감성들을 돌아보며 반갑게 느껴진다.
사람에 따라서 다르지만 일 년에 한 번 돌아오는 생일만큼은 온전히 행복한 기분에 휩싸여도 좋은 날이다. 생일은 사랑을 노래하는 시들로 가득하고 축복은 기쁘고 행복한 희망을 노래하는 시들로 가득하다. 시인들의 매혹적인 원문시와 번역, 장영희 님이 글이 더해져 기존에 시만 읽는 것과는 다른 일상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잔자나고 담백하게 다가와 시를 한 번 더 읽어보게 하는 힘을 느끼게 한다.
음주가
술은 입으로 들어오고 사랑은 눈으로 들어오네. 우리가 늙어서 죽기 전에 알게 된 진실은 그것뿐. 잔 들어 입에 가져가며 그대 보고 한숨 짓네. -p71-
평소에 술을 즐기지는 않지만 친한 사람들과의 기분 좋은 술 한 잔은 생활에 활력이 된다. 장영희 님은 아일랜드의 시인이며 극작가인 예이츠의 '음주가'에는 풍류의 멋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연인과의 한 잔술이 죽기 전에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이라며 사랑의 벅찬 감정을 이야기한다. 술을 통해 사랑하는 대상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끼게되는 이야기는 술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최고로 멋진 시가 아닐까 싶다.
인생은 걸어다니는 그림자일 뿐
그리고 우리의 과거는 모두 바보들이 죽음으로 가는 길을 비춰줬을 뿐. 꺼져간다, 꺼져간다, 짧은 촛불이여! 인생은 단지 걸어다니는 그림자 무대 위에 나와서 뽐내며 걷고 안달하며 시간을 보내다 사라지는 서툰 배우. 인생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소음과 분노로 가득 찬 백치의 이야기 -p357-
위의 시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한 구절이다. 너무나 유명한 구절로 죽음으로 통하는 삶의 허망함을 알려주는 시다. 누구나 자신의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간다. 무대 속 주인공과 같은 화려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극소수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엑스트라와 같은 인생을 살아가지만 누구도 작은 배역을 맡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주인공인 삶을 살아가는 의미를 돌아보게 되는 시다. 슬프고 외롭고 힘들다고 주저앉기보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있다는 희망을 늘 간직하며 살아야 하는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볼 멋진 시다.
영미시가 가진 매력이 장영희님의 글로 더 크게 다가오는 책이다. 누구의 인생이든 쉽지 않다. 희망과 사랑, 인생, 삶의 의미를 영미시를 통해 생각해볼 수 있다. 생활에 쫓겨 메말라 가던 감성이 시를 통해 조금은 말랑말랑해지며 즐거움이 좋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시가 주는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