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무기 - 이응준 이설집
이응준 지음 / 비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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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응준보다 소설가 이응준을 난 더 먼저 알았다. '내 연애의 모든 것', '밤의 첼로' 등 달달한 연애세포를 자극하는 로맨틱 코미디 소설이나 아리고 상처받은 인물들이 상처를 들여다보는 아린 마음을 느끼게 해주는 소설을 먼저 접해서인지 나에겐 이응준은 소설가로 먼저 인식된다. 여기에 칼럼니스트와 영화감독까지 더해진 이응준은 다양한 재능을 가진 인물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비채에서 나온 '영혼의 무기'는 이응준 작가의 생각들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원색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으로 짧은 글들이지만 자꾸만 이어지는 생각에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없는 책이다.


난 죽음이 나와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생각하며 살지는 않지만 죽음이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초반부에서 유독 다크한 느낌을 많이 풍기는 것은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어두운 죽음의 그림자를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는 불편함보다는 인간이 느끼는 죽음이 쓸쓸하고 안타까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생이 아무리 비극적이고 그 끝이 허무할지라도, 신학자 폴 틸리히의 주장처럼, 인간은 비극이 없이는 제대로 살지 못한다. 비극은 고통스럽지만 우리를 진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p49-0


우리는 성공 때문에 좌절한다. 하지만 오히려 우리는 실패를 통해서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강해진다. 용기란, 그리고 능력이란, 나 자신이 누구인가를 내가 먼저 아는 것이고, 그런 나를 몰라주는 세상에게 내가 누구인지를 제대로 증명해 보이는 과정이다.               -p60-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 살고 있으면서 우리는 현실을 잊고 살 때가 많다. 나 역시도 무슨 때마다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도 설마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더 많다. 아직 읽은 적은 없는 저자의 책 '국가의 사생활'에 대한 남북의 통일에 대한 섣부른 기대도 없고 오히려 통일이 된 후에 지금도 암울한 경제가 더 나빠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거의 하지도 않는 걱정 아닌 생각도 했을 때가 있었지만 보수, 진보를 떠나 어떤 집단이 정권을 집권해도 통일에 대한 힘은 부족하다는 글에는 공감하게 된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온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신경숙 작가의 표절이 있었다. 신경숙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고 그렇기에 더 실망스럽고 제대로 된 입장표명이 없어 더 안타까웠다. 모든 창조는 모방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지만 저자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을 빗대어 '똥'이란 표현을 쓸 정도로 표절은 한국문단에 깊이 들어와 있어 표절에 대한 이야기는 씁쓸하면서 지금껏 우리 문학을 지켜온 선배들과 그 뒤를 이을 후배들을 위해 날카롭게 비꼬아 주는 이야기는 인상적이다.


난 책을 좋아하고 책을 읽으며 내 안에 쌓여 있던 불만스런 감정들이 상당부분 해소됨을 느낀다. 저자처럼 책을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칠 때도 있지만 많은 책을 읽고 몰두하면서 간접적이나마 즐거움을 찾고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


독서는 독서에 대한 명상이자 수행이고 장인의 방법론이기도 한 것이다.               -p104-


대담은 그 사람의 생각을 좀 더 깊이 있게 알 수 있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소설을 두고 이야기하는 대담, 인터뷰들은 내가 알고 있는 작품에 대한 생각이 깊지 못함을 알고 있었기에 저자가 알려주는 인물, 사물 등을 통해 다시 책을 찾아 좀 더 깊이 있게 읽을 마음을 갖게 해준다.


나는 아직 젊기에 비극을 쓰고 있다. 그리고 노인이 되어서는 희극을 쓰고 있을 것이다. 청춘을 다 탕진한 뒤에도 코미디를 쓰지 못한다면 그것보다 부끄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세상에 잘 적응하지 못하였고 스스로를 의심하였기에 작가가 되었다. 만약 내가 인간을 신뢰했더라면 문학이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p286-


토토를 생각한다, 시인 함성호씨, 바다 위 밀봉유리병 속에서는 가볍게 읽을 수 있어 좋았던 부분이다. 나이 많은 애완동물 토토와 시인 함성호씨... 성호형에 대한 이야기는 그를 얼마나 깊이 사랑하는지 간략하지만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라 머릿속으로 연상이 되어 읽은 부분이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비극보다는 희극이 좋다. 새드엔딩보다 해피엔딩을 찾아보게 되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바다 위 밀봉유리병 속에서'는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글 하나하나가 자꾸 곱씹어 읽게 되는 이야기들이다.


'영혼의 무기'는 짧은 글로 이루어져 있어 읽는데 부담감은 적지만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이는 매력적인 책이다. 이응준 작가의 자유로움과 그가 얼마나 더 우리를 설레게 하는 책들을 쓸지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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