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우리 언제 집에 가요?

아빠, 우리 언제 집에 가요? - 아빠, 엄마, 네 살, 두 살. 사랑스러운 벤 가족의 웃기고도 눈물 나는 자동차 영국 일주
벤 해치 지음, 이주혜 옮김 / 김영사 / 2016년 12월

개인적으로 여행을 좋아한다. 젊었을 때에도 여행을 좋아했지만 아들들이 어릴 적에는 키우기에 바빠 제대로 여행다운 여행을 한 기억이 없다. 시간을 다시 돌아갈 수 있으면 학원이나 공부를 시키느라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아들들과 함께 행복한 기억을 많이 만들어 줄 여행을 많이 하였다면 좋았을 걸 하는 후회를 할 때가 있다.

김영사의 신작 밴 해치의 '아빠, 우리 언제 집에 가요?은 가족들과 여행을 가고 싶은 요즘 나의 바람을 새해 계획으로 세웠는데 책 표지에 쓰인 '공짜라서 떠났다.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이토록 웃길 줄 몰랐다.'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글귀에 읽게 된 책이다.

출판사의 제의로 모든 것을 제공 받아 최고의 여행 가이드북을 만들고 싶은 벤은 점차 나이를 먹으며 늙고 뚱뚱해지고 있다고 자책하는 아내 다이나와 이제 겨우 만 네 살도 되지 않은 두 아이와 함께 장장 5개월이나 차를 타고 여행을 시작한다. 말이 쉽지 너무나 어려 통제하기 힘든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하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 암을 앓고 있는 아버지로 인해 벤의 마음은 복잡하다.

여행가이드북을 쓰기 위해 영국 도시들을 여행하며 좌충우돌 여행을 하고 있는 벤 해치 가족의 이야기와 더불어 돌아가신 어머니와 암으로 인해 아픈 아버지에 대한 벤의 이야기가 큰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버지와 다른 삶을 살기로 했지만 마음으로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벤의 복잡한 심정은 아버지의 병이 호전되어 기쁘다가 다시 아프고 돌아가시며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벤의 감정들은 자식이라면 충분히 공감이 된다.   

자동차가 사고가 나서 낯선 사람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윌리엄 왕자, 古다이아나 비를 대상으로 상상의 날개를 펼치는 상상, 히틀러와 알고 지낸 이야기, 호텔 욕실에 삼푸를 흘리고, 서로의 감정이 틀어진 상태에서 수족관을 방문하고 아이들을 놓고 오는 황당한 이야기, 잠잘 때 우유를 찾고 악몽에 시달리는 아이로 인해 마음이 편치 않은 이야기 등등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하면서 겪게 되는 황당하고 소소한 사건들이 정감 있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유쾌하다. 좋은 이미지보다는 살짝 똘끼 충만한 삐딱한 시선으로 보게 되는 단어에 대해 이토록 유쾌하게 풀어주는 부모님이 있을까 싶다. 자식을 키우는데 딱딱하고 굳은 관념보다 유쾌하고 열린 생각을 넣어줄 수 있는 요런 부모였다면 좋았을 걸 하는 후회가 살짝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다.

여행을 하다보면 사이좋은 사이도 멀어질 수 있다고 한다. 마냥 즐겁고 행복할 거 같은 여행이지만 고달프고 힘들 때가 있다.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지만 싸움고 화해하며 아내, 아이들과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가는 이야기에 미소 짓게 된다. 

재작년에 아들과 함께 런던에 일주일 머물렀다. 런던에 대한 기억이 너무 좋아 기회가 되면 영국을 중심으로 한 달 이상 여행하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던 와중에 영국의 도시들을 속속들이 알려주는 '아빠, 우리 언제 집에 가요?'은 가이드북으로서 충분히 괜찮지만 그 속에 담겨진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가 도시가 가진 매력을 증가시켜 꼭 한 번 들려보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다. 어린 아이들과 충분히 고생스러울 수 있는 여행이야기에 따뜻하게 웃음 짓게 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