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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이사카 고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2월
평점 :
오래간만에 이사카 고타로의 신작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를 읽었다.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을 꽤 읽은 나로서는 잔잔하면서도 치정관계, 폭력적인 내용이 전혀 없는 연애소설이란 글에 이끌려 보게 된 책이다. 제목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는 모차르트의 소야곡으로 독일어로 '어느 작은 밤의 음악'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솔직히 평소에 클래식을 즐겨 듣는 편도 아니고 아주 유명한 곡이 아니면 잘 모르는데 이 책으로 알게 되어 책을 읽는 동안 들었다.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는 6개의 단편 속에 등장인물이 이어져 풀어가는 이야기다. 첫 번째 이야기는 인터넷을 이용한 시장조사 데이터가 날아가는 바람에 졸지에 거리 조사에 나선 남자는 아내가 자식과 집을 나간 상사의 모습과 대학 때 남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한 매력적인 아내를 둔 동창의 모습, 자신의 조사에 고맙게도 응해준 여성을 다시 만나게 되면서 만남과 인연에 대해 떠올린다.
미덥지 못한 남동생을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소개하는 이야기로 만남이 아닌 전화를 통해 서로에게 조금 호감을 갖게 된다. 남자는 상대에 대한 마음을 복싱 경기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살짝 어이없으면서도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살짝 드는 흥미롭게 느껴졌다. 세 번째는 집을 나간 아내와 자식을 둔 남자가 5년마다 하는 운전면허 갱신하는 마지막 일요일 날 만난 한 여인을 연달아 만나면서 통장정리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다. 얼마 하지 않는 자전거 주차스티커를 가져가는 남자를 찾으며 오래 전에 위험에 잠시 놓였을 때 듣게 된 한 문장을 다시 듣게 되는 이야기는 타인을 평가할 때 힘이 있다는 암시를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씁쓸하게 느껴졌던 네 번째 이야기, 왕따의 가해자를 다시 만나고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만 가해자가 나쁜 남자와 얽혀 있다는 것에 복수보다 용서를 택하는 다섯 번째 이야기, 마지막 이야기는 책의 제목으로 복싱 선수, 과거와 현재의 인물의 만남이 담겨진 담겨져 있다.
스치듯 지나치는 만남일 수도 있는 만남을 통해 잔잔하지만 평범한 만남이 달리 느껴지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인생이란 것은 모든 순간이 선택이다. 별거 아닌 일도 내 선택으로 크게 변할 수 있다. 만남 역시 그러하다. 소소한 만남이 인연, 운명이 될 수 있는 소지들은 늘 존재한다. 지금 내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를 읽으며 만남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