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치하야 아카네 지음, 박귀영 옮김 / 콤마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랑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옆에 있는 사람이 알아 볼 정도로 빛이 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인류가 존재한 이래 늘 사랑은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는 화두임에 틀림없다. 제20회 시마세 연애문학상 수상작인 치야와 아카네 작가의 '흔적'은 내일은 존재하지 않지 않을 것처럼 사랑을 하는 사람들의 저돌적이고 위태로운 사랑을 담아내고 있는 옴니버스 형식의 책이다.

 

 

불꽃은 자신과의 미래를 생각하는 남자친구 아니 동거남이 있지만 세상을 향해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이는 한 남자에게 끌리는 여자의 위험을 사랑을 담은 첫 번째 이야기다. 복상사가 꿈이라는 남자를 만나고 그와 깊은 관계를 맺으면서도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여자... 도덕적인 잣대를 놓고 보면 여자의 이런 심리는 분명 비판 받아 마땅하다. 허나 우리와 다른 정서를 가진 일본이고 그들이 사는 방식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해도 문화가 다르다. 여자가 느끼는 동거남과의 친밀하고 끈끈한 관계가 낯선 연상의 남자와의 관계보다 결코 약하지 않지만 그에게는 묘한 이끌림과 같은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 결혼이라고 해도 형식만 갖추는 거고,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어."               -p9-

 

 

자신이 알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맞으면... 그 사람이 자신과 너무나 닮은 듯 여겨지는 상황이라면 더욱 쉽게 지나치기 어렵다. 갑자기 죽은 상사로 인해 의도치 않게 마음이 복잡한 남자의 심리를 잘 담아낸 '손자국', 이제 겨우 18개월 된 어린 자식을 두고 있지만 회사일로 바쁜 남편에게서 여자로 자신이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절박한 느낌에 어린 남자와 불륜을 저지르는 '반지' 이 여자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자신이 여자이고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 된 입장에서 보면 솔직히 공감하고 싶지 않다. 나 역시도 아이를 낳고 우울증을 앓았기에 여자의 마음을 아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여자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알지만 어린 자식을 둔 엄마이기에 하지 말아야 할 행동과 해야 할 행동 정도는 구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고 싶은 심리... 아니 살아있고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고 싶은 마음에 상대가 행하는 모든 행동을 용인하게 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가끔 있다. 제삼자의 눈에는 결코 아름답지도 이해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당사자는 처절하게 매달리고 싶은 마음... '화상' 속 인물이 그러하고 사랑인 듯 사랑이 아니 것처럼 느껴지지만 인식하지 못했을 뿐 사랑하는 상대에게 나도 모르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는 '비닐', 누구보다 바쁘게 살아가는 선한 일을 하는 사람의 곁에 있고 그를 향한 마음이 고통스럽지만 감내하는 '음악'까지 하나같이 사랑으로 인해 깊은 흔적들을 간직한 이야기다. 사랑은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세상에는 사랑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도 있다. 내일 일은 모른다며 오늘만 살 것처럼 사랑만 하며 살면 좋겠지만 사람이란 게 자신을 둘러싼 환경 속에 지배를 받기 마련이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나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상대의 감정, 기분을 살피게 되는 것이 사랑이다. 얇은 책에 비해 사랑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은 책 '흔적' 공감이 되는 이야기도 있고 우리의 정서와 다소 동떨어진 감정이란 생각도 드는 작품도 있지만 사랑하기에 어쩔 수 없이 실수하고 확인받고 싶은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를 잘 표현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누구나 지금 현재의 나이가 인생에서 가장 젊고 아름다운 시기라고 말한다.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좀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가 아니라 더 마음이 풍요로운 사람임을 잊지 말아라. 내일이 없는 것처럼 오늘에 충실하며 열심히 사랑하며 사는 인생이 멋지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


"너는 찾고 있는 걸까?"

"뭘요?"

"자신과 닮은 사람을. 아니면 완전히 자신을 알아줄 사람. 아직 젊구나. 상처는 분명 그 표시겠지."         -p123-


"괜찮아. 설령 내일 세상이 끝난다 해도, 물고기도 사람도 분명 사랑을 할 테니까. 사랑하는 상대와 일 분 일 초라도 더 함께 있고 싶다고 바랄 거야. 그건 뭔가를 남기고 싶어서가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로서 당연한 생각이니까.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다 해도······. 이제 당신 마음에 솔직하게 살아. ··················."            -p2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