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이 나왔다. '픽업' 기존에 저자의 책을 여러권 읽은 나는 장편소설이 아닌 단편소설은 처음이란 생각이 든다.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고민들과 삶의 방식을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풀어내는 작가로 알고 있기에 단편소설 안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는지 내심 기대가 되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제목과 같은 첫 번째 이야기 '픽업'의 주인공은 똑똑한 사람들이 몰려 있는 월스트리스의 금융회사에서 일하다 좋지 않은 이유로 인해 해고 된 후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살아가는 이혼남이다. 자신의 인생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아픔은 상관이 없던 주인공은 횡령 사건이 무죄로 판결을 받는 날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에게 투자금을 내 놓은 인물이 직업 배우를 이용한 계락으로 그에게 인생의 쓴맛을 보여준다.


'크리스마스 반지'는 베르디 오페라 전곡을 부를 수 있는 평소 낭비벽이 심한 남편과 이혼한 아내의 이야기다. 아내의 결혼반지를 구입하고 싶어 하는 전남편을 만나러 가는 날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경비원과의 이야기를 나누고 그로인해 평범한 사람이라면 결코 하지 않을 결심을 한다.


운명의 상대를 만나지만 젊은 마음에 순간적으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로인해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삐거덕거리는 아내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선택을 늦게나마 후회하는 어리석은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여름 소나타', 잘 나가는 남자는 자신을 취재하러 온 기자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그녀의 전화 한 통은 안정적인 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든다. 불안감에 휩싸인 남자는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엉뚱한 행동들을 하게 되는 '전화', 평소 건망증에 정리정돈을 서툰 아내는 남편의 한 마디에 늘 절망감을 느낀다. 자신을 기죽이는 남편의 그늘에서 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이제서야 자신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당신 문제가 뭔지 알아?', 어린 소년에 비친 늘 대치 상태에 놓인 아버지의 모습과 한 소녀에 대한 풋풋한 설렘을 담은 '냉전', 사랑하던 여자가 결혼 소식을 알리며 갑자기 사라졌다가 20년 만에 다시 만나는데 마음에 평생 담고 살아왔던 여자가 꺼낸 후회한다는 말과 함께 듣는 충격적인 이야기 '그리고 다음에는', 조그마한 광고회사를 운영하는 화자는 착하지만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 아내와 산다. 그는 술을 마시며 다른 여자를 만날 상상을 하는 '가능성', '실수'는 아내와 별거 중에 자신과 비슷한 짙은 외로움을 지닌 매력적인 여인을 만나 만족스런 관계를 맺지만 그녀의 예측불허 분노조절 장애로 인해 인생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느낀다. 오늘도 그녀에게 배운 달리기를 하는데..., 인수합병 전문변호사로 중산층 집안의 여자가 결혼 후 권태기를 느끼는 '괜찮겠지', 다른 사람의 돈세탁을 해주는 아버지의 회계사무소를 물려받아 운영하는 화자는 인생이 즐겁지 않다고 말하는 아내를 두고 있다. 그는 더러운 돈을 세탁해주는 댓가로 받은 돈을 가지고 카지노를 찾으며 앞으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살지를 결정하는 '도박', 한때 재능 있는 신예 소설가로 인정받았던 화자는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자신의 모든 불행이 화자인 남편으로 인해 발생했다며 투덜거리는 아내와 살고 있다. 그는 다시 글을 싶다. 글을 쓰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하나다. 절망감에 빠진 남편의 위험한 행동을 담은 '각성'까지 총 열두 개의 단편이 담겨져 있다. 화자들은 각각의 고민과 상실감, 잃어버린 사랑과 삶을 쓸쓸하고 담백하게 풀어내고 있다.


개성이 다른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던 작품으로 기존의 장편과는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한다.


산다는 건 늘 이런 것일까? 소유하지 않는 걸 바라고, 바라지 않았던 걸 소유하는 것. 저 멀리 어딘가에 다른 삶이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현재의 삶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것. 무엇을 찾아야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전혀 모르는 것.            -p159-


우리의 삶에는 왜 불행이 만연할까? 우리의 삶이 불확실하기 때문일까? 인생이 절망과 실패로 점철되어갈 때 우리는 왜 그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으려고 하지 않는가? 자기 자신을 속이며 살아온 사람이 과연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p211-


인생은 혼란의 연속이다. 그러하기에 우리 모두는 너무나 외로운 존재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 생각이 내 마음을 아프게 찔러왔다.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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