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지 않으면 좋겠어 - 탁재형 여행 산문집
탁재형 지음 / 김영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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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테마기행' PD이자 오지 전문 여행자로 알려진 탁재형 PD의 여행에세이를 본 기억이 있다. 하나같이 기회가 되면 언젠가 꼭 여행가고 싶은 나라들을 담고 있고 있었던 책이었는데 이번에 김영사에서 새로 나온 신작 '비가 오지 않으면 좋겠어'은 전작에서 여행지의 쫄깃한 재미를 느꼈던 것과는 살짝 다른 감성을 자극하는 그러면서도 평범한 사람도 여행을 떠나면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는 모습들을 저자만의 유머를 담아 담백하게 풀어내고 있어 즐겁게 다가온다.


여행을 하면서 비를 맞고 싶지 않지만 비를 맞아도 괜찮다고 느끼며 이야기를 시작하는 탁PD의 여행이야기... 언제나 그렇듯 여행은 주변 풍경과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열심히 인터넷을 검색하여 여행지를 찾아가는 것도 좋지만 여행지를 가장 좋은 방법으로 여행하는 방법으로 현재 그곳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말라위 여행 방법을 물으면서 다른 사람의 여행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여행지를 만나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억을 스위트룸과 도미토리로 표현하는 글귀가 인상적이라고 느꼈다. 기억은 왜곡되고 조작되기 쉽다고 한다. 여행의 기억은 생생하게 오래도록 가슴과 머리에 남아 있을 거 같지만 현실은 다르다. 나의 첫 여행지인 터키가 그러했다.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들에 매료 되었지만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2G폰을 쓸 때라 사진도 한 장 밖에 찍지 않았다. 지금은 떠올리려 해도 잘 기억나지 않기에 나의 기억력을 믿기보다는 여행지의 모습을 많이 담아오려고 노력한다. 허나 당시의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단숨에 스위트룸으로 직행하며 오래도록 기억을 간직하게 된다는 이야기에 살짝 웃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고향에서 하시는 부모님을 둔 조연출 C씨... 그의 이야기는 걸쭉한 막걸리를 연상시키는 투박함이 있지만 솔직하고 재밌다. 첫 해외여행에 설레임도 잠시 시차 적응에 탁PD와 둘이서 부딪치면서 하는 촬영에 원초적인 말을 서슴지 않는 탁PD로 인해 속으로 쌍욕을 삭이는 조연출의 모습이 너무나 재밌다. 아마 이 책에서 가장 재밌는 부분이면서 한 편으로 짠한 부분이었던 이야기다. 1인 3역을 혼자서 하는 탁PD의 이야기가 아닌 조연출의 눈을 통해 보이는 탁PD의 모습과 이야기에 웃음이 절로 난다.

 

 

라마단 기간에 이슬람교를 믿는 국가를 여행하는 것은 고역일 거 같다. 하필이면 라마단 기간에 일로서 만나는 상대가 어둡고 우울모드에 빠져 있는 모습에 탁PD가 얼마나 속으로 화를 참고 있었는지... 한국으로 돌아와서 단식을 하며 겪는 허기로 인해 동물적 욕구를 자제하는 상대를 떠올리지만 결국 늦은 밤 라면을 끊이고 마는 탁PD의 모습이 연상이 된다. 사실 우리 집에서도 종종 있는 일이라 남의 일 같지 않다고나 할까? 


살다보면 힘들고 버거운 게 인생이다. 한 평생 꽃길만 걸을 수 없는 게 인생이다 보니 힘들고 버거울 때 아무생각없이 나를 돌아볼 수 있게 여행을 떠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몇 번 해 본 적 없는 여행이지만 여행을 하면서 나의 마음을 가장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 여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기에....


개인적으로 비도 좋아하고 여행도 무척 좋아한다. 어릴 때처럼 비를 맞으며 걷는 일은 이제는 거의 없지만 학창시절에는 일부러 비 오는 날 한 정거장 일찍 내려 종종 비를 맞으며 걷는 일도 꽤 있었고 여행은 아들이 어릴 때에는 여러가지 여건이 안 맞아 거의 하지 못했다. 아들이 조금 큰 다음부터는 여행을 싫어하는 옆지기와 함께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고 아들과 함께하는 여행을 시작했다. 나의 첫 배낭여행이자 아들과의 첫 여행이었던 인도 북부 여행은 지금도 생생하다. 한 달이란 시간동안 하나하나가 다 인상적이었던 인도여행.... 여행을 떠나기 전에 가졌던 온갖 걱정들이 다 의미 없다는 것을 몸소 확인하고 느낀 낙후된 여행지에서 겪는 온갖 일들이 싫지 않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탁PD처럼 TV에나 나오는 원주민을 만날 수도 없고 여행지의 특산품을 장식장에 채우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의 이야기처럼 소유가 아닌 기억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여행을 떠나는 여행을 시작해도 좋을 듯 싶다. 여행이 간절이 떠나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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