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지음 / 놀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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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데뷔하여 요즘 케이블 TV로 방영되는 '청춘시대', 손예진, 감우성이 나와 인기가 있었던 '연애시대'에서 젊은 남녀의 현실적인 연애, 사랑, 결혼에 대한 감각적인 글을 쓰는 것으로 알려진 박연선 작가가 소설 작가로 첫 선을 보인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는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저자의 유쾌함 위트 넘치는 재미가 스토리 곳곳에 담겨 있으면서도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재밌는 추리소설이다. 몇 십 년 만에 푹푹 찌는 더위로 인해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이때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의 조합이 스토리의 재미를 더하며 기분 좋게 읽게 한다.


첩첩산중 오지 마을에 사는 할아버지의 장례식을 끝내고 늦잠으로 인해 아버지가 남기신 50만원 용돈과 어쩔 수 없이 홀로 되신 할머니 홍간난 여사와 함께 생활하게 된 스물한 살의 삼수생 강무순... 이미 여섯 살 때 아픈 동생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이 곳에 살았던 경험을 가진 아가씨로 오래전에 묻어 두었던 다임개술로 발견하며 시골 생활의 답답함을 느낄 사이도 없이 지내게 된다. 무순은 마을 사람들의 특징을 눈에 익혀 가며 우연히 속이 좋지 않은 낯선 여자와 마주친다. 마을 사람이 아닌 그녀의 존재가 궁금해지지만 누군지 알 길은 없다. 


15년 전에 백 살을 한 해 앞둔 마을 할머니의 생신날을 기념해 다른 때와 달리 마을 사람들과 함께 즐기기 위해 떠나며 마을이 텅 빈 상태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네 명의 소녀들에 대해 알게 된다. 다임개술에 들어 있는 목각인형은 분명 사라진 소녀 중 한 명의 직접 만든 것이다. 너무나 다른 네 명의 소녀... 그들이 어떻게 한꺼번에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게 되었는지 의문점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남아 있고 가족들 역시 시간이 흐른 만큼 아픔 또한 여전히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무순과 남다른 인연을 갖게 된 꽃도령은 돋보이는 누나가 사라진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목각인형에 얽힌 이야기를 알고 싶은 무순의 조사는 계속되며 할머니 홍간난 여사의 멀미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인물과 충격적인 만남을 갖는다. 목각인형의 주인이며 꽃도령의 누나인 유씨 가문의 예의바르고 어른들의 칭찬을 듣었던 소녀 유선희, 유씨 가문이지만 첩의 자식으로 예쁜 미모로 어릴 적부터 남다른 행동을 일삼은 유미숙, 폭력적인 아버지로 인해 가족 모두 힘들게 살아가는 가난하지만 착한 심성의 둘째딸 황부영, 목사부부의 딸이며 무순과 함께 어울렸던 다른 아이들보다 많이 어렸던 조예은... 서로 다른 환경과 부영과 선희만 동갑이며 다른 두 명과는 나이 차이를 있던 그들이 어떻게 함께 사라지게 되었는지... 실종사건의 진실을 알기 위한 무순과 할머니,  꽃도령이 사건에 매달린다. 엉뚱하게 방향에서 우연히 밝혀진 한 명의 진실과 손가락으로 인해 또 다른 인물도 밝혀낸다. 이 인물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는 어른의 폭력성과 그것을 용인하고 살아가는 와중에 믿었던 어른에게 느낀 배신감이 만들어낸 결과라 안타깝고 씁쓸하게 느껴진다. 그렇지 않았다면 좀 더 빨리 속을 태우며 마음을 끊이고 살지 않아도 될 가족이 있었기에... 그로인해 벌 받아야 할 인물이...


기존에 저자가 쓴 드라마나 영화와 다르게 실종사건과 연관되어 아픈 가족사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안타까우면서도 무겁지 않고  유쾌함이 곳곳에서 빛을 내며 흥미롭게 전개된다. 정통 추리소설을 원한 독자라면 살짝 실망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무거운 추리소설을 선호하지 않는 독자라면 만족할 거란 생각이 든다.

 

 

희망은 원래 재앙이었다. 전쟁, 질병, 살인 등과 같은 상자 안에 들어 있던 것.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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