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 죽이기 - 엘러리 퀸 앤솔러지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외 지음, 엘러리 퀸 엮음, 정연주 옮김, 김용언 해제 / 책읽는섬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평소에 미스터리, 스릴러,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계절에 상관없이 좋아하는 장르의 책을 읽는 편이지만 여름이 되면 더위를 조금이나마 식혀줄 서늘하고 쫄깃한 섬뜩함이 느껴지는 책을 찾게 된다. 이름만 보아도 쟁쟁한 노벨문학상,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 12명의 미스터리 단편들을 모아 놓은 '헤밍웨이 죽이기'는 제목에서부터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들의 기존 작품들과 전혀 다른 느낌의 단편들을 담은 책이라 더 관심이 간다.


첫 번째 이야기 <인도 마을의 황혼>은 책이나 애니메이션 등 다양하게 접했던 '정글북'의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의 작품으로 좋아하던 클럽 당구를 즐기던 임레이란 남자가 갑자기 종적을 감추고 싶다며 감쪽같이 사라진 이야기다. 한 남자가 방갈로를 한 채를 빌려 암캐와 살기 시작한다. 화자인 나는 사업상 어쩔 수 없이 방갈로에 머물면서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마주한다. 자연스럽게 남자와 나는 이 수수께끼를 밝히려고 하는데... 현대사회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지역적으로 이런 풍습이 오랜 시간 전해져 온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그런 이유로 사람을... 사람을 위해주고 마음을 주어도 변화지 않는 것도 있구나 싶은 씁쓸했던 느낌을 준 작품이다.


세일즈맨의 죽음의 작가 아서 밀러의 <도둑이 필요해>는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싶었던 작품이다. 노부부가 외출을 한 사이에 도둑이 든다. 당연히 자신들의 물건을 찾기 위해 경찰서에 연락을 취하는 게 먼저인데 아내는 남편의 행동을 저지한다. 경찰들이 찾아오고 도둑은 잡았지만 도둑이 훔친 물건과 그들의 자기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자신이 가진 재주를 엉뚱한 곳에 너무나 안 좋게 사용한 남자가 완벽한 성공이라 느끼며 급하게 든 술 한 잔에 범죄가 들통 난다. 인간의 욕심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던 <설탕 한 스푼>, 왜 좋은 머리를 사기를 치는데 쓰는 것인지... 완벽하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성공을 거두었다고 안심했는데 전혀 의외의 곳에서 절망감을 맞보게 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버드나무 길>,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거라 등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아닌 제목으로 나온 갱단에 몸담고 있는 헤밍웨이란 인물을 경찰들이 쫓는다. 그 과정에서 헤밍웨이가 자신도 모르게 마음을 준 인물이 죽음을 당하면서 그를 쫓는 유능한 경찰과의 대결이 나름 흥미로웠던 <헤밍웨이 죽이기>, 남편이 목을 매 죽었다고 말하는 여성이 용의자로 몰리고 용의자의 집으로 찾아 조사하는 남편들을 따라 나선 여성들이 갑작스럽게 일어난 감정변화에 대한 증거를 찾는 <여성배심원들>, <한낮의 대소동>은 서류를 위조하고 남편을 살해한 여성이 무죄라고 연설하는 전도사와 그녀의 죄에 대한 진실은 밝히려는 범죄학자 포지올리 교수의 이야기로 범죄추리소설을 보는 듯 흥미롭다. 즐거운 마음으로 떠난 휴가지에서 돌아온 자신의 비서의 변화를 느낀 사람이 N 교수에게 그녀의 비밀은 조금 황당하지만 섬세하고 다른 사람이 주는 공포를 크게 느끼며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은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살짝 아쉬운 느낌이 주는 <미스 X의 시련>, 솔직히 이건 좀 너무 가볍지 않은가 싶었던 이야기 <기밀 고객>... 죽은 형이 도저히 주문하지 않았을 거라 믿어지는 책의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잉갤 대령 동생이 한순간에 진실을 파악하는 이야기는 좀 더 길었다면 내가 느낀 아쉬움이 덜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 작품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풀어 놓는 이야기는 색다른 재미가 있다.


자신이 잘 하는 분야가 아닌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람들이 짧지만 자신의 색깔과 다른 분야의 책을 쓰고 이 책이 아니었다면 만나기 어려웠을지도 모를 이야기를 책으로 묶어 읽게 되는 즐거움을 알게 해주어 반갑다. 재밌게 읽은 서너 편의 단편들의 작가의 다른 작품은 없나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며 이런 책이 또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쫄깃하고 오싹하는 즐거움보다는 유쾌하고 즐겁다는 생각이 든 '헤밍웨이 죽이기... 단편을 즐기지 않는 나도 모처럼 즐겁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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