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카루의 달걀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무지개 곶의 찻집', '쓰가루 백년식당', '당신에게', '스마일, 스미레' 등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통해 인생을 살면서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 모리사와 아키오의 신작 '히카루의 달걀'이 나왔다. 우리처럼 노인들만 남겨지는 농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도 더불어 사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알려주는 잔잔하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책이다.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나고 기본적인 연령층이 높은 깊은 산속 시골마을에 아픈 어머님을 모시고 양계장을 운영하는 젊은 청년 무라타 지로 일명 무상... 초등학교 친구가 그의 느긋하고 태평스러운 성격을 보고 '무민 같다'로 놀림 후에 생긴 별명이다. 어찌 보면 기분 나쁠 수 있는 별명이지만 지로는 무상이라고 불리는 것에 전혀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 호인 중의 호인이다.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자신이 지은 쌀을 먹는 사람들이 행복하고 기쁘게 만들기 위해서 달걀밥 전문점을 열기로 결심하는 지로(무상)은 그에게 별명을 지어준 친구 다이키치와는 벼농사를 함께 지었지만 달걀밥 전문점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외딴 시골마을까지 와서 밥을 먹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은 다이키치는 양계장을 담보로 무모한 사업을 시작하는 무상이 걱정되고 화가 나며 그만 사이가 틀어지고 만다.


무상은 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가 자주 하시던 말씀을 늘 가슴에 새기며 처음 해보는 식당이지만 분명 자신에게 예전부터 운이 따랐다며 주위 사람들의 불안에 웃음을 보인다. 그의 친구이며 이혼을 하고 엄마에게 돌아와 함께 식당을 운영하는 나오코의 도움이 무상에게 힘이 된다. 


지역 사람들의 도움과 무상의 열정으로 '달걀밥 전문점'이 문을 열고 생각보다 무료 시식회는 성황리에 끝난다. 허나 외지 사람들이나 마을 사람들의 처음 반응과 달리 곧 시들해지자 주변 사람들은 불안감을 느끼지만 무상 본인은 다 잘된 거라 알 수 없는 믿음을 갖는다. 나오코의 경력을 활용한 의견은 좋은 효과를 보이고 외지 사람들이 줄서서 먹는 맛집으로 알려지는데....


좋은 일 끝에는 나쁜 일이 꼭 있다고... 무상의 선한 동기는 지역 주민들의 경제에 도움으로 이어지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일이 터진다. 누구보다 무상을 아끼고 마을 사람들을 위했던 아베 할아버지의 말은 곱씹어 생각해 보게 된다.


사람들이 그저 호인이며 착하지만 살짝 머리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무상이 사업계획을 세우고 추진력은 뛰어나다. 물론 그를 도와주는 주위 사람들이 있기도 하지만 쇠퇴해가는 마을을 살리기 위한 3가지 사업 계획을 생각하고 실천하며 자신과 어긋난 관계는 물론이고 아버지와 틀어진 관계를 가진 남자, 미묘한 갈등을 갖게 된 마을사람들 등 사람들 마음에 자리 잡은 불안, 초조, 확실치 못한 미래에 대한 걱정 등이 해소되어 가는 이야기에 내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지나가는 인사처럼 같이 밥 먹자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나 역시도 밥 먹자는 이야기를 가끔 하는데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그 사람과의 인연을 나누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지역발전과 누군가에게 갓 지은 맛있는 밥 한 그릇을 먹이고 싶다는 소박한 꿈으로 달걀밥 전문점을 시작한 무상의 모습은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도시로 도시로 몰리는 인구와 그로인해 직업난에 허덕이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현실을 생각할 때 돈을 많이 버는 직장이 좋은 직장, 행복한 인생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기에 자신의 고향에서 터전을 잡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된다.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고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책에는 적혀 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서 현실적으로 착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착하게 사는 사람들이 바보 같다는 평가를 받지 않는 분위기가 아니라 착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대접받는... 무상처럼 자신이 사는 삶의 터전을 이용해 가족, 이웃을 진심으로 위하는 사람들이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뭐 돈을 벌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내가 만든 쌀을 먹는 사람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서지."  -p36-


"재산을 잃는 건 작은 상처지만, 용기를 잃는 건 인생을 잃는 것과 같다."            -p94-


"노력해서 열매를 얻는 사람도 있고 얻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게 아니라, 열매를 맺을 때까지 노력을 계속한 사람과 열매를 맺기 전에 포기한 사람이 있을 뿐이라는, 그런 생각을 했어."           -p220-


나는 한숨을 쉬었다. 무척 깊은 한숨이다. 이 착해 빠진 놈이랑 같이 있으면 늘 똑같은 종류의 한숨을 쉬게 된다. 그런데 싫지가 않다. 이 한숨이. 왜 그런지.                 -p32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