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가진 소녀 BIS 비블리오 배틀부 1
야마모토 히로시 지음, 이승형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책을 좋아한다. 혼자서 읽는 것도 좋고 조금 난해하거나 쉽게 손이 가지 않던 장르의 책이라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의 즐거움도 즐기는 편이다. 한스미디어에서 나온 '날개를 가진 소녀'는 자신의 좋아하는 책을 다른 사람이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배틀을 통해 알리는 흥미로운 책이다. 솔직히 책에 담겨진 다양한 작가의 책들이 무척이나 인상 깊고 미처 몰랐던 책들이 많이 나와 있어 색다른 재미와 즐거움을 담은 매력적인 이야기다.


살다보면 자신이 평소에 좋아하던 이상형이 아닌 의외의 인물과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만나면 반갑다. 외국인, 혼혈아, 순수 일본인이 섞여 다니는 고급 사립고등학교 BIS 10학년에 재학중인 우즈미비 다케토는 동아리 활동을 위해 시립도서관을 찾아 책을 본다. 대학교와 같은 선택 수업을 하는 BIS 고등학교의 특성상 자주 마주치지 못한 같은 반 여학생을 보게 된다. 단번에 여학생 후시키 소라를 알아보았지만 후시키는 자신의 이름조차 모른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 후시키와 이야기를 나누며 논픽션만을 고집하는 자신과 달리 그녀가 SF마니아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을 포함 가족들 모두 관심이 없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서재에 엄청나게 쌓여 있는 책들에 관심을 보이자 선뜩 보여준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그녀를 자신이 활동하는 동아리에 초대하는데....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만 배틀을 통해 마음을 움직인 책을 다른 학생들에게 함께 읽을 수 있도록 알리는 것이 목적이다. 후시키도 책에 대해 나누는 그들의 열정이 느껴져 참여하게 되는데 처음이라 좋아하는 작가 에드먼드 해밀턴의 책을 선택하지만 처음이고 너무나 많은 것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 배틀에 참여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한다.


그들에게 후타고자와 고등학교 사회학 연구회 동아리에서 배틀을 제안해 온다. 배틀을 주도하는 인물이 일부러 BIS 학교 근처로 찾아오고, 우익 성향의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는 글을 통해 순수한 목적이 아닌 배틀이란 것을 알지만 반드시 이겨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물러서지 않고 철저히 준비한다. 인종차별, 근친상간, 홀로코스트, 일본의 침략 전쟁 미화 등 상대편이 주장하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시원하게 조목조목 조리 있게 받아치며 배틀에서 이기는 모습에 속이 다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다행히 순수하지 못한 의도를 알게 된 배틀 참가 학생이 새로운 동아리를 만들어 BIS 고등학교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 이야기가 다음 편에 나오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도 준다.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책들이 많이 보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하게 걱정하는 왕따, 사랑하는 가족을 어이없이 잃었기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해야하는 사연, 학생이라 책에 대한 이야기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기에 곤란을 겪는 이야기 등 다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들을 진지하지만 무겁게 담지 않고 있다. 겉모습보다 내면이 중요하다고 여기지만 시각적인 모습에 상대를 판단할 수밖에 없고 이를 제대로 경험하는 우즈미비의 모습, 할아버지의 서재를 보고 감탄하는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세 명의 여학생과 그들을 지켜보는 우즈미비의 가족들의 모습, 무엇보다 책에 대한 애정과 따스한 시선으로 배틀을 벌이는 동아리 학생들의 모습이 연상이 되어 유쾌하고 즐겁다.


개인적으로 장르소설을 좋아하기에 일본소설을 많이 읽는 편인데 '날개를 가진 소녀'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자유롭게 소개하는 스피치 배틀이란 소설 자체가 재밌게 느껴졌고 실제로 참 재밌게 읽은 책이다. 책 덕후를 위한 소설이란 말이 딱 맞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독서 인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 최근 일본에서 붐을 이루고 있는 독서 이벤트라는 '비블리오 배틀'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 그 중에서도 책 읽을 시간도 없다는 중고등학생을 중심으로  책을 즐기는 이와 같은 독서 배틀, 이벤트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읽는 내내 즐거웠고 책에 수록된 많은 책들 중 마음에 드는 책을 찾아 한 권씩 차례로 읽어 볼 생각이다. 다음 편에서는 어떤 책들이 담겨 있을지 기대되고 빨리 만나고 싶다. 

 

 

 

 

"그럼 비블리오 배틀의 목적이 뭔데요?" "책을 소개하는 것 그 자체야. 발표 참가자는 자신의 맘에든 책을 소개하기 위해, 청강 참가자는 미지의 책의 존재를 알기 위해 모여들지."             -p281-


사람이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는 존재인 걸까? 아무리 올바른 내용으로 호솧도 결국은 겉모습이나 분위기로 판단해 버리고 마는 존재인 걸까?           -p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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