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통 - 죽음을 보는 눈
구사카베 요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순간부터 사회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전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향해 묻지 마 범죄를 저지른 일이 종종 뉴스에 나온다. 솔직히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인간이란 것을 새삼 느끼며 다른 사람을 해를 입힌다는 것에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가해자의 인권을 생각해서 보호애햐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때도 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술에 취해서 저지른 사건이나 정신적인 병으로 저지른 사건은 형량이 약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이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진정 누구를 위한 법인지 헷갈리는데 제3회 일본의료소설대상 수상 작가 구사카베 요의 '무통'은 환자의 병을 볼 수 있는 남다른 능력을 가진 두 명의 의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취약한 법의 맹점을 들여다보게 하는 이야기다.


조용한 주택가 한 집에서 일가족이 끔찍한 폭행을 당해 죽음을 맞는다. 이토록 잔혹한 범죄를 저지를 인물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닐 거라는 판단이 내려지는 가운데 범인을 잡지 못하고 8개월이 흘러간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 역시도 형법에 심신상실자에 대해서는 처벌을 안 하거나 형을 경감해준다. 하야세 형사는 이 법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범인들이 있다는 것에 분해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형량을 받아내기 힘든 경우가 있어 어쩔 수 없는 일에 화가 난다. 헌데 정신병으로 사고를 일으킨 청년을 통해 진짜로 아픈 병을 앓는 사람과 이를 이용하는 사람이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을 느끼는데....


허름한 진료소를 운영하는 다메요리는 자신이 두고 내린 지갑으로 알게 된 임상심리사 나미코를 통해 일가족 살해 사건의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자폐증 소녀를 만난다. 다른 사람의 병을 미리 볼 수 있는 남다른 능력을 가진 그는 소녀에게서 전혀 살인의 증후를 발견하지 않지만... 이 소녀의 주장이 알려지며 경찰까지 찾아오자 소녀는 자취를 감춘다.

 

 


병이 가진 위험보다 통증이 주는 아픔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메요리 의사와 같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고통 없는 치료를 주장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또 한 명의 천재의사 시라가미는 자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을 자신의 연구에 이용한다. 그는 살 수 있는 환자에게만 관심을 가지며 그의 내면에는 커다란 콤플렉스가 내재되어 있다. 어린 시절 다른 친구들과 다름을 알게 되며 완벽한 가면을 하나 쓰며 자신에게 절대 복종하는 동생을 괴롭히는 것으로 화를 분출한다. 헌데 이 동생이...


분명 악마라고 불러도 된다고 여겨지는 사건을 일으키는 인물이 있다. 그런 인물이 심실상실자라는 이유만으로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이 옳은 것인가? 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심실상실자라는 판단을 내리는 것도 의사이고 의사 역시 실수를 할 수 있기에 위험 요소는 늘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어 더 섬뜩하게 느껴진다. 전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 상대가 치를 떨며 싫어하는 스토커, 상대에 대한 질투와 시기로 악의적인 방법으로 표출하는 삐틀어진 인물 등 섬뜩한 모습을 가진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강렬하고 무섭다.


적지 않은 분량의 책이지만 단숨에 빠져들게 하는 가독성이 뛰어난 책으로 재밌다. 사람을 믿고 살아야 하는데 갈수록 사람을 믿을 수 없는 무서운 일들이 일어나고 법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하려는 인물들의 모습이 흥미로웠는데 마무리에서 다음 편이 나올거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다음 편이 나와도 충분히 재밌을 거란 생각이 들어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