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사
앙드레 모루아 지음, 신용석 옮김 / 김영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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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부터 서너 명이 모여서 서양철학사와 문학을 정해 읽고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혼자라면 선뜻 읽기 힘들다고 느꼈던 책들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부분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느꼈다. 어렵다고 느낀 철학사 다음으로 서양사를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즐거웠지만 학창시절에 배운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양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크게 벗어나지 이야기에 아쉬움을 살짝 느끼며 한 나라의 역사를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양사에서 가장 커다란 틀을 차지하는 이탈리아, 영국과 프랑스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얼마 전에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소설가, 전기작가, 평론가로 알려진 앙드레 모루아의 미국사, 영국사, 프랑스가 있다는 것을 알고 반가웠다. 가장 먼저 프랑스사를 읽어보고 싶었는데 역사서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재밌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해준 책이다.


프랑스의 문명과 인종이란 것이 제대로 확립되기 이전의 프랑스의 기원부터 시작으로 차분히 이야기를 풀어간다. 프랑스는 지리적으로 골 지방을 차지하려는 켈트민족, 게르만 민족으로 이어지다 로마제국과의 치열한 싸움을 계속한다. 결국 카이사르에 의한 골 지방은 빠른 속도로 로마에 동화되어가며 크게 번성한다. 로마제국의 멸망 후 게르만 관습을 따르며 300년간 메르빙거 왕조는 프랑스를 통치한다. 메르빙거 왕조가 멸망의 길을 걷고 국토가 분열되어도 다양한 나라들의 색깔이 나타나 있어도 통일된 골족의 모습은 그대로 남아 있었으며 정치적 곤란스런 시기에도 그리스도교로 통일된 교회의 모습을 가진다.  


이슬람교도의 진출과 로마제국을 향한 하나의 기준을 가진 명문을 가진 샤를마뉴의 43년에 걸친 전쟁으로 서유럽 창조의 기틀을 마련한다. 샤를마뉴 죽고 중세의 봉건 제도가 점점 발전해가고 프랑스 중심부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과 교회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카페 왕조가 등장하는데 행복한 프랑스를 갈망하는 샤를마뉴 황제에 대한 향수와 강력한 왕에 대한 내재된 의식이 프랑스 국민들에게 남아 있다.


중세 말기에 프랑스가 영국과 벌인 백년전쟁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해 익히 알고 있지만 잔 다르크가 위기에 몰린 샤를 왕세자 편에서 용감하게 나서 싸우며 프랑스 사람들에게 애국심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이야기는 읽어도 재밌다. 봉건시대의 모습에서 완전히 벗어나 왕권을 중심으로 강력하게 통합된 프랑스 왕국을 구축한 루이 11세부터 프랑스의 부흥을 이끈 왕들과 그들을 둘러싼 복잡한 정세, 문예 부흥기를 걸쳐 지나치게 권력을 장악했던 가톨릭교회와 교황들, 메디치 가문의 카트린 드 메디치 왕녀로 철의 여인이라고 불리는 그녀는 자신의 딸과 앙리 드 나바르와의 결혼을 계획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로 인해 종교전쟁이 발생하며 종교의 자유를 허락한 앙리 4세에 의해 종결된다.


열여섯 살의 어린 나이에 짐이 국왕이라고 선포한 루이 13세와 그의 오른팔이며 절대 권력을 갖고자 했던 재상 리슐리외... 삼부회의 연설을 통해 모후이자 섭정이었던 마리 드 메디치의 신임을 얻고 그녀의 신뢰를 바탕으로 루이 13세의 곁에 있을 기회를 얻게 되지만 왕은 리슐리외에 대한 탐탁지 않아 한다. 확고한 신념을 가진 뛰어난 재상이란 평가를 받는 리슈리외와 불편한 관계를 드러내는 왕의 모습을 보며 우리 역사 속에서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가진 인물들이 떠오르게 하여 흥미롭게 느껴졌다. 절대왕정을 복구하기 위한 이야기부터 프랑스 시민혁명, 나폴레옹,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위대한 대문호를 위고를 비롯한 계몽사상가인 몽테스키외, 볼테르, 루소, 발자크 등이 종교적, 정치적 색깔을 가지고 문학, 예술분야에서 활약한 이야기, 제3, 4공화국에 이어 헌법이 공포되고 제 5공화국이 출범하며 불안정한 세계정세와 국내 상황, 프랑스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이야기까지 엄청난 대하서사시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고 저자 앙드레 모루아가 가진 프랑스 역사의 깊이를 돌아볼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방대한 역사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날카롭고 심도 있게 풀어 놓은 프랑사를 읽으며 한 나라의 역사가 이토록 재밌다는 느낌은 오래간만에 받았기에 저자의 다른 책 영국사, 미국사는 어떨까? 궁금해진다. 프랑스와 문화와 역사, 철학, 사람들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프랑스사를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프랑스 국민은 정당한 일이라고 믿으면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어떠한 희생이든 감수했다.'    -p7-7


"왕이 법을 위반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왕과 법의 권위는 동일한 근원에서 연유하기 때문이다."       p82-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 것은 전제정치가 아니라 귀족들의 계급적 편견이었다."       -p406-


"프랑스 역사는 혁명으로 산산조각이 날 뻔했다가 오히려 혁명으로 보존되었다."           -p461-


"처음에는 사람이 일을 끌고 가지만 조금 있으면 일이 사람을 끌고 간다."              -p514-


"영토는 빼앗겨도 정신은 빼앗기지 않는다."             -p826-


최근 5세기 동안 프랑스적인 사물은 모두 세계적이었고 세계적인 것은 모두 프랑스적인 사물이었다.           -p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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